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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 시대 저무는 서막될까...몸 바깥에 근육조직 만드는 기술 개발
동물실험 시대 저무는 서막될까...몸 바깥에 근육조직 만드는 기술 개발
  • 양도웅
  • 승인 2018.09.18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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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해 현재 난치병으로 불리는 루게릭병은, 동물실험 단계에선 치료에 성공한 적 있다. 하지만 동물실험에서 성공한 치료방법이 임상실험에서 성공하지 못했는데, 이는 동물실험에 대한 윤리적 비판에 앞서, 동물실험이 가진 신뢰를 의심하게 만든다.

그럼 윤리적으로도 비판받지 않고, 실험결과를 높이 신뢰할 수 있는 실험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방법 중 하나가 인공신체를 만드는 것이다. 가령 방금 개발한 근육 질병 치료제가 실제 환자에게도 효과적인지, 실제 환자와 똑같은 신체 기관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거기에 적용해 실험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상상이야 쉽지, 체외에 신체 일부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만만치 않다. 그런데 이 상상이 현실이 됐다.

조동우·김동성 POSTECH 교수(기계공학과)와 박성제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의 공동연구팀은 포항 방사광가속기 X-선 리소그래피 기술과 근육 세포의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을 사용해 인간의 몸 속 근육과 유사한 체외 근육조직을 재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포세포외기질이 코팅된 배양 기판 위에 구현된 체외 인공근육 섬유. 실제 근육의 횡무늬 패턴(Box1, Box2)이 선명하게 보인다. 자료 제공=포스텍 대외협력팀

이 기술이 상용되면, 근육 관련 질병 치료용 신약 물질의 안정성과 성능을 체외에서 안전하게 평가할 수 있다. 또한, 필수적으로 거쳤던 동물 실험도 대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논문은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머터리얼즈 케미스트리(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9월 12일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체외 근육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과거에는 일반적인 세포배양접시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우리 몸 속 근육처럼 근육 세포가 한 쪽 방향으로 나란히 정렬되도록 자라나게 하지 못해 근육 조직이 실제 체내 조직과 다르게 자란다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세포배양 기판 제작에 관심을 기울였다.

연구팀은 포항 방사광가속기 X-선 리소그래피 기술을 활용해 수십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부드러운 물결무늬가 새겨진 세포배양 기판을 개발했다. 이 기판은 실제 사람의 골격근 형태와 비슷한 물결무늬를 가지고 있어서 근육 세포가 한쪽 방향으로 정렬되면서 자라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보다 2배 이상 사람의 몸과 유사한 형태의 근육 조직을 만들 수 있다. 

이 기판위에 사람의 근육 조직에서 추출한 세포외기질을 코팅해, 근육 세포에게 실제 체내 근육과 유사한 성장 조건을 제공했다. 그 결과 각종 성장인자와 중요한 단백질들이 발현되는 것을 확인했는데 근육 세포의 생존율을 높이고 체내 근육 세포와 유사하게 분화하고 성숙 하도록 돕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를 주도한 조동우 교수는 “이 인공근육은 사람과 흡사한 지형적 구조와 미세 환경을 동시에 구현한데 의미가 있다”며 “체내 근육과 더욱 비슷한 인공근육 재생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활용해 신약 개발, 바이오닉스 기술 개발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체외 테스트 플랫폼으로 활용 가능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밝혔다. 

향후 생각-신경-근육-움직임 간 원리 규명될 것으로 기대

특히, 이 연구를 기반으로 신경·근육과 같은 복합 조직에 대한 재생을 통해 진일보한 고성능의 체외 조직모델을 개발한다면, 생체신호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활용 가능한 신경·근육 조직 기반의 체외 테스트 플랫폼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생각-신경-근육-움직임 간 신호 전달 방법 및 체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궁극적으로 생체신호에 기반 하는 보철기기의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생체모사형 메카트로닉스 융합기술개발사업(사업단장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오상록박사)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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