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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대학이 내몬 막다른 골목의 悲慘
정부와 대학이 내몬 막다른 골목의 悲慘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3.06.09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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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 교육부, 대학, 교수사회가 만든 상자 속에서 죽어간 시간강사

“‘상자속의 사나이’가 생각난다. 내가 그 주인공이었다는 걸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그 사람처럼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라 나는 많은 경제적 부담과 문제점을 남기게 된다.”

생활고와 미래에 대한 절망감에 지난달 30일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백 아무개 시간강사(34세, 러시아문학)가 남긴 유서의 일부분이다. 러시아 작가 체홉의 ‘상자속의 사나이’가 융통성 없는 사고방식과 꼼꼼함 때문에 이웃의 놀림꺼리가 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 것처럼, 백 강사도 스스로의 학문적 능력부족과 경제적 무능력을 비관하고 자살했다. 그러나 그의 죽음에 대해 개인적 나약함만을 탓할 수 없는 것이 오늘날 대학 시간강사들이 처한 현실이다.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다른 시간강사는 “사회적으로 꽉 막혀 상자처럼 출구가 없고 전망이 보이지 않는 다”고 말했다. 더 힘들지만 생활하는 강사들도 있는데 극복하지 못한 것은 안타깝지만 심정적으로는 백 강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국립대학의 시간 강사료가 인상되고, 미취업 박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술지원정책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들의 갈증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 나마도 대부분 한시적이고, 프로젝트 위주로 진행되다보니 신분의 불안함은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시간 강사료를 대학평가에 반영해야

교육인적자원부는 2001년 정책연구과제로 ‘대학의 강사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연구’를 실시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교육부는 정책연구과제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정책으로 시행하면서 하나둘 풀어갈 문제라고 하지만, 다른 문제들에 비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새정부 들어서도 전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이하 비정규직 교수노조)이 수 차례에 걸쳐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면담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려고 했지만, 다른 일정에 밀려 아직도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교수신문이 입수한 정책연구과제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위해 △시간강사의 교원인정 △계약기간을 1년 이상으로 보장 △비정규직 교수 자격제한 △강사채용 투명성 보장 △급여 현실화 △office hour 인정 등 각종 수당 지급 △기초학문연구소 설치 △대학강사의 지위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을 제안했다. 일부 교수들은 수 년전부터 강사들에 대한 처우를 대학재정지원평가에서 반영해 강사료 인상을 유도하자고 주장했지만 아직까지도 이러한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2002년 현재 전국의 4년제 대학에서 외래강사들이 담당하는 강의는 교양과목 54.6%, 전공과목 31.3%에 달한다. 실질적으로 대학교육의 상당부분을 담당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법적, 금전적 처우 개선책은 대학의 재정형편 등을 이유로 도입이 유보되고 있다. 대학은 강사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정부는 이를 방관하고 있는 셈이다.

노동부보다 못한 교육부

오히려 강사에 대한 시각을 보면 교육부보다 노동부가 전향적이다. 노동부는 시간강사들에 대해  “종속적 지위에서 근로(정신노동 또는 육체노동)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 받을 경우에는 근로자로 볼 수 있다”며 근로자에 해당하는 정당한 대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시간강사들도 산재보험을 가입시키라고 처분하기도 했다.  

그러나 낮은 강사료에 기대고 있는 대학은 이에 대해 난색을 표명했다. 심지어 최근 전국사립대학행정관리자협의회는 시간강사들을 산재보험에 가입시키라고 처분하자 이에 대해 불복하기 위해 수억원대의 수임료를 걸고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교육부는 교원이 아니라고 내치고, 대학은 근로자가 아니라고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시간강사 생활을 경험한 교수사회도 강사문제에 대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전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은 조합활동의 최대 걸림돌로 ‘교수사회’를 지목했다. 강사들이 ‘비정규직교수노조’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조합원가입을 하지 못하는 것은 전임교수로의 길이 막힐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며, 이는 교수사회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강사료 책정에서 올려달라고 거들어주지는 못할 망정,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강사노조위원장들이 강의를 배정받지 못하는 현실도 이를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한 강사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상자’는 교육부, 대학, 교수사회인 것이다. 

시간강사 처우개선책

‘대학의 강사제도개선을 위한 정책연구’팀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인문․사회․이학․공학분야에서 배출될 박사와 현재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박사들까지 포함하면 3만 4천여명이 시간강사 등 불완전한 위업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고급인력 수급조절 실패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시간강사 문제는 더 이상 일시적인 시혜성 사업으로 미룰 성질이 아니다.

지난달 자살한 백 강사는 유서에 “지난 1년은 더 이상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의 날들이었다”고 적었다. 대학에서 받은 강사료는 매달 50만원 정도, 여기에 지난해 학술진흥재단의 연구과제에 참여하면서 매달 1백50만원의 연구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월수입 2백만원이면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러나 대학의 강사료는 방학이면 끝나고. 학진의 연구과제는 일시적이며 백 강사의 전공과도 거리가 있었다. 한시적인 연구과제 사업이 시간강사들과 미취업 박사들의 처우개선에 한계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시간강사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구조적인 접근이 절실하다. 


비정규직을 없애자

시간강사 처우개선에 대해 ‘전국비정규직 교수노조’는 교수를 충원해 시간강사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견해다. 교육부가 집계한 ‘2002학년도 대학별 교수 확보현황’에 따르면 전국 1백82개 4년제 대학의 교수확보율(겸임․초빙교수 포함)은 60.9%, 최근 2년 연속 확보율이 올랐지만 이는 2001년부터 초빙교수도 교수확보율 산정 때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실제 대학의 전임교수 기준의 교수 확보율은 55.1%에 그치고 있다. 전국의 대학이 교수확보율을 100%로 올리려면 약 4만명 정도의 교수를 더 임용해야 한다. 


동일노동에 동일한 임금을

특정한 과목에 한해 전임교수를 확보할 수 없다면, 시간강사들에게도 교수와 같은 비율로 강사료를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수가 학생지도, 행정업무까지 담당하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교수와 시간강사의 강의료는 많게는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차이가 보통 2배 ~ 4배인 것을 고려하면 대학사회의 임금구조는 어느 직종보다도 비정상적이다.   

교수 임금을 정부가 부담하라

사립 중․고등학교 교사의 임금을 정부가 지급하는 것처럼 대학교수의 임금을 정부가 책임지고, 대학의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정지원 없이 교수확보율을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001년 공공재원 비율은 오스트리아 98.9%, 프랑스 85.5%, 영국 62.7%, 미국 46.8%인데 반해 한국은 16.7%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대학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다하라는 요구다.  


학술기구를 설립하자

‘대학의 강사제도개선을 위한 정책연구’팀은 기초학문분야를 위한 연구소를 지역별로 설립해 강사직에 있는 박사인력들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초학문분야의 연구들이 직접적이고 가시적이지 않아 민간 기업에서 인력을 활용 할 수 없다면, 국책연구소를 설립해 연구자에게 연구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책연구소의 기능이 인력수급에서 시장의 실패를 보완할 수 있는 기능을 수행하고자 한다면 기초학문분야가 가장 필요한 분야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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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koman 2003-07-12 14:08:21
아무런 연줄도 없어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시간강사로만 10년 넘게 버티고 있는 무능력한 사람이다. 이제 시간강사 짓도 그만해야 되지 않겠는가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뇌이면서, 여기에 글을 올린다는 것 자체도 사실상 아무짝에도 쓸 데 없는 것임을 잘 알고 있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울분을 토로할 데가 없기 때문에 하소연 삼아서 글을 올린다.

내가 듣기에는 참 웃기는 이야기이다. 시간강사의 직위를 어떻게 할 것이고 처우를 어떻게 개선하면 될 것이고 건강보험을 어떻게 하면 될 것이고..... 모두 귀를 솔깃하게 하는 화려함의 극치에 달한 말이지만, 과연 이것들이 한꺼번에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이런 말은 이미 내가 시간강사를 처음 시작할 10여년 전에도 논란이 되었던 것인데, 이 중 현실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고 교육부나 학교 당국은 시간강사료만 인상하는 식으로 버티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간강사 한사람이 죽었다고 해서 앞으로 이 문제가 달라질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웃기는 발상이다(그나마 서울대 강사가 죽었기에 망정이지 다른 대학 출신의 강사가 비관, 자살했다면 과연 사회문제가 되었을 것인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죽은 사람이 잘 죽었다는 것은 아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다른 것은 모두 차치하고서라도 10여년 전부터 내가 주장하는 것은 오직 한가지, 방학 때도 시간강사료를 달라는 것이다. 시간강사들을 방학 때 아무런 수입도 없이 버틸 수 있는 수퍼맨과 같은 탁월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로 오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들도 먹고 살 수 있는 돈이 있어야 할 것이며 그렇다면 그들에게도 최소한의 강사료를 지급해야 할 것이 아닌가? 방학 때 강의를 하지 않아서 강사료를 줄 수 없다고 한다면, 현직 교수들도 강의가 없긴 매한가지 아닌가? 그런데 교수들에게는 월급을 지급하면서 강사들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는 것은 무슨 처사인가?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현실성이 없는 되지도 않는 미사여구를 남용하면서 대다수의 시간강사들을 또 한번 죽일 것이 아니라, 우선 방학 때도 학기 중과 동일한 강사료를 지급하는 것이 당면과제임을 역설하면서, 아무런 메아리도 없을 넉두리만 늘어놔 본다.

강사 2003-06-13 15:09:03
교육부의 관리들의 직을 교수와 강사 그리고 초중고선생님 및 학부모 대표둘의 로테이션 보직으로 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