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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0호 새로 나온 책
920호 새로 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8.05.0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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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말말

경제성장 없는 현대사회

현대사회는 경제성장 없이도 지속할 수 있을까? 현대사회가 개인에게 과하는 중압이나 개인의 질투심을 고려한다면, 솔직히 그 답은 ‘아니요’다. 그런데 과연 경제는 다시 성장할 수 잇ㅇ르 것인가? 역사를 돌아보고 환경문제라는 제약을 고려한다면, 이제 더는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그리하여 이 세계는 분노와 폭력에 휩쓸릴 것이라는 결론을 피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인류사는 이미 극복하기 어려운 모순에 직면해 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이스터섬, 마야, 바이킹 등의 문명이 환경 문제를 관리하지 못해 멸망했듯이, 지구 전체가 그 황폐한 문명들처럼 돼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류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대격변 덕분에 이 와해를 회피할 수 있을지 모른다. 즉, 출생률의 급락이라는 인구 전환으로 말이다. 지금은 경제학자 게리 베커가 아이들의 수보다도 질이 중요시 됐다고 해석한 새로운 시대로 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대사회가 실업의 해소나 밝은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 계속적인 물질적인 성장이라는 점에 변함이 없는 한, 경제성장을 단념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현대적 상황에서 경제성장은 불가피하게 노동력의 강화와 기후변화를 수반한다. 그러므로 이대로 간다면 인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고용불안, 정신적 스트레스, 환경위기라는 3중의 지옥이다. 이 함정은 피할 수 없다. 물질적인 경제성장을 계속하려 한다면, 이 세계는 미래에 대한 전망을 결여한 채 지구의 붕괴를 막기 위한 어떠한 방책에도 관심이 없는 멍청한 인간들의 사회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환경파괴의 위협만으로는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환경파괴를 피하기 위해 불가결한 기술적인 방책을 강구하는 것과 함께 사람들의 정신구조에 변화가 없다면, 그런 기술이 성과를 낼 수도 없다. 기업의 내부, 사람들 사이의 관계, 국가들 사이의 관계를 평온한 것으로 만들려면 우리는 경쟁과 질투의 문화를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들의 정신구조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변화해 왔지만, 그 변화는 정치적 강제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개인적 열의와 사회적인 욕구가 같은 목적을 향해 일치될 때, 사람들의 정신구조는 변화한다. 우리는 바로 그러한 순간에 있다. (<녹색평론> 160호, 다니엘 코엔 파리사범고등학교 교수, 『세계는 닫혀 있고, 욕망은 무한하다』의 마지막 장(김종철 번역) 중에서)

 

새로 나온 책

고고 유물의 관찰과 유구 조사방법 | 영남문화재연구원 엮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532쪽
고고학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유적의 발굴에서부터 유물과 유구의 조사, 후속 연구에 이르는 고고학 연구의 전 과정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영남문화재연구원이 지난 2006년부터 10년간 진행한 64개의 고고학 공개강좌 중에서 고고유물과 관련된 17편의 강의 내용에 최근의 고고학 성과를 수정해 반영했다. 책의 구성은 고고학 조사연구단계에 맞춰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유물의 관찰은 구석기, 청동기, 삼국·통일신라시대까지의 석기, 토기 제작과 동물유체 관찰 등으로 이뤄져 있다. 2부는 수혈주거지 조사방법, 고대 토기가마 조사방법론, 산성 조사방법 및 유의점 등으로 유구조사법에 대해 6장으로 구성했다. 3부 연구방법론은 고고학 조사연구방법론, 충적평야 고고학 조사연구방법론, 한국고고학과 경관 연구, 고고학 연구와 계량 분석 등 4장으로 편성돼 있다. 고고 유물의 관찰 방법과 유구 조사법, 최신의 다양한 연구방법론을 정리한 고고학 발굴조사와 연구지침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도시와 로컬리티 공간의 지형도 | 장세룡 지음 | 한울엠플러스 | 488쪽
이 책은 ‘공간적 전환’에 입각해 세계의 지형도를 그려내려는 시도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시간의 공간화’와 ‘공간의 재구성’에 주목하며 인간과 사물의 변화를 일상과 사건, 구조와 관념의 틀 안에서 탐색하고 배열한다. 저자는 서구는 물론 한국사회에서도 현안이 되는 도시재생 특히 공업도시 재생과 문화도시 전략에서 출발해, 지방분권에서 국가와 로컬의 공간재구성 양상, 지역을 기반으로 삼는 협동조합 운동의 로컬리티와 글로컬리티, 촛불시위와 ‘점령하라’ 운동에서 직접민주주의와 행위수행성의 문제, 이동성과 이동도구가 가져오는 삶의 리듬 변화, 전쟁공간과 기억의 정치, 지정학의 조건에서 인간 삶의 조건 등을 검토했다. 이 책은 급변하는 현대의 시공간에 대해 역사가로서 이해하고 성찰하려 한 저술이며, 도시와 로컬리티 공간의 지표 형태와 인문 형상을 상호적·맥락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저자가 지난 10년 간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의 인문학’ HK연구단에서 공동연구에 참여한 산물이다. 

 

둘이면서 하나 | 이강엽 지음 | 앨피 | 472쪽
엘리아데는 “인간은 누구나 고립되고 분리됐다고 느끼지만 그 분리의 본질이 어떤 것인지를 완벽하게 인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그 ‘무엇’으로부터 떨어져나왔다는 것을 느낄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둘이면서 하나’라는 주제는 거꾸로 ‘하나가 아닌 둘’이 하나가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혼돈과 시행착오를 내포하기에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흥부전』, 『구운몽』, 『옹고집전』, 『양반전』, 『오뉘힘내기』, 『현우형제담』, 『천지왕본풀이』등 우리 고전 서사에 등장하는 ‘짝패’를 주제로 단순한 선악 구도를 뛰어넘는 서사적·캐릭터적 균열과 합일을 탐색한 연구서다. 일심동체의 희망과 동상이몽의 악몽,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위태롭고 매혹적인 줄타기를 세세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이 책은, 고전 연구서로는 보기 드문 주제를 세계 각국의 신화를 차용해 설득력 있게 논증해내고 있다.

 

박물관 이론 입문 | 앙케 테 헤젠 지음 | 조창오 옮김 | 서광사 | 220쪽
박물관과 박람회는 어떤 것을 ‘수집’해 우리에게 ‘전시’한다. 이런 수집과 전시에 관련된 근본적인 물음은 철학, 역사학, 박물관학을 통해 제기된다. 이 책은 박물관의 개념에 대한 ‘역사’를 다룬다. 역사학자의 저술이다 보니 역사학의 관점이 중심에 놓이지만 단순히 박물관에 관한 역사학적인 기술에 그치지 않고 박물관과 박람회에 대한 문화철학적인 이론을 소개하며, 흥미로운 내용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두 가지 명제를 논의의 중심에 두고 있는데, 첫째, 박물관과 박람회는 동전의 양면 관계이며, 박물관이 ‘과거의 것’을 보관하고 연구한다면, 박람회는 ‘최신의 것’을 전시하고 판매한다는 것이다. 둘째, 우리는 미술관에 대해 갖는 편견을 박물관에 그대로 적용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박물관은 전문적인 대상만을 전시하는 것도, 조용한 명상의 공간도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니우스 출판사 철학 입문 시리즈 중 한 권을 완역했다. 

 

9. 김우재의 초파리 사생활 엿보기 | 원종우, 김우재 지음 | 동아시아 | 128쪽
‘과학’ 하면 떠오르는 어렵고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는 ‘스낵 사이언스 시리즈’ 『과학하고 앉아있네』의 9권이 출간됐다.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의 공룡과 자연사 이야기로 문을 연 이 시리즈의 9권은 초파리로 주제를 옮겼다. 캐나다 오타와대에 재직 중인 저자는 초파리 성선택 분야 연구에서 손꼽히는 과학자이며, 이 분야 데이터 축적량은 세계에서도 독보적이다. 초파리는 유전학뿐만 아니라 발생학, 진화와 같이 생물학 연구 전반에 이용되는 모델생물이지만 저자는 초파리가 이보다 더한 가치를 갖게 된 사연을 위해 선배 과학자들을 소환한다. 찰스다윈, 리처드 도킨스 등으로 대표되는 진화생물학과 멘델, 왓슨 & 크릭으로 대변되는 실험생물학은 생물을 대하는 근원적 질문이 달라 오랜 기간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초파리를 매개로 두 진영의 대화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유전자는 인간과 동물을 어디까지 결정하는지, 유전자와 환경이 동물의 행동양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초파리를 통해 유전자는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으며, 유전자보다 환경에 영향을 받는 행동이 무엇인지 추적한다.

 

한국 근대소설 연구방법 이론의 역사와 실제 | 양문규 지음 | 소명출판 | 528쪽
한국 근대소설 연구방법 이론의 역사를 검토한다는 것은, 한국 근대정신사 또는 한국 근대 문학사의 전개과정을 다시 정리해보는 작업에 다름 아니다. 저자는 한국 근대소설 연구를 위해 과학적으로 체계화된 성격을 갖고 활용됐던 문학이론 또는 방법론을 시기 순 또는 연구방법의 유형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1930년대 후반: 초기 마르크스주의 연구 △1950년대: 실증·비교문학과 형식주의 연구의 출발 △1960년대: 사회·윤리(이데올로기) 연구의 출발 △1970년대: 리얼리즘론 대 구조주의·심리학적·신화 연구 △1980년대: 마르크스주의·북한문예학과 문학텍스트사회학연구 △1990년대: 문화·페미니즘 연구의 출발 △2000년대 이후: 탈구조주의·탈식민주의 연구와 최근의 논의. 저자는 이렇게 각 시기에 나타난 소설 연구방법의 이론을 그 시대의 사회·역사적 배경과 관련지어 살펴보되, 각각의 연구방법이 제시한 새로운 의제와 한계가 무엇인지 검토한다.

 

히틀러의 매니저들 | 귀노 크놉 지음 | 신철식 옮김 | 울력 | 512쪽
알베르트 슈페어, 베른헤어 폰 브라운, 알프레트 요들, 구스타프 크룹(과 알프리트 크룹), 페르디난트 포르쉐, 히얄마르 샤흐트. 설계사, 엔지니어, 군인, 기업가, 은행가로서 빼어난 능력을 갖고 있었던 이들이 없었다면 히틀러 제국이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책이 출간됐다. 히틀러가 집권하기 직전 독일은 1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서 막대한 전쟁배상금으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었지만, 히틀러는 집권 후, 짧은 시간 안에 독일 경제를 안정시키고 새로운 전쟁을 준비했다. 이 책은 ‘역사상 가장 위태한 지도자’로 추켜세워진 히틀러 개인의 능력보다는, 히틀러의 독일을 산업 발전국가로 만들어내는 대 일조한 여섯 명의 인물들, 즉 히틀러의 매니저들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히틀러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한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자 했기에 히틀러에게 헌신했고, 전쟁 범죄에 빠져들었다. 이들 중 일부는 전쟁 말기 히틀러와 대립하기도 했지만 진정성 있는 반성은 하지 않았다. 저자는 이들을 삶을 통해 2차 세계대전의 참상과 악의 평범성을 한 번 더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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