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 예산 1%를 학술DB 구독에 지원해 달라” 
“국가 R&D 예산 1%를 학술DB 구독에 지원해 달라”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8.07.09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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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성 한국사립대학도서관협의회장 인터뷰

지난 3월 1일, 동산도서관장으로 부임한 최재성 계명대 교수(통계학과)는 관장 부임과 동시에 사대도협의 首長으로서의 역할을 시작했다. 1년이라는 결코 길지 않은 임기이기에 전임 회장교들의 수행했던 사업들만 잘 추슬러도 될 텐데, 최재성 사대도협회장은 대학도서관들이 처한 難題부터 파악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해마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학술DB구독료로 인해 대학도서관들이 설비, 사서에게 투자할 예산이 압박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지난 4월, 최재성 사대도협회장은 사대도협 도서관장들이 모인 도서관장회의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전국 대학도서관들이 학술DB 구독료로 쓴 금액을 합쳐보면 2천700억 정도(2016년 기준)다. 2019년 국가 R&D 예산이 19조 정도 된다는데, 1%예산을 학술DB구독료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 지난해 거대 학술DB 업체들과의 갈등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 최재성 사대도협회장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지난 5일, 제33차 실무자 워크숍에 참가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주=글·사진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지난 4일부터 사흘간 제주도의 서귀포 KAL 호텔에서 열린 사대도협 제33차 실무자 워크숍에 참석한 최재성 사대도협회장.
지난 4일부터 사흘간 제주도의 서귀포 KAL 호텔에서 열린 사대도협 제33차 실무자 워크숍에 참석한 최재성 사대도협회장.

△이번에 열리는 실무자 워크숍은 어떤 행사인가요?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면서 도서관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는데요, 인공지능과 결부된 환경의 변화들이 도서관에 유입됨으로써 도서관 시설의 변화부터 도서관의 역할, 또 사서의 전문성까지 사서들이 고민할 부분들이 많아졌어요. 이번 실무자 워크숍을 통해서 사서들이 갖고 있는 문제라던가, 학술적 지식 정보도 공유하고요, 나아가 미래의 대학도서관이 어떤 모습을 지향할 것인지 한 번 더 정리하고 숙지하면서 익혀 나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사대도협은 관장, 관리자, 실무자급 회의를 매년 개최하는데요, 다양한 프로그램도 좋지만, 관장, 관리자, 실무자들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체가 다 모인다는 건 정말 큰 행사가 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수용할 장소도 마땅치 않죠. 저는 우선 지역간에 교류활동을 활발하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실제로 대전충남지역의 대충도협, 대구 경북 지방의 대경도협, 서울경인지역 등 지역별로 도서관들이 만나고 있고요. 이렇게 지역 간에 교류활동을 먼저 활발히 하다가 전국대학도서관대회에서 만나 정보를 공유하고 더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거죠.

△현재 사대도협의 가장 큰 이슈가 무엇인지요?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로 대학들 재정이 너무 힘들어졌죠. 도서관도 예외일 수는 없어서 예산이 많이 축소됐고 사서들의 사기도 저하됐어요. 그 얼마 안 되는 예산의 절반 이상을 학술DB를 구매하는데 쓰니까, 도서관이 설비도 바꾸고 새로운 디자인을 통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하는데, 그 투자부분의 여력이 전혀 없어진 거예요. 학술DB 구입을 위해서 구입자금이 적은 대학은 몇 천 만원, 중소대학은 5~7억원, 큰 대학은 100억 이상을 투자하는 게 현실이에요. 사대도협 회원교들의 구매액을 합산하면 일 년에 1860억 원 가량이 되는데, 이걸 교육부나 한국연구재단이 학술DB 비용으로 재정지원을 해준다면 어떨까 아이디어가 떠오른 거죠. 그래서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대학도서관연합회, 국립대학도서관연합회,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합니다. 이런 문제는 남이 해주는 게 아니라 도서관에서 일하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요. 다음 세대를 위한 기반을 갖추는 역할을 꼭 해내자고 설득하고 있어요. 또 구체적으로 법령 만들어서 법안으로 제안하는 게 필요하거든요. 우선적으로 시급한 부분이 있으니, 올해 추경예산으로라도 편성된다면, 그런 의지가 통한다면, 현장 실무자인 사서들이 믿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테고요. 그러면 사서들의 용기도, 꿈도, 열정도 되살아날 것 같아요. 도서관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대학의 자산을 지키는 것을 넘어 지역과 국가의 자산 그리고 우리의 정신을 지킨다는 책임감도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학술DB 업체와의 지리한 협상이 이슈가 됐습니다. 저널 최대 이용자인 교수 및 연구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거대 학술DB와 협상이 잘 안 돼서 결국 보이콧하는 사태까지 발생했죠. 돌아보면, 대학도서관 사서들이 좀 더 촘촘하게 학술DB를 점검해주시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봤으니 구독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들의 이용통계분석을 좀 더 면밀히 해서 우리 학교는 이 DB 구독하는 것이 좋은지 따져보고, 그 결과를 컨소시엄 협상팀과 공유하면 예산 낭비를 줄일 수도 있어요. 교수들은 사실 이용만 할 줄 알지 이 저널이 얼마인지에 대해 관심이 많이 없어요. 흔히 끼워팔기(big deal)이라고 말하는 구매 시스템도 잘 모르시죠. 저도 도서관 와서야 처음 알게 됐는걸요. 그러다 구독하던 저널을 갑자기 못 보게 되면 반발이 크시죠. 이럴 때 사서들이 삭감된 예산에서 필요한 저널을 최대한 구독할 수 있게 협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가끔씩 구독료 너무 올리는 상황에 목소리를 내주시면 더 좋고요.(웃음)

△한국의 대학도서관,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도서관도 시대 변화에 따라서 변모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서들도 좀 더 적극적이고 포용할 수 있는 자세로 변해야 하겠죠. 대학도서관은 연구와 학문의 산실이기 때문에, 이제 자료만 그냥 소장한다고 해서 도서관이 활용되는 게 아니에요. 사서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교육도 권장해야겠고, 공간적으로는 협업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해요. 새로운 세대들을 도서관으로 유입하려면 편안하고 안락한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도서관이 해줘야 하거든요. 결국 학생들이 좋은 품성을 갖추고 다양한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도서관이 활용될 때, 도서관의 역할이 증대되고 가치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겁니다. 

△남은 임기 중에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면요?
다시 한 번, 학술DB 구매에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단 걸 강조하고 싶어요. 결국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에 의해 더욱 발전해야 하는 나라입니다. 그러니 연구자를 위한 기반 조성을 국가가 해야할 때가 됐죠. 그걸 전부 사학과 학생 등록금으로 하는 건 아니죠. 국가에서도 변화가 있어야 해요. 과학자 양성, 연구자 양성으로 이들의 연구가 산업과 연결돼 새로운 창출이 나오는 건데요, 국가의 생존전략으로써 기반조성을 해야죠. 물론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을 받는 연구자들은 학술DB 구매비를 신경 쓸 필요가 없죠. 그런데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연구비를 받지 않는 과학자도 기본적으로 연구할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정보격차 해소라고 말하는데요, 국가로부터 연구비 받지 않는 연구자도 기본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학술DB를 지원해주면, 그들의 연구가 10년, 20년 축적되면 나라에 큰 기여를 할 시기가 오지 않을까요? 국가경쟁력을 키워나가는 부분이라 생각하면서, 정책 제안까지 갈 수 있도록 신기남 도서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님과도 긴밀히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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