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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학과 중도탈락률 일반학과 두 배 ⋯ 교육부 “내실화 노력할 것”
계약학과 중도탈락률 일반학과 두 배 ⋯ 교육부 “내실화 노력할 것”
  • 문광호 기자
  • 승인 2018.08.06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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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계약학과 설치·운영 규정 제정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더 수업을 들을 수 없습니다. F만 피해주십시오”

성적 부여를 앞둔 ㄱ교수는 난감하다. 수업에 제대로 출석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F를 줘야 하지만 회사 생활을 병행하며 공부한 학생의 처지도 이해가 된다. 게다가 이번 학기면 산업체와 계약 기간도 끝나 학생이 만회할 기회도 없다. ㄱ교수는 “학생들을 어느 수준까지는 교육시켜야 하지만 수학능력도 천차만별이다. 게다가 일을 끝내고 온 학생들은 지쳐서 수업에 잘 집중하지 못한다”며 답답함을 표했다.

학생·교육 과정 관리의 난항으로 계약학과 교육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달 10일 「계약학과 설치·운영 규정」(교육부고시)을 제정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그동안 행정지침에 불과하던 ‘계약학과 운영요령’을 시행령에 근거한 고시로 제정했다는 점에서 계약학과 운영에 더 힘이 실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계약학과 운영상의 어려움을 해소할만한 실질적인 조치들은 빠졌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계약학과는 2003년 기업, 국가, 지방자치단체가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만들어진 특별 교육과정이다. 현재는 ‘재교육형’과 ‘채용조건형’으로 구분돼 산업체가 교육경비의 50% 이상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재교육형, 직장인 학생들 교육 힘들어

교수들은 계약학과 수업이 다른 수업보다 교육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재교육형 계약학과의 학생 대다수는 직장인이다. 때문에 업무 시간을 피해 야간이나 주말에 수업을 듣는다. 공부만 하는 학생들에 비해 수업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계약학과 학생의 중도탈락률도 높다. 지난해 기준 전국 217개 일반대(캠퍼스 포함)의 중도탈락률은 4.1%지만 계약학과의 중도탈락률은 8.5%로 2배 이상이다. 계약학과의 중도탈락률을 상승시키는 요인은 학생들의 자퇴와 미등록이다. 계약학과의 자퇴, 미등록 비율은 전체 평균보다 각각 약 8%, 12% 정도 높다. 중도탈락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김광제 전국대학연구산학협력관리자협의회 사무국장은 “기업에서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는 여건을 잘 확보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신입사원이 교육을 받는다는 이유로 눈치를 봐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규정상의 한계로 학적을 유지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이번에 개정된 ‘계약학과 설치·운영 규정’ 제21조에 따르면 퇴직한 학생이 학생신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졸업에 필요한 학점의 2분의 1 이상을 취득하거나 퇴직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동종업계(표준산업분류의 중분류 기준)에 취업해야 한다. 이보근 동아대 교수(산업공학과)는 “학생들은 재취업도 어려운데 중분류 조건을 맞추는 것은 더욱 힘들다고 토로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직무는 동일하지만 중분류 기준이 달라 취업을 해도 학적 유지 조건을 만족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교수는 “대분류로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사 운영도 어렵고 교육 성과도 떨어지다 보니 일부 교수들은 “대학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학위 장사를 한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김 사무국장은 “학령인구가 점차 줄어감에 따라 새로운 교육수요를 발굴해야한다. 선취업 후진학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대학 교육에 대한 인식이 변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대기업, 군에 편중된 채용조건형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입학과 동시에 채용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채용으로 이어지는 규모는 크지 않다. 현재 대학에서 운영 중인 계약학과 296개 중 채용조건형 학과는 21개, 채용조건형 취업자는 260명에 불과하다. 한 해 대학 졸업생이 34만8천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계약학과를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나마 채용되는 졸업생의 대부분도 특정 기업과 기관에 편중돼 있다. 전체의 40% 정도인 99명의 계약학과 졸업자(경북대, 성균관대)는 삼성전자에 취업했다. 58명의 계약학과 취업자를 배출한 대구한의대를 제외한 나머지 취업자들은 모두 국방부, 해군 등 장교와 군사전문가를 양성하는 학과들에서 배출됐다. △삼성전자 △군 △대구한의대를 제외한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의 취업자는 전무한 셈이다. 2012년 채용조건형 계약학과가 첫 취업자를 배출할 때만해도 동국대 다솔회계학과, 가천대 게임프로젝트학과 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폐과됐다. 

산학 관계자들은 채용조건형 계약학과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로 기업과 학생의 시각차를 지적한다. 경북대 산학협력단장을 맡고 있는 최제용 전국대학교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협의회장은 “경북대 계약학과만 해도 삼성전자 취업이 보장됐음에도 월등하게 인기가 많지는 않다”며 “요즘 학생들이 대기업에 들어가서 얼마 안 있다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기업이 젊은 사람들의 기호를 맞춰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계약학과를 운영할 여력이 안 된다”며 지역적 격차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육 내용 내실화가 우선 과제 

교수와 대학이 학생 교육과 산학 협력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계약학과를 담당하고 있는 정종필 교수(스마트팩토리융합학과)는 “학생들을 충분히 교육하지 못하고 졸업시키면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본다”며 “졸업 요건, 교육 과정 등을 비계약학과 학생들과 동등하게 운영하면 부정적인 시각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산업체에 80여 차례 특강을 나갔다. 그는 “기업을 찾아다니면서 스마트팩토리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며 계약학과는 기업과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계약학과 내실화와 학생 편의를 균형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계약학과는 정원 외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 모집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고영종 교육부 교육일자리총괄과 과장은 “학생을 무사히 졸업시키는 것만이 계약학과 개설의 목적은 아니다”며 “앞으로도 계약학과 내실화를 목표로 규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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