나이를 기준으로 치매는 노인성 치매, 초로기 치매로 나뉜다. 노인성 치매는 정상적으로 생활하던 사람이 65세 이후 여러 원인으로 인지 기능이 저하돼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상태를 말한다. 초로기 치매는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치매를 말한다.
그동안의 연구로 현재 노인성 치매는 나이를 먹음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질병이 아니라, 뇌질환과 관련된 질병임이 밝혀졌다. 나이가 많아도 뇌질환만 잘 예방하면 치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물론 나이가 들수록 뇌질환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지만). 따라서 치매와 뇌 손상 간의 관계를 밝히는 게 치매 치료 연구에서 핵심으로 떠올랐다.
특히 혈액으로부터 좋은 영양분은 통과시키고 위험 물질은 제한하는 뇌혈관장벽에 주목하는 추세다. 노인성 치매를 포함한 여러 퇴행성 뇌질환에서 나타나는 신경세포 감소, 기억력 감퇴의 주된 원인이 뇌혈관장벽의 손상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 최근 주목할 만한 성과가 발표됐다.
배재성·진희경 경북대 교수 연구팀(의과대학)이 노인성 치매에서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산성 스핑고마이엘리네이즈(ASM)가 뇌혈관장벽을 어떻게 손상하는지를 규명했다. 연구팀은 노화 동물의 뇌혈관장벽을 구성하는 뇌혈관내피세포에서 증가한 ASM이 세포 사멸 신호를 조절해 뇌혈관내피세포의 사멸을 유도했다. 뇌혈관내피세포의 사멸은 곧 뇌혈관장벽의 손상을 일으켰다.
또한, 증가한 ASM이 뇌혈관내피세포막에서 세포 外 물질이 세포를 통과해 배출되도록 만드는 소포체인 카베올레(Caveolae)를 증가시켜 뇌혈관내피세포의 투과성을 증가시켰다. 증가한 투과성으로 혈장 단백질(신체 단백질 보급원)이 비정상적으로 유출돼 신경세포 손상을 일으켰다. 신경세포 손상은 기억력 감퇴에 영향을 끼친다.
배재성 교수는 “이 연구는 노인성 치매에서 산성 스핑고마이엘리네이즈(ASM)가 뇌혈관장벽(의 건강을) 조절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라며 “현재 연구실에서 개발 중인 ASM 억제 약물이 노인성 치매를 포함한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을 치료하는 신약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이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기초연구실)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지난달 28일 국제학술지 《뉴런(Neuron)》에 게재됐다.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