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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신아영 아나운서
Interview 신아영 아나운서
  • 양도웅
  • 승인 2018.07.26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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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월드컵, 아나운서.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단어들이 한 사람의 인생을 설명할 수 있을까. 지적이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진행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신아영 아나운서라면 가능하다. 신 아나운서는「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질문 있는 특강쇼-빅뱅」 등으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하버드대를 나와 아나운서가 되기까지 삶의 중요한 순간에 신아영 아나운서는 무슨 고민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대입이라는 중대사를 앞둔 학생들이 궁금해 할 질문을 모아 지난 19일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신아영 아나운서를 만나봤다.

인터뷰: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정리·사진: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문광호 기자 moonlit@kyosu.net

* 고등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고교입시정보지 <대나무-대학은 나에게 무엇인가> '수시특집' 34호에 실린 글입니다

 

신아영 아나운서 ⓒ씨그널엔터네인먼트

▲ 월드컵 때문에 한동안 많이 바쁘셨을 것 같아요. 
“<KBS> 중계팀에 합류해 정말 뜨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직접 러시아에 가진 못했지만 스튜디오에서 경기 리뷰를 했어요.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독일 대표팀을 꺾은 팀으로 조명 받는 등 다양한 스토리가 많이 쏟아져 정신없이 보냈어요. 지금은 살짝 쉬어가는 시간인데, 여전히 감사하게도 바쁘게 살고 있어요.”

▲ 이화외고, 하버드대 역사학과…. 누가 봐도 학창시절 모범생이었을 것 같아요. 
“딱히 모범생은 아니었어요. 야간 자율학습도 많이 빠졌고, 지각도 많이 했어요. 수업 빠지고 몰래 학교 근처 정동극장으로 영화 보러 간 적도 있어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본 게 기억나요.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자율학습 시간을 많이 주셨는데, 그걸 악용해 병원 간다는 핑계로 조퇴증을 쓰고 빠져나오기도 했어요(웃음).” 

▲ 하버드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정말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고등학생 때 역사 수업이 정말 재밌었어요. 특히 세계사 수업이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어렸을 때 옛날 얘기를 듣는 걸 좋아했어요. 이솝우화부터 여러 그림동화까지, 엄마가 읽어주던 기억이 생생해요. 그런 이야기들이 결국 역사에 다 스며들어 있던 것 같고, 그 지역과 그 나라, 그곳의 문화 또한 역사에 스며들어 있는 것도 같고, 그게 왜 그럴까 생각해보는 게 즐겁기도 했고요. 커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주는 힘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 국외 대학으로 진학을 결정한 계기가 있었나요?
“고등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해요. 역사를 좋아했지만, 수학을 잘 못해 문과를 선택했어요. 그런데 학교에서 수능 대비 수학 공부를 너무 많이 시키더라고요. 그것에 대한 반발심으로 '그렇다면 밖으로 나가자'고 생각했어요. 좀, 극단적이죠(웃음). 그리고 어렸을 때 잠깐 미국에 살았던 적이 있는데, 그때 참 행복했어요. 그 시절의 기억이 무의식에 남아 유학을 생각했던 것도 같아요. 가도 괜찮겠다고.”

▲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독일어. 4개 국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학생들도 외국어가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배우는 데 참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
“힘들어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언어는 시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고등학교에서 왜 시험을 봐요. 외고 다닐 때, 제2외국어가 독일어라 독일어 공부를 참 많이 했어요. 문법 외우고, 단어 외우고, 시험 보고. 물론 이게 도움이 안 되지는 않지만, 고등학교 시절 그 말랑말랑한 머리로 언어를 그렇게 배우는 게 ‘참 그렇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자기 나라 언어는 다 하잖아요. 프랑스 사람들은 프랑스어를 하고, 미국 사람들은 영어를 하고. 애기 때부터 소통을 위해 본능적으로 하는 행위가 언어인데, 문법 외우고 작문하고 문법 잘못된 것 고치고. 그렇게 한다고 언어가 정확하게 배워질까 싶은 거죠. 그저 시험을 잘 보는 것밖에는 의미가 없잖아요. 힘들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배우면.”

▲ 교육 방식에 불만이 좀 많았나 봐요(웃음). 
“언어는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하잖아요. 단어 하나하나에,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 들어 있잖아요.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그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해요. 독일어라면 독일이라는 나라나 문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죠. 물론 현실적으로 시험을 봐야 하는 학생들에겐 어쩔 수 없는 면도 있겠죠. 읽고, 쓰고, 말하는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처럼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엔 동의하기 참 힘들어요. 이제 좀 바꿀 때도 되지 않았나요?(웃음)”

아나운서는 말을 하지만, '자기 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작 아나운서에 대해선 잘 모른다. 이번 인터뷰에서 신아영 아나운서는 자신만의 '철학'을 마음껏 펼쳐놓았다. 

▲ 선생님들과의 관계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지금 돌이켜보면, 조금 지나쳤다는 생각도 드는데, 불만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어른들이 하는 말에 대한 불만이 많았어요. 아 불만이라기보다는 의심이 많았다고 해야 하나?(웃음) 예를 들어, 선생님들이나 어른들이 ‘이걸 해야지’라고 말씀하시면 ‘왜요? 이걸 왜 배워야 해요?’라고 여쭙곤 했어요. 그런 질문을 한다고 선생님이나 어른들이 저를 혼내지는 않았지만 ‘아영이 너는 왜 그게 궁금하니’ 그런 반문을 많이 받았죠. 하지만 왜 해야 하는지, 그것에 명쾌한 대답을 안 해주시면 그 선생님이나 어른들에게 믿음을 주지 않았어요. 곧이곧대로 학습하지 않았어요. 선생님도 모르는 게 있을 수 있고, 틀릴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 그런데 어떤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시험은 봐야 하잖아요. 잘 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을 테고.
“그렇죠. 좀 오만하게 들릴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시험은 내가 봐줄게, 원하는 정답으로 말해줄게’라고 생각하며 시험을 봤어요. 틀리면 자존심 상하니까(웃음). 그런데 저는 학생들이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본인이 갖고 있는 사회나 어른들에 대한 ‘불만’을 훗날 본인이 원하는 에너지로 바꿔 쓰려면, 어쩔 수 없이 이 사회의 구성원이다 보니 사회 언어를 어느 정도 수용할 필요가 있어요. 어른들과 사회가 불만족스럽고 못마땅해도, 어른들이 부족해서 불안정하고 부족한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줬으면 해요. 그럼 지금 하는 공부들이 마냥 지루하거나 괴롭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해요. 학생들의 불만이 분명 정당한 것이기도 하니까” 

▲ 이런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했던 건가요? 
“어느 정도는 이런 생각을 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 들어 ‘이런 말을 일찌감치 누군가가 해줬으면 참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 하버드대 졸업 후 한국에 돌아오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한국에 와서 우선 쉬고 싶었어요. 그리고 쉬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찾아보다 졸업 전에 도미니카에서 했던 봉사활동이 떠올랐어요. 의사 선생님들과 함께 한 의료봉사였는데, 저는 아이들을 돌봐주는 역할을 했어요. 그냥 아이들과 놀아주는 거죠. 근데 그게 너무 재밌는 거예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어요. 그때 어렴풋이 이거를 업으로 삼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교육에도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니까. 그런 생각을 하다, ‘뽀미 언니’가 하고 싶은 거예요(웃음). 그리고 제가 선생님들께 불만이 많았다고 했는데, 유치원 선생님들과의 기억은 좋은 기억이 많았어요. 아마 그 영향도 무시하지 못할 것 같아요.”

 

"(학생들이) 어른들과 사회가 못마땅해도, 어른들이 부족해서 불안정한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줬으면 해요. 그럼 지금 하는 공부들이 마냥 지루하거나 괴롭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요. 학생들의 불만이 분명 정당한 것이기도 하니까." 

 

▲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요?
“저는 결정을 내린 뒤에 부모님께 말씀 드리는 스타일이에요.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통보죠, 완전(웃음). 부모님 속을 많이 썩인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있어요. 하지만 어느 정도는 그게 옳다고 생각해요. 굳이 부모님의 칭찬이나 부모님의 인정을 받으려고 안하셔도 괜찮다 생각해요. 인정 안 받고 행복한 게 나아요. 인정받고 불행한 것보다.”

▲ 이 인터뷰를 학생들은 다음주에 보게 돼요, 바로 여름방학 때. 이때는 뭘 해야 하나요?
“사실 놀라고 말하고 싶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노는 게 어려우니 좀 안타까워요. 방학 때 보충 많이 하잖아요? 학생들이 더 잘 알겠지만, 저는 취약 과목보다는 잘하는 과목에 집중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 아쉬운 건 없나요?
“있지만, 노는 것에도, 공부하는 것에도 최선을 다했다 생각해요. 단지 선생님이나 학교를 떠나서, 선생님과 학교를 너무 비판해서 그런 건 아니고(웃음), 내가 좀 더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성숙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걸 해야 한다, 저건 하지 마라. 이런 말을 너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 나이는 정말 섬세한 나이인데. 좀 더 부드럽게,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는 말을 어른들이 해줬으면 어땠을까 싶은 거죠. 인생은 되게 긴데 말이죠. 다시 어른들을 비판하게 되는데(웃음), 고등학교 3년 안에 인생이 결정된다는 말씀을 너무 많이 하시니까. 사실 그렇지 않은데. 하지만 이제 저도 어른이죠. 그러니 학생 여러분도 제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자신과 맞지 않다 생각하면 구겨서 버리시면 돼요.(웃음)

▲ <EBS> 「질문 있는 특강쇼-빅뱅」을 진행하며 한 분야에서 ‘스페셜’함을 이룩한 분들을 많이 만나고 있어요. 그분들의 공통점이 있나요? 
“대부분 특이하시더라고요. 나쁜 의미로가 아닌 좋은 의미로. 학교에서 가르쳐준 대로만 했으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체제를 깨려면, 체제를 완벽하게 알아야 해요. 학생들이 이 점을 꼭 알았으면 좋겠어요.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는 독창적인 생각을 할 수 있으려면,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을 완벽하게 알아야 한다는 걸 말이죠. 반항기를 ‘소득적’인 에너지로 돌렸으면 해요.”

신아영 아나운서 ⓒ씨그널엔터네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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