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9-16 17:43 (월)
양분된 전통철학과 서양철학 넘어 합리적인 ‘우리철학’ 재정립 시급
양분된 전통철학과 서양철학 넘어 합리적인 ‘우리철학’ 재정립 시급
  • 김현우 조선대 우리철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 승인 2018.05.28 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선대 우리철학연구소 「우리철학 어떻게 할 것인가?」 학술대회 참관기

5월, 조선대(총장 강동완) 장미원에 핀 형형색색 장미는 여름의 길목을 알리고 있다. 진한 장미향과 함께 지난 11일에는 조선대 우리철학연구소(소장 이철승)에서 주최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우리철학연구소는 지난 2014년에 설립된 신생연구소로 그동안 ‘우리철학’의 정립을 위해 노력해왔다. ‘우리철학’이란 한국의 문화지형 안에서 전통철학과 서양철학을 주체적으로 재정립한 철학 또는 그 작업이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우리철학연구소는 지난 2015년부터 ‘우리철학 어떻게 할 것인가?-근대전환기 한국철학의 도전과 응전’이라는 주제로 한국학중앙연구원 총서사업을 수행해 왔다. 이번 학술대회도 이 연구사업의 연장선에서 ‘서양철학의 한국화 및 우리철학의 성찰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한국인의 정서와 정신 반영하는 철학

이철승 우리철학연구소 소장은 개회사에서 일제강점기와 20세기 후반기에 한국의 제도권에 속한 철학계는 전통철학보다 서양철학이 주류를 이뤘고, 상당수의 학자들이 서양철학을 무비판적으로 소개했음을 지적했다. 한국철학을 포함한 동양철학자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통철학을 맹목적으로 옹호했는데, 우리철학은 바로 양분된 전통철학과 서양철학을 한국인의 정서와 정신을 반영해 보편을 지향하는 합리적인 재구성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축사에서 강동완 조선대 총장은 21세기 4차 산업혁명시대에 우리의 주체성을 담보한 우리철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성한 조선대 인문학연구원 원장은 우리철학연구소의 그간의 연구 성과를 설명하고 향후 한국철학계의 큰 연구소로의 발전을 기원했다. 김교빈 한국철학회 회장은 5월 민주화의 성지 광주와 우리의 철학의 재정립이 결코 다르지 않음을 밝혔다. 더불어 취업 위주의 대학교육에서 홀대받는 인문학 그리고 철학이지만, 긴 삶의 여정에서 가장 필요한 궁극의 자양분임을 밝히고 향후 우리철학연구소의 역할을 요청했다.

이어진 2부에서는 ‘서양철학의 한국화’를 주제로 그리스철학, 헤겔철학, 프랑스철학, 영미철학, 기독교철학, 마르크스철학 등의 6개 주요 서양철학 분야에서 장영란 한국외대 연구교수(철학과), 나종석 연세대 국학연구원 HK교수(철학), 류종렬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연구원, 이유선 서울대 교수(기초교육원), 송명철 조선대 강사(서양근대철학), 김재현 경남대 강사 등 6명의 연구자들이 발표했고, 이강서 전남대 교수(철학과), 임경석 한양대 교수(철학과), 도승연 광운대 교수(교양학부), 이재영 조선대 교수(철학과), 최한빈 백석대 교수(서양철학), 설헌영 조선대 교수(철학과) 등이 논평했다. 3부에서는 ‘우리철학의 성찰과 전망’이란 주제로 지난 3년간 총서사업을 중간보고했다. 근대전환기 비유교철학은 김형석 경상대 교수(철학과), 유교철학은 김윤경조선대 연구원이 발표했고, 정규훈 총신대 교수(한국철학), 정상봉 건국대 교수(철학과)가 논평했다. 이후 토론은 서유석 호원대 부총장과 김교빈 한국철학회장이 좌장을 맡아 공동으로 진행했다.

한국의 서양고대철학 수용사

장영란 한국외대 교수는 「서양고대철학의 수용과 한국화의 전망과 진단」에서 한국에서 서양고대철학 수용사를 정리하고, 관련 연구에 나타난 한국화의 특징을 검토했다. 서구 철학의 기원으로서 그리스철학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한편, 한국 철학의 주체적 자양분으로 그리스철학의 변주를 요구했다. 나종석 연세대 HK교수는 「헤겔과 함께 헤겔을 넘어서」에서 근대이후 한국철학이 서구중심주의 담론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지적하고 대동민주 유교를 통해 서구 민주주의의 한계를 넘는 21세기형 새로운 민주주의의 모색을 주창하였다. 류종렬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서양철학 수용, 그리고 프랑스 철학의 위상」에서 근대이후 한국 철학계에서 독일철학과 영미철학의 위주의 편중을 지적했다. 이들 철학들은 현실과 괴리된 채 관념에 치우쳤고, 분단 고착화의 이론으로 작용했음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그 대안으로 프랑스 철학의 현실과 실천적 태도를 제시했다.

이유선 서울대 교수는 「영미철학의 수용방식과 우리철학의 가능성」에서 한국의 영미철학 연구 성과를 정리하는 한편 서양철학이라도 궁극적으로는 한국이라는 자신의 철학적 관점이 요청됨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 편협했던 ‘우리’의 경계를 허물고 국적, 문화, 인종에 상관없는 독창적이고 주체적인 논의의 확대를 주장했다. 송명철 교수는 「기독교 토착화의 필요성과 가능성」에서 먼저 유영모, 윤성범, 윤공식, 변신환 등의 기독교의 한국토착화 과정을 검토했다. 이를 근거로 반공주의, 타종교배척관, 미국식 근본주의 등을 극복하고, 예수가 추구했던 진정한 가치와 철학의 재현을 주장했다. 김재현 교수는 회고록 형식의 「한국에서 마르크스주의의 수용과 변화」에서 해방과 한국전쟁이후 단절됐던 마르크스주의가 1970년대 이후 한국사회에서 왜 그리고 어떻게 재형성됐는지를 경험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아직 우리사회에 잔존해 있는 경제 불평등, 계급구조, 성적차별 등을 위해 마르크스주의의 역할이 남아있음을 제기했다.‘

우리철학의 성찰과 전망’에서는 우리철학연구소의 ‘우리철학 어떻게 할 것인가?근대전환기 한국철학의 도전과 응전’ 연구를 중심으로 두 개의 논문이 발표됐다. 이 사업은 근대전환기 한국 전통철학의 양상을 ‘我’(이철승)·‘理’(홍정근)·‘心’(김윤경)·‘氣’(이종란)·‘實’(김현우)·‘敎’(김형석)·‘民’(이철승·이종란·김현우·이난수), ‘美’(이난수)의 8가지로 연구하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총서사업이다. 김형석 경상대 교수는 그 중 ‘교’·‘민’·‘미’의 세 주제를 묶어 「근대전환기 한국 종교·미학의 성찰과 전망」을 발표했다. ‘교’에서는 불교와 도교를, ‘민’에서는 4대 민족종교를 그리고 ‘미’에서는 근대전환기 미의식의 정립을 연구했다. 김형석 교수는 근대전환기 한국의 종교와 미의식은 당시 가장 심한 고통을 받은 기층민을 위로하고 그들을 새로운 시대로 인도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기층민 중심의 한국적 문제의식과 민족 자생이론을 규명하는 철학 연구도 제기했다. 김윤경 교수는 유교철학의 ‘리’·‘심’·‘기’·‘실’을 종합해 「근대전환기 한국 유교의 성찰과 전망」을 발표했다. ‘리’에서는 근대전환기까지 지속된 湖洛論辨을 통해 성리학자들의 보편성, 주체성, 타지인식, 민족의식 등을 고찰했다. ‘심’에서는 조선 후기 정제두(1649~1736)와 강화양명학의 초기 ‘實心實學’이 근대전환기 ‘조선학운동’과 ‘眞假論’으로 바뀌는 과정과 철학적 의미를 연구했다. ‘기’에서는 18세기 이후 조선에 유입된 서학의 과학관이 홍대용(1731~1783), 이규경(1788~1856)을 거쳐 최한기(1803~1879)로 전해지는 철학적 변천 과정과 기철학의 우리철학적 함의를 논증했다. ‘실’에서는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서세동점을 극복하기 위한 유교지식인들의 세계 이해와 외교적 대응에 대해 논의하고 20세기 초 <황성신문>과 <대한매일신보> 등의 문명개화의 의의와 한계를 지적하고 이후 박은식(1859~1925), 신채호(1880~1936) 등의 주체성의 형성을 기술했다. 이런 논의를 통해 김윤경 연구원은 이미 근대전환기에 전통철학과 외래철학의 주체적인 통섭이 시도됐고 이러한 시도는 지금 우리시대 그리고 앞으로 다가 올 통일시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주장했다.

서유석 호원대 부총장과 김교빈 한국철학회장이 진행한 종합토론에서는 ‘한국화’, ‘우리철학’, ‘주체성’ 등의 토론이 이어졌다. 우선 ‘우리철학’이라는 개념 문제가 제기됐다. 전통철학과 서양철학의 입장에서 본 우리철학의 내포와 외연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이어졌다. 이어서 우리철학의 성찰과 전망에 대한 기존 연구 성과를 확인하고, 향후 연구 방향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특히 한국철학의 주체성이라는 문제에서는 철학의 한국화를 통해 우리철학화를 확보하고, 이를 전지구적 보편성으로 확장하기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이번 학술대회는 우리철학연구소 3년 연구의 근대전환기 전통철학을 정리하는 마지막 회의이자, 우리철학의 대상을 서양철학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출발점이다. 근대전환기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서구철학의 주체적 수용이 어려웠다. 하지만 전후 신생국 중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우리 사회에서 철학의 주체화 즉 우리철학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학술대회는 근대전환기 강요된 문명개화를 넘고 우리의 주체적 관점을 회복하는 열린 공간이었다. 나아가 여기서 나온 다양한 논의들이 21세기 세계를 주체적으로 바라보는 자양분이 되길 기대한다.

 

 

김현우 조선대 우리철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으로 박사를 했다. 대표 논문으로
 「박은식의 기독교 수용과 양지론,  「대종교의 민족 정체성 인식」이, 공저서로 『한국유교리포트』가 있으면, 몽골국립생명과학대 교수,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을 역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