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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發 독립선언 … 大學의 길 가겠다
포스텍發 독립선언 … 大學의 길 가겠다
  • 양도웅
  • 승인 2018.09.03 09:3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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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이 촉발시킨 대학 자율화 문제

“모든 대학에 획일적으로 30%란 수치를 주고 그만큼 정시를 늘리라고 하는 정부 방침에 동의할 수 없으며, 우리는 정부 안대로 정시모집을 늘리지 않을 것이다.”

지난달 19일 김도연 포스텍(포항공대) 총장이 내놓은 발언이 연일 화제다. 학생들에게 재도전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이유로 교육부가 각 대학에 권고한, '2022학년도부터 수능위주전형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를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김 총장은 “대학입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궁극적으로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최근 발표된 교육부의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따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2018학년도 포스텍 입학식에서 학생들과 대화 중인 김 총장(오른쪽에서 첫 번째)의 모습. 사진 출처=포스텍 sns 홈페이지

가볍게 취급되는 대학의 경험과 문화

김 총장의 발언이 화제인 이유는 무엇일까? 포스텍의 경쟁 대학 중 하나인 서울 A사립대 교직원 ㄱ씨는 “우리 대학은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면서도 교육부 권고를 따르지 않겠다는 김 총장 발언에 “멋지다”라고 평했다. 포스텍의 또 다른 경쟁 대학인 서울 B사립대 교직원 ㄴ씨도 김 총장 발언을 “포스텍만의 사정을 고려해야겠지만, 확실한 소신과 상당한 용기가 담긴 발언”라고 평했다. 대학들이 학생 선발 방식에 대해 교육부와 다른 독자적 입장을 밝히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총장 발언이 화제인 이유도 바로 이런 현실 때문이다. 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김 총장의 발언은 우리 사회에 ‘대학이 살아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하며 “그동안 정부 정책에 ‘순응화’된 대학 사회를 일깨우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일간지도 사설을 통해 “교육부는 김 총장의 고언을 아프게 새겨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가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도 주목받는 김 총장 발언이 나온 데는, 포스텍이 지난 10년 동안 축적한 학생 선발 경험, 그리고 그에 따라 대학 내에 정착된 문화를 교육부가 가볍게 무시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포스텍은 지난 2009년부터 수시 학생부종합전형(1단계 서류평가, 2단계 면접평가)만으로 학생 전원을 선발하고 있다. 이 전형을 처음 실시한 2009년, 포스텍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합격자 배출 고교가 전년보다 40개교 늘어난 181개교였다. 캠퍼스 구성원이 예년보다 다양해졌고, 포스텍은 이를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또한 경시대회 수상 등의 입상 내역이 없지만, 내신 성적을 상위 45%에서 4%로 올린 학생을 선발하는 등의 결과를 냈다. 학생의 ‘잠재력’ 을 예년보다 적극 고려한 결과였다.

2009년 당시 백성기 포스텍 총장은 “이번 입시 결과로 입학사정관제(현 학생부종합전형)가 인재 선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포스텍은 학생부종합전형에 확신을 갖고 10년째 추진했지만, 올해 교육부는 포스텍이 두텁게 쌓은 10년이라는 시간을 가볍게 무시하고 만 것이다.

지난달 17일 교육부는 각 대학에 수능위주전형으로 입학정원의 30% 이상 선발하라는 권고안을 냈다. 재정 지원 사업과 연계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지침이나 다름없다. 지난달 17일,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 출처=교육부

그 대학에 적합한 선발방식? 그 대학이 안다

포스텍의 현재 입학정원은 330명이다. 포스텍의 경쟁 대학을 포함한 서울권 주요 종합대학의 입학정원은 평균 2천명 내외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의 입학정원은 4천명 내외에 육박한다. 대학의 설립 목적, 재정 상태 등에서도 각 대학은 상당한 차이를 갖는다. 하지만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에게 대학 간 차이는 눈에 띄지 않는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교육부가 획일적인 학생 선발 방식을 모든 대학에 권고하기 때문이다. 재정 지원을 볼모로 권고했기 때문에 사실상 지침이나 다름없어, 어떤 대학도 ‘다름’ 을 추구하기 어렵다.

서강대 입학사정관 ㄷ씨는 “포스텍에 적합한 학생선발 방식이 있고, 서강대에 적합한 학생 선발 방식이 있다”며 “대입 정책에서 확실한 건, 학생 선발 방식이나 대학 운영 방식을 대학에 자율적으로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대학에 보다 잘 적응한다는 조사결과가 있지만, 종합대학의 경우 한 전형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가 학생 선발 방식을 각 대학에 자율적으로 맡겨야 한다는 요구는, 1970년대 박정희 정권 때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사항이다. 사립대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1971년 8월 23일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대학자주화선언’으로 불리는 건의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특히 학사 운영 관리에 대한 자율성을 얻기 위해 당시 문교부로부터 서울대를 독립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선언이었다.

하지만 47년이 지난 현재,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해법은 없는 걸까? 김도연 총장은 “교육부의 권고안을 따르지 않을 경우, 매년 8~9억원씩 받던 재정 지원이 끊겨 대학 재정에 타격이 있겠지만 개의치 않겠다”고 말했다. 민경찬 교수도 “총장과 구성원이 재정 확보와 단기 업적보다 교육철학과 그것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우위에 둔다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대학에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더라도, 대학이 스스로 자율성을 보장(쟁취)하면 되지 않는가. 김 총장의 발언, 그 이면에 담긴 메시지다.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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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대 2018-09-09 15:18:48
멋있는 대학이다. 화이팅!

전해상 2018-09-09 13:09:53
포스텍 총장은 현행수시의 심각한 부작용을 전혀 모르는
가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