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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 사라질수록 학문 다양성 줄어드는 ‘학문 절벽’ 심화된다 
시간강사 사라질수록 학문 다양성 줄어드는 ‘학문 절벽’ 심화된다 
  • 문광호 기자
  • 승인 2018.04.16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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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 문제 특별좌담, 해법은 어디에?

미래의 대학과 시간강사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한국교육개발원이 2017년 4월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임교원의 수는 9만명, 비전임교원의 수는 13만명이다. 비전임교수 중 겸임교원, 명예교수, 기타교원을 제외하고 시간강사는 7만6천명이다. 비전임교원의 58%를 차지한다. 이들이 담당하는 강의 시간의 비율은 30%에 이른다. 학문의 다양성, 학문후속세대 양성, 학문의 질 제고 등 교육의 현장에서 담당하는 일이 많음에도 이들에 대한 대우는 1962년 시간강사라는 개념이 생긴 이래 크게 바뀌지 않았다. 지난 2일 민교협사무실에 모인 학술 3단체(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관계자들은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법안이 계속해서 계류되는 데에는 사학과 결탁한 정치라는 지적도 나왔다. 

시간강사를 대하는 대학의 모습에서 한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강의료가 인상되고 4대 보험을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의 고등교육을 책임지는 시간강사들을 사학의 자본논리가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 최소한의 경제적 지원을 담보함으로써 연구기반을 보장받는 것, 나아가 학술의 다양성을 담보하는 이들에 교원 지위를 부여받음으로써 학문 후속세대들에게 떳떳한 주체적 연구자로 다가가는 것이었다. 시간강사법을 논의한 이들의 이야기는 대학의 지배구조, 한국고등교육의 미래까지 종횡무진 이어졌다. 

●일시: 2018년 4월 2일 오후 3시
●장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사무실
●참석자: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
김귀옥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공동의장
김제남 전국교수노동조합 교권실장
홍영경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
김진균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성균관대분회장
●정리: 문광호 기자 moonlit@kyosu.net
●사진: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시간강사들 교육부 지표에 벼랑 끝 내몰린다

김진균: 대학들이 인문계열을 심하게 압박한다. 학생이 줄어드니 인문학 분야에서는 전임교원을 충원하지 않는다. 주류 학문은 범용성이 있으니 그나마 채용이 되는데 교원 수를 줄이면서 특수 학문 분야는 관심에서 벗어나고 전임이 되는 비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결국 새로운 학문을 대학 안에서 접할 기회가 없어지고 전국적으로 천편일률적인 강의들만 생겨난다.

김귀옥: 우리 대학에서도 국문과 전공 강사님이 퇴직하셨는데 그렇게 TO(Table of organization, 정원)가 나도 신규 교원을 뽑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이 그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곳이 없다. 결국 학문의 다양성이 줄어들어 그 학교의 특성이 사라지는 게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이른 바 ‘학문절벽’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질병과 건강의 사회학’이라는 강의를 만드니까 메르스, 사스 등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질병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를 궁금해 하는 학생들이 많이 몰렸다. 그런데 2014년, 15년에 대학평가가 진행되고 강사법이 가시화되자 대학이 이런 과목들을 다 없애라고 했다. 

명예교수들에게 강의를 더 주는 것도 학문을 파괴한다. 새로운 과목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기 때문. 강좌의 다양성이 적어진다는 측면에서 신진학자, 비정규 교수들에게는 민폐가 되는 것이다.

홍영경: 작은 학교는 일부 교수님들만 강의를 많이 하는 추세다. 새로운 전공을 개설하지 않는 측면도 문제지만 전공과는 먼 분야를 일부 교원들에게 무리하게 가르치도록 하면서 학문적 다양성이 줄어든다. 

김진균: 보통 전임교원의 강의 담당비율이 높아진다면 이들이 임용절차도 거치고 검증을 받았으니 학문 교육이 심화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정책 입안자도 그런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대학 현장에 가면 대학 운영진들은 그런 의도와 취지는 생각하지 않고 지표를 만족시키는 것만 목표로 한다.

그러다보니 적게 뽑은 전임교원을 굴려서 막무가내로 강의를 떠넘기고 전임교원 강의 담당비율 지표상으로 충족시키고 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전임교원을 더 충원해서 학문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김귀옥: 2011년에 시간강사법이 만들어지고 2014년에는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나왔는데 맥락으로 보면 교육부가 시간강사법이 도입될 수 있는 틀을 만든 것 같다. 시간강사법에서는 한 사람이 한 학기에 주당 9시간 강의를 해야 교원 지위를 주겠다고 했는데 이는 결국 다 전임교원 비율을 높이려는 시도다. 숫자에 속아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정치인데 김진균 선생님 이야기와 다르게 전임교원 충원율은 높아졌다. 다만 그 전임교원 상당수가 비정년 트랙 교수였다. 강사법, 구조개혁평가가 나오자 대학들은 강사들을 없애고 비정년 트랙 교원을 늘려 전임교원 충원율을 높아지게 만드는 숫자의 정치를 한 것이다. 

비정년 트랙 교원들은, 예를 들면 방송사 기자로 있다가 오는 경우 그 방면에는 달인이겠지만 교육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 학생들은 교수가 두세 번 강의하고 나머지 강의 기간 동안은 책 읽고 요약한다고 불평한다. 등록금 낸 것을 후회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홍영경: 또 하나 현상으로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는 소규모 강의를 빼버렸다. 다른 강의들의 개설 과목 수를 줄이고 강좌 규모가 커졌다. 과거에 평균 20명 정도 규모의 강의가 이제는 40, 50명 정도 된다. 규모가 커지자 선생님들이 너무 힘들어 한다.  규모가 커지는 대신 강좌 수가 줄어드니 학생들은 들을 게 없다. 다양한 교양과목을 들을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다.

시간강사 문제의 새로운 쟁점 : 대학의 미래

김제남: 결국 본질은 대학이 무엇이냐다. 대학이 경제적 이익을 획득하는 기관인가. 교수노조 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대학은 교수들이 사회의 미래를 변화, 발전시킬 수 있는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하는 곳이었다. 따라서 그 당시에는 학문후속세대로서 시간강사를 위한, 학문을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고 했는데 20년 지난 지금 보니 그게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열악해졌다. 대학의 본질이 우리의 미래를 가늠하는 잣대라고 한다면 지금 행태들은 이를 포기한 것 아닌가.

대학은 공공성을 가치로 갖고 좀 더 좋은 교육을 위해 연구해야하는데 학생 수가 감소하니까 정년트랙 전임교원보다는 비정년트랙 늘리고 시간강사는 줄이려는 분위기다. 그런 식으로 몰아가지 않는가.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문제도 시간강사 문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첫 번째로서 대학의 본질이 뭔지 고민하고 사회적 합의와 실천이 필요하다. 비정년 트랙 교수에게도 기본적인 최소한의 교원으로서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것 만들어져야한다. 

임순광:교수의 비정규직화라는 일련의 흐름이 몇 가지 단계 거치면서 진행돼왔다. 1962년 시간강사제도 도입, 1975년 교수기간재임용심사제도, 2002년 교수개혁제, 2003년 비정년트랙 교수제, 2011년 교원확보율 지표 도입, 2011년 시간강사법 통과. 그 다음 일어난 일이 전임교원 강의담당비율 도입이다. 그것이 취업률을 중심으로 한 1주기 대학 구조개혁 평가까지 넘어왔다. 일련의 흐름을 돌이켜보면 교수 비정규직화의 중심축에는 시간강사가 있다. 

시간강사법은 법 체계 상 전임교원 범주 안에 시간강사를 넣어놓고 차별해도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대학이랑 회의하면 늘 말하는 것이 하나는 비전임교원을 전임 교원처럼 대우할 수 있으나 고용 유연성 위해 당연 퇴직 하게 해달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러면서 전임교원확보율을 반영해 달라는 것이다.

국립대와 전문대는 입장이 또 다르다. 국립대는 시간강사법 시행에 반대한다. 시간강사법이 시행되지 않으면 교육공무원인 교원 TO를 받을 수 있는데 시행되면 TO를 안 주고 알아서 뽑아 쓰라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대는 조건부 반대다. 전임교원 확보율 들어가면 교수직이 비정년 트랙으로 채워질 것이다. 따라서 비전임교원법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원확보율 없애버리고 전임교원은 정년트랙 뽑아서 반영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귀옥: 현재는 전임으로 돼있는 교원의 비정규직화에 대해 지난 정부에서는 확실한 입장 있었다. 4차 산업혁명 이야기하면서 교육 혁신을 요구하고 강의실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온라인을 활용하고 해외의 명강의를 활용하면 한국 강의도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많은 대학도 시범적 수준에서 온라인 교육을 시도했다. 지난 정부는 3시간 교육할 때 1시간, 2시간은 해외 명강을 듣고 오고 교수는 학생들이 제대로 듣고 이해했는지 보완하는 수준의 교육 방식을 요구한 것이다. 

결국 테뉴어(Tenure, 종신재직권)를 보장하는 교수가 필요 없어진다. 전임교수가 나가면 더 이상 TO를 만들지 않고 비정년트랙 교수로 채우면 정년 트랙 정교수가 갖는 자리를 2,3명으로 채울 수 있다. 정년을 보장받는 정교수 없애는 방식으로 이야기해왔다. 교육부는 이것이 4차 산업혁명 준비하는 방식이라고 이야기한다. 국회의원, 총장도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체 교육 목표를 이야기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명분만 가져가고 학생들이 스스로 활동할 때까지 교육자로서 전문성이 필요 없다고 이야기 하는 게 요즘 대학이다. 이런 아젠다도 꺼내줘야 왜 교수 비정규직화가 문제되는지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임순광: 말씀하신 것이 자본의 입장, 이데올로기다. 공장 자동화 시스템, 방적기가 처음 들어왔을 때 기술 발달하면 노동력 덜 필요할 것이다. 인간의 몸과 머리를 넘어서는 기계문명의 힘을 빌리는 게 낫다는 주장이 있었다. 사이버 대학이 처음 나왔을 때도 그랬고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다시 본질적인 이야기 꺼낼 것이다.

김귀옥: 한문학을 예로 들면 한자를 해석, 번역하는 교육은 AI가 더 잘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문학적 창의성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바로 교수들의 전문성, 숙련성이다. 그러한 인식의 차이를 가져갈 때 교수를 비정규직으로 메우는 것과 비전문가를 고용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 할 수 있다. 홍영경 선생님 말했듯 교수가 온라인 강좌 체크만 한다면 교육은 무너질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강의, 시수 확보가 필요하다. 교육부가 새로운 조건과 그에 따른 변화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나름대로 답할 것이 필요한 것이다.

김제남: 과거의 모델과 달라졌다. 4차 산업혁명 이야기하는데 변화된 본질은 돈이다. 대학 학생 수가 감소하고 지원이 적어지고 재단이 비리를 저지르다보니 산업현장처럼 자본 논리에 따라 저임금인 비정규직 교수를 선호하게 되지 않았을까. 대학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재산을 팔고 기업을 끌어들이고 결국 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전임교원 수가 늘고 있지만 비정년 트랙 교수가 포함돼 있다. 본질들이 흐트러지고 있다. 본질을 보자는 게 그런 것이다. 초등 교원처럼 실습 나가면서 충분한 경험을 쌓고 전문성이 확보되면 전임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방식이 정착돼 있지 않다. 본질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바뀌기 힘들다.

김귀옥: 앞으로 온라인 교육이 도입되면 중요한 학문, 방법론을 해외에서 수입하려는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 교육부의 행보대로라면 한국은 해외 몇 개 나라에 이론을 구매하고 생산할 수 없는 구조가 될 것이다. 온라인 교육을 한다고 할 때 시설, 설비에만 돈을 퍼부을 것이아니라 그 돈을 교육의 내실을 확충하는 쪽으로 투자한다면 어떨까. 시간강사,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이야기할 때 러다이트 운동처럼 새로운 기술을 무조건 반대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런 문제도 적절히 대처하면서 대안을 제시해야 비정규 교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임순광: 대학에 투여되는 재정에 인건비뿐 아니라 기계설비, 컴퓨터, 실험 자재 등의 비용이 증가했다. 사람이 아니라 이런 것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 기술에 대한 맹신이 자리 잡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90년대 대학평가에 기자재들 들어간 이후로 각 대학들이 해당 예산을 증가시켰고 2000년대 실험실습비도 포함돼자 컴퓨터, 디지털 카메라 등에 돈을 엄청 쓴다. 하지만 사고 3년 내내 한 번도 쓰지 않았다.

김귀옥: 사실이다. 빔 프로젝터를 도입하고는 PPT로 수업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릴 정도로 기계에 사람을 맞췄다.

임순광: 이런 시스템들은 외부 자본과 연결돼 있다. 한전이 각 지역에 있는 교육청과 MOU를 체결해서 한 학교당 옥상 대여료 400만원, 설치비 750만원을 퍼주고 태양광 발전을 한다. 문제제기를 그렇게 하고 싶다. 기술 도입 시 과정과 배경, 결과를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해외 대학은 시간강사를 어떻게 대우하나

김귀옥: 외국에 강의하러 갔는데 빔 프로젝트가 없는 강의실이 많았다. 독일, 프랑스는 대학교수가 공무원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정교수를 제외하고는 연구실 없다는 점이다. 학과에 갔더니 초대한 교수의 방이 4,5명이 쓰는 가방 놓는 공간이었다. 공부는 집에서 한다. 그 교수들을 공무원화 하는 과정에서 장비 도입과 환경 조성을 최소화한 것이다. 같은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정부가 시설, 시스템, 장비에만 신경 쓰고 교수라는 인적자원에 소홀하다.

독일은 대학원생이 박사과정을 수료하면 대체로 5년에서 10년을 계약해서 강의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프랑스도 한 대학에서 오래는 못 있지만 안정적으로 교육,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비정규교수로 5년 강의하면 1년 동안 연구만 할 수 있을 만큼 실업 수당이 나온다. 안정적으로 교수를 준비할 수 있다. 자기 인생을 계획할 수 있다는 점이 부럽다. 경제적 수준이 3만 달러지만 잘 사는 게 아니다. 교육을 죽이고 수많은 이론, 제도를 수입만 하는 백년대계를 세우는 것은 절망적이다. 시간강사, 비정규 교수 제도는 나라의 미래를 차단하는 것이다.

임순광: 덴마크 대학도 정규직, 비정규직이 다 있는데 급여 차이가 2배 이상 차이 난다. 그런데 실질 소득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비정규 교수는 임금을 적게 받지만 세금도 적게 낸다. 정규직은 많이 받고 많이 낸다. 가처분 소득이 2배 이상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다. 핀란드의 강사·연구원은 비정규직이다. 강사는 강의를 주로하는데 계약 기간은 2년 반 정도이고 갱신이 어렵지 않다. 대학 내 의사결정에도 참여할 수 있다. 
임금이 중요한데 연구원 평균 급여가 월 2741유로. 우리나라 돈으로는 350만원이다. (핀란드) 강사들 평균 급여는 420만원이다. 교수가 제일 높고 강사가 그다음 연구원이 제일 낮다. 핀란드 월 평균 노동자 임금이 335만원이다. 

김귀옥: 중국, 북한은 시간강사가 없다. 강사를 교사라고 부르고 5년 단위로 계약한다. 시간강사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전임교수와 임금 수준 차이도 크지 않다. 중국의 대학 시스템을 잘 참고해야할 것이다.

임순광: 국가 주도 발전하는 나라들은 대학 지원을 국가가 책임진다. 상당히 많은 나라에서 대학 지원은 공적인 것이다. 사학이라는 개념이 없는 나라가 많다. 우리는 해방 이후에 지주들이 대학을 만들다보니 대학을 사유재산 개념으로 이해한다. 그렇게 대학의 공공성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가 쉽게 설립됐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국가 방치에 인정받지 못하는 시간강사들

홍영경: 시간강사를 싼 값에 계속 이용만 해왔다. 1980년대 말 90년대쯤 그나마 교원 임용이 쉬웠던 시기인데도 처우 개선, 교권 확립에 실패했다. 시간강사는 사회보장제도도 없고 노동법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아직도 학문후속세대라며 주체적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 교수에게 종속돼 있다든지 가족에게 얹혀사는 용어도 만들어졌다. 특히 여자교수들에게는 ‘남편이 잘 살아서 쉽게 교수 한다’는 식으로 (시간강사를 깔보는) 사고가 고착화됐다.

강사들에 대한 대학과 정부의 책무의식이 부족하다. 사람을 고용했으면 기본적인 삶을 보살펴 줘야하는데 대학이든 정부든 방치해온 것이다. 우리나라의 그나마 큰 대학들도 강의료가 낮다. 그것만 가지고는 살 수가 없다. 강사들이 교육에 꼭 필요한 만큼 사회가 책임을 져야하는데 그러한 개념 없이 한번 쓰고 내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5.31조치(대학설립·정원 및 학사운영 자율화 등을 포함하는 교육개혁 방안)다.  대학을 세운 사람들은 대학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했다. 강사들을 많이 쓰고 책임 안 졌다. 국가는 이것을 방치했다. 

김귀옥: 대학 설립을 신고제로 만드는 그 법이 만들어질 때 깃발을 든 청와대와 달리 교육부는 반대했다. 새로운 학교가 생기는데 설비, 강의실, 1인당 평균 학생 수 등을 보장할 수 없으니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을 예상했기 때문에 반대한 것이다. 교육부 쪽에서는 당시 인구 상황을 볼 때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해서 96년 태어나는 애들이 대학갈 때 쯤 되면 대학 수를 줄이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봤다. 즉, 지금 사태는 교육부, 정부가 방기하면서 생긴 일이다. 그것을 허용한 국회도 문제다. 100명이 넘는 국회의원들이 사학과 연결돼 있다 보니 사학법이 개정되지 않는 것이다.

강사들에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 인구가 준다고 대학 수를 줄이고 정원 줄이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한국을 일본, 미국과만 비교해도 1만명 당 대학 수를 놓고 볼 때 우리가 미국의 반이다. 일본과 비교하면 대학 수가 일본의 3분의 2다. 문제는 교수 1사람당 학생 수인데 지금은 35명 내외다. 교육재정만 제대로 확보되면 2023년쯤에는 교수 1사람당 학생 수가 OECD 평균이 된다. 그러면 거의 수급 맞을 수 있다. 

결국 교육의 질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문제다. 교육의 질 확보하려면 대학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대학마다 특성이 있어야 한다. 무궁무진한 자료를 미래화, 현대화하는 작업 필요하다. 해외에서만 수입할 필요는 없다. 독일의 경우 한국과 인구 수를 비교해보면 대학 수가 적은데 4년제 대학이 많고 대부분이 단과대다. 독일처럼 특성 있는 대학들을 육성하면서 공생,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홍영경: 교육부 평가 방향이 특성화를 강조하는데 결국은 획일화되고 있다. 교육부의 틀에 맞추느라 특성이 사라지고 있다. 교육부가 평가하는 것 중에 기계화가 있는데 관련해서 온라인 출석부가 생겼다. 왜 하는지 모른다. 시스템을 바꿨다는 보여주기 식에 불과한 것이다. 평가 항목 중 학적 보유가 있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가.

김귀옥: 학생들 입장에서는 전공 안 맞으면 떠나는 게 당연. 학적 보유가 중요한 것은 이사장이 교비를 확보시킬 때뿐이다. 

시간강사 문제...“교육 공공성 확보” 필요

임순광: 예산은 수치가 아니라 정치라는 말이 있다. 교육철학이 뭐냐. 재정운용 어떻게 할 것인가. 교원 1인당 학생 수 줄이는 것은 교육의 질 확보하는 기본이다. 대부분 나라가 여기에 맞춰서 가고 있다. 초중등 학급도 과밀 학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대학에 손을 놓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호기가 왔으니 변화에 맞춰서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 고등교육 재정 확충이 필요하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이라는 안정적인 방식으로 재정지원이 안착될 필요가 있다. 

비정규교수가 없는 대학 사회는 상상하기 어렵다. 세계적으로도 비정규교수 제도가 없는 나라는 거의 없다. 그런 점 감안했을 때 노동 유연성이 일정 부분 필요할지도 모르고 외부 전문가가 강의하는 것도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비정규교수제도가 유지된다고 한다면 적어도 사회보장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내든지 법령을 바꾸든지 하다못해 지원법을 만들어서 대학에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도 책임질 필요 있다. 이 중 핵심은 개인 지원 연구비 신설이다. 시간강사들은 강의를 하기 때문에 연구와 관계되는 보고서 형태라도 국회 전자도서관에 등록시키면 지원해주는 방식을 도입하면 단기간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대학에 지원되는 법적 고등교육재정교부금 같은 제도도 중요하고 그 전 단계라도 개인에 직접 지원되는 연구비 제도들이 만들어진다면 시급한 문제를 해소하고 중장기적 대안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김귀옥: 지금 대학 박사가 되는 것에는 개인적인 헌신과 비용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고등교육 인재유출이 심각하다. 개인이 비용 부담하는 것뿐 아니라 미래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유출되는 것이다. 수많은 연줄과 인맥을 따지는 상황에서 강의도 따기 어렵고 교수가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자는 교과서를 외워주는 사람이 아니다. 연구를 기반으로 교육하는데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구조라면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하다. 지표 몇 가지만으로 고등교육 인재 유출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성숙의 지표를 확인하려면 그 사회의 약자를 보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비정규교수의 상황은 제3세계, 개발도상국과 비교해도 창피한 수준이다. 교육이 퇴보하는 사회를 막기 위해 법, 제도, 재정적 노력들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시스템이 없는 연구 환경이라면 한국의 미래 없다.
 

김진균: 중국은 안정적인 지원을 해주면서 자국 학자들을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방치하고 있다. 한국은 사립대 문제가 심각하다. 사립대가 갖고 있는 공교육의 공공성이 방치되고 있다. 교수가 된 동료들과 이야기하면 비정규직 교수에 왜 관심을 문제 가지냐며 연대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들이 공부하면서 공공성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교수가 됐다고만 생각한다. 결국 사회적 문제를 소홀히 하고 공공성을 저해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현 단계에서 문제 풀기 위해서는 정부, 정치가 나서서 공공성의 물꼬를 트는 입법, 행정이 필요하다.

홍영경: 현 정부가 노동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개선하려는 의욕이 보이긴 하지만 우리 분야에서는 아직 부족하다. 그 이유로 지금까지 방치했어도 저항이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대학들과 정부 책임질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또 비정규직 채용과 관련된 차별, 차등을 당연시하는 대학들의 우월의식과 노동자 간의 차등화, 계층화가 없어져야 한다. 대학 교육이 공공 교육으로 나아가려면 무책임하게 떠넘기지 않고 해결해야 한다. 대학에서 제일 먼저 해고하는 게 청소노동자들, 힘없는 사람들이다. 대학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부끄럽다.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임순광: 대학의 기업화는 막고 교육의 공공성은 높이고. 학력차별은 없애고 학문과 교육의 질은 높이자.

대학에 오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 대학이라는 기관이 없어도 교육과 학문을 연구할 수 있는 사회, 전국민이 평생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학력 차별 해소하고 대신 강의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대우 받고 이들이 다양한 형태로 봉사,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획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비정규교수 문제도 폭넓은 해법이 고민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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