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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호 새로 나온 책
919호 새로 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8.04.3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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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말말

6인의 무굴 황제들

이 책은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 시구처럼 ‘천둥처럼 강하고 풀잎처럼 연약한 무굴 황제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야기의 중심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인 대제국의 정책과 행정의 거대 담론이 아닌, 그 안에서 울고 웃은 지극히 인간적인 황제들이 흘린 여러 종류의 편린들이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천둥처럼 강한 권력을 가진 자와 그 권력을 탐하는 자간의 갈등과 투쟁의 뒤안에서 그들은 모두 풀잎처럼 연약한 인간이었다.

여기에 나오는 여섯 명의 위대한 황제-바부르에서 아우랑제브에 이르는-와 그보다 권위나 권력의 모양이 작고 볼품없던 나머지 황제들은 그 누구도 행복하지 못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걸 다 가진 그들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필부처럼 삶이라는 고통의 바다에서 헤매고 아파했다. 이 책은 모든 이들이 욕망하는 부와 권력이 행복한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명약관화한 진리를 재확인한다.

책 속의 무굴 황제들은 스스로 슬픔을 불러들였다. 그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권력의 세계에서 아버지를 몰아내고 왕위에 오르거나 형제자매를 죽이고 왕권을 잡았다. 무굴 황제들이 유독 피와 눈물이 부족했을까? 아니다. 권력 투쟁은 역사의 상수였고, 인도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이 도드라지는 건 왕위 계승에 관한 특별한 관습법을 가지지 않아서였다. 그래서 무굴 황제들은 매번 그 높은 자리를 향해 피 흘리며 싸웠다. 그리곤 모두 죽었다. 단지 이긴 자가 진 자보다 조금 늦게 죽었을 뿐.

시대를 초월해 사는 사람은 없다. 오늘날의 잣대로 피로 물든 중세를 논할 순 없다. 그건 1600년대 사람들에게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쓰지 않았다고 힐난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법. 모든 건 그 시대의 산물이기에 무굴 황제들의 권력 투쟁과 비인간적인 처신이나 행태도 당대의 맥락으로 이해해야 옳다. 그럼에도 이 책에는 시대를 관통하는 맥락이 있으니 동서고금에 변함없는 인간 세상의 진실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유효한 질문을 던져준다.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이옥순 연세대 연구교수, 『무굴 황제』(틀을 깨는 생각, 2018.4)의 「책을 시작하면서」 중에서)

 

새로 나온 책

돼지에게 살해된 왕 | 미셸 파스투로 지음 | 주나미 옮김 |320쪽 | 오롯

유럽에서 파란색은 축구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프랑스의 상징이다. 프랑스대혁명 직후 왕당파와 맞서 싸웠던 혁명군도 파란 옷을 입었다. 월드컵과 같은 국제 스포츠경기가 없던 18세기에도 이미 유럽에서 파란색은 프랑스를, 붉은 색은 영국을, 녹색은 독일을 상징하는 색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처럼 파란색이 프랑스를 상징하는 색이 된 것은 카페왕조가 12세기 후반부터 파란색 바탕에 금색 백합꽃이 그려진 것을 왕국을 상징하는 문장으로 사용했던 것에서 비롯했다. 그런데 프랑스의 중세사학자인 저자는 프랑스가 어떤 불명예스러운 죽음이 가져다준 오점을 덮기 위해서 파란색과 백합꽃 문양을 사용하게 됐다는 주장을 한다. 1131년 10월 13일, 루이 6세의 맏아들 필리프가 파리 근교에서 갑자기 뛰어든 돼지 한 마리 때문에 낙마해 죽었다. 불결함과 탐심의 상징인 돼지로 인해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맞게 된 왕. 사람들은 이를 두고 ‘신이 내린 벌’로, 젊은 왕의 죽음을 부른 돼지를 ‘악마의 돼지’로 불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왕과 측근들이 어떻게 이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지워갔는지 그 과정을 흥미롭게 추적한다.

 

빈딘성으로 가는 길 | 전진성 지음 | 책세상 | 280쪽

1965년 10월 22일 한국의 맹호부대가 빈딘성의 한적한 농촌마을 빈안사에 상륙했다.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이 지나고 이곳은 1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고, 가축이 도륙됐으며, 모든 가옥이 불탔다. 살아남은 마을 주민들은 더 이상 이곳을 ‘평안’을 뜻하는 ‘빈안’으로 부르지 않았다. 50년이 지난 2016년 2월 26일, 학살이 일어난 이곳에서 열린 위령제에는 베트콩에게 아버지를 잃은 딸이 참여했다. 역사의 부침이 심하고 악연으로 얽힌 이곳에서 한국인과 베트남인은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원래의 ‘평안’을 되찾을 수 있을까? 베트남전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는 일은 우리사회의 역사적 매듭을 풀어내는 중요한 기회다. 지금까지 베트남전 발발 이유와 진행과정에 대한 연구는 어느 정도 진행됐지만,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피해자만 있을 뿐, 여전히 가해자는 진실의 물음에 응답하고 있지 않다. 저자는 이 책에서 스스로를 가해자의 자리에 세울 수 있을 때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꿈꿀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설탕, 근대의 혁명 | 이은희 지음 | 지식산업사 | 512쪽

한국은 개항한 지 고작 130여년 만에 세계적인 설탕 소비국이 됐으며, 특히 한국 제당업은 기간산업으로서 해방 뒤 한국 경제발전을 이끈 산업 가운데 하나다. 우리 식생활 문화는 ‘설탕을 먹게 또는 먹지 않게 만들어진 역사’로 말미암아 완전히 뒤바뀐 채로 남아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센베이’로 불리는 옛날과자나 옥춘당도 전통식품이 아니고, 번데기·정어리 등도 원래 거의 먹지 않던 것을 달게 조리해 대중적인 식재료로 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설탕이 가미된 신식 요리법을 익힌 여성은 가정에서 ‘근대 주부’라는 독립된 정체성을 확보했지만, 이로 인해 구세대와 마찰이 발생하며 ‘신여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되기도 했다. 설탕을 주제로 삼아 한국 근현대사를 본격적으로 파고든 연구가 없는 현실에서 저자는 신문, 잡지, 관찬자료와 시대별 공문서, 통계자료, 교과서와 개별 기업의 사사까지 아우르며 설탕을 매개로 삼아 무역구조와 국가정책, 소비자의 입맛이 어떻게 긴밀하게 연관되면서 우리 식생활양식 전반을 바꿔놓았는지 근대 한국인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구현해 낸다.

 

아메리카의 민주주의 1,2 | 알렉시 드 토크빌 지음 | 이용재 옮김 | 아카넷

토크빌은 『아메리카의 민주주의』를 두 번 썼다. 아메리카를 방문하고 돌아온 후 1835년에 출간한 초판은 평단과 정치권의 열띤 호응을 얻었고 저자는 유명인사가 됐지만, 5년 후 출간된 둘째 권은 차갑게 비판받았다. 엇갈린 평가에 저자는 첫 권이 경험적이고 묘사적인 내용이었다면 둘째 권은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민주주의 자체의 문제를 다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민주주의에ㅐ 대한 진단과 평가는 사실 19세기 고전적 자유주의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지만, 저자는 둘째 권에서 민주주의 핵심 명제로 개인주의와 민주적 전제정을 분석하고 처방을 내 놓으며, 자유주의자들의 논지를 넘어서기 시작한다. 민주주의 시대의 개인이 정치 공동체의 시민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저자의 논지는 공공 정신의 고양과 정치적 덕성의 함양을 자양분으로 삼는 공화주의 논리와 무리 없이 합류한다. 이점에서 이 책은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폐단에 대한 공화주의적 처방전으로 읽힐 수도 있다.

 

인간은 어떻게 서로를 공감하는가 | 크리스티안 케이서스 지음 | 고인미, 김잔디 옮김 | 바다출판사 | 344쪽

관찰대상을 그대로 미러링하기에 ‘거울뉴런’이라고 명명된 이 특이한 신경세포는 발견과 동시에 전 세계 과학자들을 흥분시켰다. 어떤 행동을 할 때 뇌의 각 영역이 고도로 분업화돼 있다고 가정한 기존 이론을 깨뜨리며, 어떤 뇌영역에서는 보는 것과 하는 것이 동일할 수 있다고 시사해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1990년 이탈리아 파르마대 연구팀이 원숭이의 뇌에서 발견한 거울뉴런체계가 인간에게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거울체계가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공감의 개인차를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타인의 행동에 더 많이 주의를 기울이고, 그 행동을 직접 했을 때 어떤 느낌일지 느껴보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할수록 우리의 거울체계는 더 강하게 활성화된다는 점에 대해 저자는 피아노 연주경험 유무에 따라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다르다는 점, 운동경기를 배우고 TV로 시청할 때 더 지각요소가 많아진다는 사례 등을 들어 증명하면서 ‘공부하지 말고 기술을 습득하면 훨씬 잘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신경과학의 조언을 건네고 있다.

 

재일디아스포라 문학선집 1,2,3,4,5 | 재일디아스포라 문학의 글로컬리즘과 문화정치학 연구팀 편역 | 소명출판 | 379쪽~595쪽

해방 이전에 일본에 건너가 해방 이후까지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혹은 그 후손들을 일컫는 재일디아스포라 문학의 전모를 조망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해 번역에서 연구까지 소개한 책이 발간됐다. 재일디아스포라 문학의 글로컬리즘과 문화정치학 연구팀은 작품의 선별과 분류를 위해 첫째, 디아스포라의 특성이 잘 드러난 작품, 둘째 문학·사료의 가치를 다층적으로 보여주는 작품, 셋째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거나 다시 번역해 소개할 필요가 있는 작품, 넷째 재일디아스포라 문학의 계보적인 흐름을 다양성과 중층성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을 골라냈다. 시, 소설, 평론, 연구서까지 총 5권으로 구성된 이 선집에는 재일디아스포라 1세대부터 3세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 작가들의 작품이 포진하고 있다. 작품 발표시기도 해방 이전 1941년에 발표된 김사량의 「Q백작」부터 김유정의 「검은 감」에 이르기까지 70년을 아우르기에 반 세기를 훌쩍 뛰어 넘는 긴 세월의 재일디아스포라 삶을 살펴볼 수 있다.

 

쿠르드 연대기 | 제라르 샬리앙, 소피 무세 지음 | 은정 펠스너 옮김 | 한울엠프러스 | 184쪽

나라 없는 비운의 민족으로 알려진 쿠르드족의 독립은 정녕 그 어떤 국가도 원하지 않는 것일까? 2017년 실시된 독립국가 수립 찬반투표에서 쿠르디스탄 지역 투표자의 92%가 찬성표를 던졌지만, 모든 인접국의 비판을 받았고,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쿠르드가 독립할 경우 굶어죽을 것이라고 공개경고하기도 했다. 이 책은 독립을 염원하는 쿠르드족이 외부 세력에 휘둘려온 희망과 좌절의 역사를 연대순으로 살펴본다. 1979년 호메이니의 이란 혁명, 1991년 제1차 걸프전,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그리고 2014년 IS의 등장까지, 저자는 이 책에서 쿠르드족은 단 한 번도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역할을 했던 적이 없다고 언급하며, 스스로 가장 민주주의적이라고 칭하는 미국과 그의 유럽 연맹국들이야말로 쿠르드족의 운명과 함께 이 지역의 무질서를 초래한 주범들이라고 밝히고 있다. 더불어 저자는 쿠르드족의 독립을 막는 요인으로 외부의 개입과 함께 끊임없는 내부의 분열에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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