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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총장실'과 '연구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총장실'과 '연구실'?
  • 설유정 기자
  • 승인 2003.06.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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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재임 후 교수직 복직 논란

올해 초 임기를 마치고 '평교수' 신분으로 돌아간 한 교수는 "무거운 짐을 벗은 기분"이라고 말한다. "총장은 하나의 보직일 뿐"이라고 강조하는 ㄴ교수는 교수들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한 덕분에 별다른 '권위'나 '프리미엄'은 누리지 못했지만, 퇴임 뒤 원만하게 연구실로 '복귀'한 케이스다.
반면 지난해 초 임기 만료로 총장직을 퇴임하고 평교수 신분으로 돌아간 한 사립대 교수는 요즘 연구실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총장이 된 뒤 '변했다', '권위적이다'라는 등의 비난이 학 내에 있었던 것은 알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막상 퇴임하고 나니 동료 교수들과의 사이가 어색해져 수업에만 참석하며 '숨어지내듯' 하고 있다.
교수신문이 대학원대를 제외한 전체 1백82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2002년 1월 1일부터 2003년 6월 2일 사이 임기가 만료된 총장 74명 중 연임 20명, 정년퇴직 15명, 사망 2명을 제외한 나머지 37명 중 총 27명의 총장이 현재 교수직으로 복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 대학 총장 이직 2명, 고등학교장 이직 1명, 관료·기업체 대표 등 비 교수 출신 3명, 건강 등 개인 사유 4명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교수로 복직했으며, 특히 국공립대 총장은 대부분(80%)이 교수로 복직했다.
이는 96년 12월 30일에 신설된 교육공무원법 제24조 4항에 따른 것으로, 이 법에 의하면 국공립대학 교원으로 재직하던 중 총(학)장으로 임용된 자는 임기 만료 다음 날부터 다시 임용 직전 교원의 신분으로 복귀된다. 대구대, 영남대 등 사립대에서도 최근 이러한 항목을 신설하고 있고, 정관에 해당 내용이 없는 사립대의 경우 교육공무원법령을 따르기 때문에 사실상 대부분의 총장이 임기 뒤 교수직으로 복귀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찬성하는 교수들은 총장 임기 중 얻은 경험을 살려 대학 원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원래의 신분이 교수였던 만큼 자리를 뺏는 것은 가혹하다는 '온정주의'도 많다.
반면 "한 대학의 수장이었던 사람이 가만히 교육·연구만 할 수 있겠느냐"라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과거의 타이틀에 연연해하거나, 이곳저곳에서 대표직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기 때문에 학문에 전념하거나 학과에 충실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바뀐 환경에서 새로운 역할 구분을 명확히 받아들이는 데 교수사회가 유난히 미숙하다는 자성도 나온다. 
특히 불명예스러운 일로 임기 중 퇴진한 총장이 곧바로 복직한 대학에서는 보다 신중하게 복직을 검토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중론이다. 96년 이전에는 형식적으로라도 신규 임용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지금은 그 절차가 생략되기 때문에 물의를 일으킨 총장의 '자리 보전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
한 교수는 "연구실로 돌아와서 실패하는 총장의 경우는 대부분 일반 교수들과 거리를 두거나 대화가 단절됐던 경우"라고 강조하며 "행정수완이 뛰어나다면 그 쪽으로 나가고, 아니면 신임 교수 같은 열정으로 돌아와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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