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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교양교육은 대학 협력의 새로운 푯대가 될 수 있을까
의미 있는 교양교육은 대학 협력의 새로운 푯대가 될 수 있을까
  • 이시철 경북대 교수
  • 승인 2018.05.1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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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교육과 대학협력_ Yale-NUS College 사례의 시사점

인문교양(liberal arts) 교육과 대학 협력은 각각 지루하고 힘든 논쟁의 대상이다. 교육과정 개편 때 인문 및 자연분야 교양교육 논의는 교육 철학은 물론 전공/학과의 입장, 비정규 교수진의 이해관계와도 맞물려 쉽게 결론이 나기 어렵다. 이 주제와 관련, 외국 대학의 사례를 소개하고 쉽게 시사점을 찾으려는 것은 위험하다. 많은 ‘모범사례’에서조차 장단기 성과, 지속가능성, 민주적 과정 등 논란이 많다. 비교적 널리 알려진 일본 교토의 대학컨소시엄,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The Five Colleges’, 캘리포니아의 “The Claremont Colleges” 경우에도 크고 작은 문제점이 지적되지 않는가. 인문교양교육 또한 짧게 얘기하기에는 너무 심각한 주제이다.

2017년 하버드대 동문회보(<Harvard Magazine>), 라이벌 예일대의 대형 프로젝트를 취재한 기사가 실렸다. 주제는 교양교육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대상은 Yale-NUS College (이하 YNC), 즉 예일대와 싱가포르대 협력의 산물이었다.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로서 미국에서 힘든 일이 태평양 건너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전한다. YNC의 커리큘럼을 상세히 살피기는 적절치 않지만, 예일대 영문학/비교문학 전공의 저명 교수가 첫 학장으로 탄탄한 이론적 바탕 위에 동서양, 인문/사회/자연과학의 날줄/씨줄을 넘나들며 핵심/선택 과목을 구성한다. 소규모 클래스, 참여/토론 중심이다.

YNC는 “위대한 2개 대학이 협력해 (…) 아시아에 터를 잡되 세계를 지향”한다는 비전을 내세운다. 2013년 개교 이래 서구형의 인문교양대학을 추구한다. 예술,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아우르며 폭넓은 기초를 닦는 것을 강조한다(상당수 미국의 리버럴아츠 칼리지는 훌륭한 교육시스템과 높은 사회적 평가를 자랑한다. 하버드/예일/스탠포드 등 명문 종합대학과 Amherst, Williams College 등에 동시 합격했을 경우 어디로 갈까를 고민할 정도다). YNC는 재학생 800여명, 2만여 평의 부지로 싱가포르국립대 캠퍼스 안에 있다. 이 대학 안에 3개의 기숙대학과 함께 별도의 국제화 부서, 교수학습센터, 도서관을 운영한다.

이 신설 프로그램은 어떻게 평가되는가? 아시아 최초의 리버럴 아츠 대학임이 강조되며 재학생들이 직접 평가하듯이 많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소통능력 등 동반 편익과 함께 훨씬 흥미롭고 창조적인 인문학자/과학자가 배출될 토양이라는 평가가 많다. 싱가포르 국립대는 그 자체로 아시아권에서 손꼽히는 학교인데, 세계적 명성의 예일대와 손을 잡았으니 그 브랜드 효과가 어떻겠는가. 게다가 싱가포르 정부의 든든하고 장기적인 행재정 지원을 등에 업었으니, 학생/교수, 커리큘럼 측면에서 기존의 아시아 대학과 차별화하는 가운데 세계의 좋은 대학과도 경쟁할 뭔가를 제 3지대에서 창조해 낸다는 희망이다. 싱가포르 쪽에서는 교육과정에 대한 내부 비판 등이 있더라도 명품 예일 브랜드와 합쳐진 YNC 평가는 대체로 좋으며,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대개 동의되고 있다.

반면, 2017년 이후 예일대 내의 자체 평가 또는 교수/학생들의 분위기는 꼭 그렇지 않다. <예일 대학신문>(Yale Daily News)의 몇몇 기사에도 나타났듯이 꼭 긍정적인 시각은 아니다. 「이름뿐인 파트너?(Yale-NUS: A partner in name only?)」 제목에서 시사되는데, 2017년 5월 이 대학의 첫 졸업식에 예일대 Peter Salovey 총장 등 현 고위층이 참석치 않은 것부터, 최초 사업을 시작했던 많은 예일대 관계자들이 지금 다 떠났다는 점으로도 연결된다. 실제로 예일의 학생이나 교수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 등을 포함하여 진행과정, 성과에 대하여 의문이 제기된다는 얘기를 꽤 듣는다. 대부분의 학생, 교수가 아시아 출신임은 어쩔 수 없으며 예일 본교와의 실질 교류, 협력의 흔적이 흐릿하다.

YNC는 이름과 달리 재정 부담 등 예일대의 직접 기여는 별로 없다. 설립 단계에서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큰 틀을 짜며 최초 교수진 임용 과정 등에서 이른바 인적/지적 도움을 준 건 틀림없지만, 그 이후는 거의 다 싱가포르 측이 떠맡았다. 싱가포르 국립대로부터 독립성을 강조하지만, 건물도 NUS 캠퍼스 내에 있고 각종 교수/행정 인력도 대부분 NUS 출신이다. 현지에서 강의를 하는 예일 교수도 극소수이며 그나마 1주, 3주 등 단기 강좌가 대부분이다. 사실 이 대학을 창설시 약정에서 예일의 재정 부담은 일체 없도록 했으니 이런 현실은 이미 예상된 것이었다. 더욱이 예일 측이 정기적 평가를 통해 언제든 동반 관계를 그만둘 수 있게 한, 이른바 ‘불평등 조약’으로 유지되고 있다.

어쨌든 학내 논쟁이 조금 더해진다 싶으니 4년 전 출범 당시 관여했던 보직 교수들이 방어 모드로 나섰다. 2012년 예일-NUS 칼리지 학장을 맡았던 Pericles Lewis 국제전략 부총장(Vice President for Global Strategy)이 대학신문 기고를 통해 변명한다. 초기 계획단계, 교수임용, 미션을 정의하고 혁신적인 교과/비교과 과정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예일이 의미 있는 기여를 했으며 장차 양자 모두에게 성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지난 6년간 100명 이상의 예일 교수들이 싱가포르를 방문해서 교육과정, 교수임용, 강의 등을 도왔는데 그쪽 학생들의 역량과 창의성을 극구 칭찬하면서 오히려 예일 본교생들도 1학기 정도 가서 공부한다든지 하는 더 큰 관심을 가지라고 권고한다. 당시 두 대학의 2인자인 프로보스트(Provost) 둘이 다 총장이 된 덕분에 인적 네트워크가 효과적으로 이어진 것도 크게 평가한다. 정치학자 Benedict Anderson을 인용해 국가가 이를테면 ‘상상속의 공동체’인 반면 대학 특히 Yale-NUS 칼리지는 구성원들이 훨씬 가깝고도 강력한 유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말까지 한다.

정리하면, 첫째, 반대 측에서 뭔가 비판의식을 가지고 쓴소리를 하지만 그리 탄탄한 논리가 아니다. 학내 언론의 몇몇 기사에서도 칭찬과 비판을 같이 하고 있다. 처음 출범 당시 예일 교수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는 불만 등 진행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는 있지만, 특별히 예일대에 피해가 간다든지 문제점이 앞으로 예상이 된다든지 하는 점은 별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싱가포르 대학 쪽에 동정적인 초창기 창설 멤버들이 동료 예일 교수들을 비판하는 관점이 돋보인다. 쉽게 말해서, 예일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잠시 왔다가 단기 강연, 강좌를 빨리 끝내고 돌아가 버리는 교수들이 많은데, 그러니 오히려 피해가 있다면 싱가포르 쪽에서 얘기할 입장 아닌가, 하는 자기비판인 셈이다.

둘째로, 불평등 약정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 측은 만족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성취도도 괜찮아 보인다. 2017년의 경우 응시생의 7%만 입학허가를 내 줄 정도로 경쟁률로는 아이비리그 수준이다. 싱가포르 쪽에서는 전혀 그만둘 생각이 없음은 물론 앞으로 협력 분야를 다양화하고 질적으로 높이려는 자세이다. 싱가포르 정부에서도 재정지원을 계속할 생각인 바, 특히 기부금 1달러에 대하여 3달러를 정부재정으로 대겠다는 얘기까지 한다. 대학의 브랜드 가치, 각종 국제 대학평가는 물론 아시아권 인문교양교육의 선두에 선다는 국가적 자부심 등을 고려하더라도 당연히 이 프로젝트를 지속하려 할 것이다. 탄타이용 YNC 학장이 지난해 12월. 예일 캠퍼스 기숙대학에서 숙식을 하며 예일대 총장, 학부대 학장, 교수 등을 두루 만나기도 했는데, 끈을 이어가려는 노력과 전망이 좋다.

셋째, 예일대 내부에서 일부 교수/학생들이 불만을 지속 제기하는 건 틀림없으며, 온/오프 라인 양쪽에서 그렇다. 다만, 그런 의견과는 달리 필자가 직접 만난 학생들이나 예일 칼리지의 마빈 천(Marvin Chun) 학장의 경우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반대 교수들의 속내를 굳이 짐작한다면, 커다란 경제/학문/브랜드 가치가 뚜렷하지 않은데 예일 쪽에서 뭔가 기회비용을 지불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인 듯하다. 원래 교수라는 직업군의 특징이 그러할 수도 있다. 우리 땅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지 않은가.

넷째, 위에서 덜 지적된, 근본적인 이슈로 대학 교육의 기본 관련이다. 1701년 설립된 예일대가 지향하는 진보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싱가포르라는 나라의 보수성/전근대성을 지적하는 것은 매우 놀랍다. 유교문화와 중국의 영향력이 상존하는 가운데, 태형이 아직 존재하는 나라 아닌가. 큰 나라들에 둘러싸인 도시국가의 특성과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서구 민주주의와는 상당히 다른 시스템인데 그런 측면까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거듭, NUS와의 협력으로 인해 예일대나 예일 학생/교수들이, 또 미국이 직접 피해를 입고 있다는 증거는 매우 미약하다. 교수들에게 특별한 신분/재정 인센티브가 없는 한 멀리까지 가서 강의/연구를 할 의사가 없다는 건 이해가 되지만, 그 이상의 비판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약해 보이며 일면 학문적 나르시시즘으로까지 뵈기도 한다.

콜롬비아대 Nicholas Lemann은 지난 2016년 <크로니클> 칼럼에서 전문대학원에서와 마찬가지로 학부의 교양교육에서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이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나라 대학의 경우 고민만 겉으로 하고 속으로는 계속 고개를 돌려왔던 것 아닐까. 지난 수십 년 경제발전에 치중해 온 아시아권에서 기술 및 실용 커리큘럼, 직업과 직접 관련되는 전문성 교육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왔다는 반성, 거듭 되새길 만하다. 오히려 미국/유럽보다 더 폭넓고 깊이 있게 삶과 세계에 관해 교육시킬 수도 있을 아시아 인문교양 교육의 임팩트 있는 출구가 어디일까. YNC 사례에서, 대학 간 협력은 수단이며 상징 효과로도 족했던 것 아닌가 싶다.

우리 땅에서도 교양교육은 학내외의 단골 이슈이며, 대학 간 협력/연합 논의 또한 여전히 이어지는 중이다. 졸업 후 당장은 실무/도구에 밝고 기술적 전문성이 있는 젊은이가 눈에 띄겠지만, 먼 길에서는 인문과 자연과학 등 기초 학문의 두터운 세례를 받은 사람이 결국 낫다고 하지 않는가. 대학협력, 이런저런 압력과 인센티브를 배경으로 거창한 플랜도 꽤 나왔지만 알맹이 있게 진행되는 건 많지 않아 보인다. 비교적 작은 사업에서 희망을 찾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테면 선도대학 사업, SW중심대학사업, 국립대 혁신지원사업 등의 재정지원 사업에 기대어 교수/학생의 대학 간 교류가 미약하게나마 이뤄지는 듯하다. 물론 그게 단초일지 모른다.

의미 있는 교양교육을 새로운 대학협력의 푯대로 삼을 수 있을까. 국립/사립대학의 기득권 아래서는 참된 인문교양 교육을 하기 어려우니 새 길, 다른 마당에서 하겠다, 이런 시도가 가능할까. 예일-NUS 칼리지를 우리 땅에서 비슷하게 시도하긴 어려우니 뜻있는 국내외 학교가 힘을 합해 다른 그릇, 다른 나물로 시작해야 할 터이다. 학생/교수의 참여와 동기부여를 바탕으로, 중장기 큰 그림, 큰 덩어리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시철 경북대·행정학부
워싱턴대에서 도시성장관리로 박사를 했다. 저역서로 『Sustainable City Regions』, 『그린 어바니즘』 등이 있으며, 한국지방자치학회 편집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예일대 산림환경대에서 풀브라이트 비지팅 펠로우로 연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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