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1호 새로 나온 책
931호 새로 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8.08.06 1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자의 말말말

화폐의 위험

화폐가 필요 이상으로 축적될 뿐 아니라 모든 한계를 넘어서 축적되는 까닭은 무엇인가? 왜냐하면 화폐는 어떤 종류의 가능성(물건, 행위, 개입, 투자, 생산, 쾌락, 관계, 영향력)도 나타낼 수 있는 추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폐는 완벽하게 규정할 수 없고 절대적으로 재빠르다. 화폐는 결코 물리지 않는 가상 세계를 제공한다. 다른 모든 필요와 욕망은 충족에 의해 한계를 갖지만, 화폐의 축적은 대조적으로 이런 한계를 넘어 계속된다. 화폐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서 예외다. 한계의 부재는 아리스토텔레스를 매혹했으며, 그는 화폐를 이해할 수 없고 괴물 같은 무언가로 여겼다.

이것이 화폐에 내재된 위험이다. 이 위험은 새롭지 않다. 그것은 가치의 기호로서의 화폐 권력, 그리고 평가, 교환, 저장, 투자의 도구로서의 화폐 권력과 연결돼 있다. 새로운 것은 상업 영역의 엄청난 성장과 주식시장 시스템에 힘입은 금융적 조작의 발전이다. 이제 그것은 일개 활동 영역의 수준을 벗어나 하나의 완전한 우주를 이루고 있다. 화폐는 제한적으로만 개입하지 않고 어디나 나타난다. 우리는 화폐로 산업사회의 성원권을 산다. 산업사회에서는 (주거, 통신, 교통, 여가 등 시장에 의존하는 모든 것과 관련된) 물질적 재화에 접근 가능한 사람들만이 정당성을 누리기 때문이다. 그런 재화를 살 수 없는 사람은 기능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배제된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정당성, 또는 집단에 의해 수용되는 비물질적 재화는 돈으로 살 수 있는 물질적 재화를 통해 통해서 접근 가능하다. 이 과정을 비난하지 않고 인정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런 비난이 그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까?

마르셀 에나프전 캘리포니아대 교수, 『진리의 가격』(눌민, 2018.07) 중에서

 

새로 나온 책

기본소득 | 가이 스탠딩 지음 | 안효상 옮김 | 창비 | 409쪽
실현불가능, 유토피아적, 포퓰리즘적인 구호…. 기본소득이란 단어를 들으면 자동으로 연상되는 선입견들이다. 기본소득이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적 아이디어로 각광받고 활발한 논의의 장으로 오기까지 이 책의 저자의 공이 컸음을 부인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고용, 노동조건에 놓인 사람들을 가리키는 ‘프레카리아트’(precariat) 개념을 정립한 인물이자, 1986년 기본소득유럽네트워크를 창립하고 30여년 간 기본소득 운동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이 책은 ‘모두에게, 무조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돈’이 경제, 빈곤, 일(노동)에 미치는 효과가 무엇이고, 이에 대한 반대논리를 어떻게 반박할 수 있는지, 기본소득을 시범적으로 실시한 결과가 어떠한지를 조목조목 짚으며, 오늘날 기본소득이 긴급히 요청되는 까닭을 힘 있게 전한다. 

 

머나먼 섬들의 지도 | 유디트 샬란스키 지음 | 권상희 옮김 | 눌와 | 144쪽
이 책은 지도에 대한 저자의 수줍은 고백 ‘지도는 갈 수 없는 곳들을 대신하는 대체물이면서, 세계의 축약이고, 그 자체로도 훌륭한 예술이다’에서 시작한다. 세상 가장 외딴 곳에 존재하는 50개 섬들의 지도와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이 아름답고 시적인 책에는, 각기 사연을 가진 50개의 섬이 등장한다. 나폴레옹이 죽음을 맞이한 1840년 세인트헬레나 섬의 어느 날도, 대서양을 단독비행으로 건넌 최초의 여성 아멜리아 에어하트가 인류최초로 비행기 세계일주를 시도하다 실종된 하울랜드섬의 어떤 날도 저자는 담담하게 서술하는가 하면, 섬이 탄생한 순간을 그리기도 하고, 지금 섬의 모습을 직접 가보기라도 한 것처럼 설명함으로써, ‘지도학은 詩學의 한 장르로 자리 잡아야 하며, 지도는 문학으로 대접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레드닷디자인어워드’ 수상작이며, 프랑스, 일본을 비롯한 19개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무엇이 여자를 분노하게 만드는가 | 해리엇 러너 지음 | 이명선 옮김 | 부키 | 312쪽
여성 인류 전체를 대표하는 선구자로 평가받는 저자가 30여 년 전 출간한 이 책은 3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누적판매부수 300만부를 돌파해 세대를 뛰어넘는 여성학의 교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책은 단순한 분노 대처법 수준을 넘어서 여성들이 어떻게 분노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며,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키고 성장과 독립을 이뤄낼 수 있는지 설명해주는 한편, 분노가 성별을 가리지 않는 보편적인 감정이라는 점에서 남성들의 변화와 성장에도 도움을 준다. 저자는 화내고 비난하며 싸우는 대신, 분노를 변화를 위한 도구로 삼기 위해 자기 자신을 분명히 하는 법, 적절한 대화 기술, 과거로 돌아가려는 반응에 대처하는 법, 관계에서 자신이 하는 역할을 관찰하고 알아차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화 | 강우방 지음 | 다빈치/여름언덕 | 536쪽
선명하고 다채로운 색감, 파격적인 화면 구성, 현대성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민화는 지금껏 한국회화사에서 외로운 섬 같은 존재였다. 조선 후기에 불쑥 등장해,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무명의 화가가 그린 그림을 뭉뚱그려 일컫던 민화의 정의에 저자는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한다. 저자는 민화에 삼국시대에서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에 걸쳐 전해 내려온 조형과 상징이 온전히 살아 숨 쉬고 있으며, 단순히 모방하는 것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과거의 전통을 잘 익힌 훈련된 화가가 아니면 그려낼 수 없는 상징들로 가득한 세계가 바로 민화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조형 분석을 바탕으로 민화가 화원 또는 화승 출신 화가가 그린 그림이라고 말하며, 고대로부터 연면히 이어져온 전통적 표현 원리가 궁중의 제재에서 벗어난 화가의 붓 끝에서 집대성되는 동시에 창조적으로 발전한 것이 민화라고 역설한다.

 

사람들을 위한 자본주의 | 루이기 진갈레스 지음 | 김석진, 박영준 옮김 | 한국경제신문 | 392쪽
한 설문조사에서 61%의 미국인이 ‘미국의 경제시스템은 부자들에게 부당하게 유리하다’라고 답했고, 77%는 ‘몇몇 부자와 대기업들이 너무 큰 힘을 갖고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전 세계 자유의 수호자 역할을 자임했으며,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임을 내세웠던 미국의 자본주의에 대한 신뢰는 점차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줄 거라 믿었던 미국시민들은, 개혁을 주도해야 할 정부가 시장을 지배하는 대기업과 기득권 세력에 의해 포획돼 있음을 알고 분노했다. 미국의 자유시장 시스템의 수혜를 입은 경제학자인 저자는 미국의 자유시장의 개념이 견고한 기업들의 이해관계들에 의해 점차 장악돼 미국 민주주의의 균형상태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지적하고, 친시장 원칙이 어떻게 친기업 세력에 의해 압도됐는지를 설명한 후, 자유와 번영에 이르는 자본주의의 길을 모색한다.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 장영란 지음 | 서광사 | 264쪽
누구나 좋은 삶을 살고 싶어 하지만 좋은 삶이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다. 그리스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현재 국내에서 좋은 삶에 대한 논의가 경제학, 정치학 또는 자기계발 쪽에서 다뤄지고 있는 상황을 보며, 현대 철학은 분과 학문으로서 세분화된 주제를 분업화해서 다루고 있기에 ‘좋은 삶은 무엇인가’를 핵심적인 주제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파편화된 이야기, 비본질적인 이야기로 채색된 ‘좋은 삶’ 담론 속에서 저자는 좋은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에, 인간이 존재하는 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성찰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하며, 고대 그리스 신화로부터 철학에 이르기까지 좋은 삶에 대한 사유의 기본 구도를 탁월성, 영혼, 훈련, 치유 등 네 가지 측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천 개의 태양보다 밝은 | 로베르트 융크 지음 | 이충호 옮김 | 다산사이언스 | 580쪽
1961년 번역됐다가 절판된 과학논픽션의 고전이 재출간됐다. 미국과 독일의 핵무기 개발프로젝트를 다룬 이 책은 핵분열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과학자들의 도덕적 고민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원자폭탄 개발에 직, 간접적으로 참여했던 과학자들의 개인적인 일상과 주변의 구체적인 정황들을 보여주는 이 책은, 북한의 비핵화 움직임과 맞물려 있는 이 시기에 국제사회가 핵무기를 바라보는 시각을 시대배경과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하이젠베르크가 보낸 편지 및 미국의 물리학자들이 원자폭탄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작성된 프랑크 보고서 등의 자료들이 함께 수록돼 있으며, 원자폭탄은 무엇 때문에 어떻게 개발됐는지, 그 ‘악마의 일’을 막기 위해 사람들은 어떤 시도를 했는지, 독일과 러시아의 원자폭탄은 어땠는지, 정치인과 연구원의 관계는 무엇이었는지 수년간 풀리지 않던 의문들을 해소해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