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적 이분법 뛰어넘는 인도의 예술정신
국제갤러리에서 지난 5월 21일부터 6월 29일까지 아니쉬 카푸어의 조각전이 열리고 있다. 인도 봄베이 출신의 이 작가는 1970년대부터 런던에 거주하면서 브론즈, 사암, 석판 등 재료의 깊이 있는 해석과 안료의 서정적 강렬함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온 거장이다. 국내에는 지난해 해외작가 공동전에서 작품 한 점이 전시된 것이 전부인지라 이번 개인전은 카푸어의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최초의 기회인 셈이다.
카푸어의 공간적 미학은 '존재와 부재', '유형과 무형', '정신과 물질' 같은 근대적 이분법을 해체하고 넘어서려는 그의 철학적인 시도와 만날 때 완성된다.
카푸어의 국내소개가 너무 늦었다고 말하는 이영철 계원예술대 교수(매체예술학과)는 카푸어의 작품이 "그 자체로 개별적 완결성을 지니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잃지도 않는다는 점이 독특하다"라고 지적한다. "주변환경과 완벽하게 어울리도록, 즉 작품이 상황을 흡수하면서, 상황에 의해 작품이 만들어지는 점"에 감상의 포인트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카푸어의 오브제는 상황에 흡수되면서 자신을 잃게 되지만, 그만큼 공간과 상황을 자기 내부로 끌어들여 일체화시킨다는 설명이다.
제3세계 출신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작가답게 카푸어는 현대적 기법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도, 이면에는 인도에서의 생활과 그곳의 殘像을 작품 속에 섞어 넣음으로써 서양미술의 '균형 감각' 너머의 어딘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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