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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는 전문가 넘어 스스로 師表인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교수는 전문가 넘어 스스로 師表인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8.04.16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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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인터뷰

45만 명이 속한 610여개 과학단체를 대표하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김명자, 이하 과총). 52년의 긴 역사 속에서 과총은 과학기술로 국가경제 발전에 헌신했다. 전쟁의 폐허 더미에서 국가와 과학기술계의 상생은 한국에게는 한강의 기적을, 과학기술계에는 국가발전에 이바지한 자부심을 선사했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과총은 변신을 꾀했다. 국가경제 발전의 수단으로서의 과학기술, 산업기술 개발을 탈피해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는 과학기술을 지향하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과학기자협회와 공동으로 출범한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은 포항지진, 케미포비아, 제천 밀양화재 등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두려워하는 과학 이슈들에 재빠르게 대응했다. 거대한 조직의 규모에 비해 기민하게 과학 이슈로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과총을 이끄는 이는 바로 국민의정부 최장수 환경부장관을 지낸 김명자 회장이다. ‘소통’과 ‘협력’을 강조하며 과학기술의 사회적 역할‘을 평생 화두로 품어 온 그를 지난 3일 과총회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대담 윤상민 편집국장 cinemonde@kyosu.net
사진·정리 양도웅 기자 doh0328@kyosu.net

▲차기회장으로서 보내신 시간을 포함해 지난 2년의 소회를 간단히 말씀해 주신다면요.
“참 숨 가쁘게 달려왔네요. 회장 취임식 때 꿈도, 일 꿈만 꾸겠다고 다짐했었는데, 거의 그 수준인 것 같아요. 약속드렸던 대로 소통·융합·신뢰를 기반으로 찾아가고 싶은 과총, 국민과 함께 하는 과총, 프런티어 개척의 과총을 목표로 일하고 있어요. 하지만 간혹 한 개인의 힘으로 얼마나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 한계를 느낄 때도 있긴 해요. 그간의 경험을 자산으로 과학기술혁신을 위해 봉사하는 기회를 가진 것이 축복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좀 편하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과총은 610여개 회원단체와 외부 전문가, 국회, 정부, 민간단체 등과의 협업 위주로 일하다 보니, 네트워킹에 많은 정성과 에너지를 쏟아야 해요. 하지만 협력의 위력을 실감하게 될 때는 보람도 크고, “과총이 달라졌다”는 말을 들으면 새삼스레 봉사하는 삶의 의미를 깨닫기도 합니다.”

김명자 회장은 취임 이후 과총의 CI를 새롭게 했다. 과총은 "신뢰성을 상징하는 남색(Dark Blue)과 첨단과학기술의 은색(Silver)을 적용해 현대적이고 규모감 있는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명자 회장은 취임 이후 과총의 CI를 새롭게 했다. 과총은 "신뢰성을 상징하는 남색(Dark Blue)과 첨단과학기술의 은색(Silver)을 적용해 현대적이고 규모감 있는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장님께서 ‘소통’과 ‘참여’를 강조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거버넌스 사회’지요. 어떤 일이든 정부나 특정 주체가 단독으로 의사 결정을 하면서 밀고 나가기가 어려워요. 국민의 정부 최장수 환경부 장관으로 일하면서 소통과 참여가 핵심 덕목이라는 점을 깨달았어요. 소통에 의해 많은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죠. 과총도 마찬가지예요. 말씀드렸듯이 과총은 역사가 52년에 이르는 610여개가 넘는 학회와 약 45만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조직이에요. 과학기술계는 전문화·세분화된 분야에서 연구활동과 교육에 몰두해야 하고, 학문적 실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회적인 이슈에 폭넓게 참여하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시니어 그룹을 중심으로만 움직인다는 지적도 꽤 있고요. 또한 과학기술, 산업 분야의 스펙트럼이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에 의외로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면도 있어요. 따라서 소통하고 컨센서스를 모으고 참여를 높이는 것이 과총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한 선결과제라고 생각했어요. 이 생각은 여전히 변함없고요. ‘우리 함께’를 강조했던 이유도 마찬가지죠.”

▲취임 때 말씀하셨던 그 목표와 과제는 현재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과학기술계에도 몇 가지 변화가 있었어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10년 만에 부활했고, 국가과학기술심의회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통합하는 개정안이 통과되는 등 거버넌스의 변화가 있었죠. 과총은 과학기술계 의견 수렴과 공론화를 위해 「과학기술 거버넌스 개편 긴급 토론회」, 「R&D 예산 관련 포럼」 등을 개최했고, 예산권 이관을 골자로 하는 과학기술기본법과 국가재정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어요. 그동안 부족했던 사회적 이슈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을 하기 위한 것이었죠. 지난 2월에는 과학기술 관련 ‘개헌안’도 수렴해서 전달했어요. 이번 개헌에서는 현행 헌법의 과학기술을 경제발전 도구로 표현한 조항을 시대에 맞게 수정하고, 전통을 계승하되 미래 비전을 담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또한 과총이 선정한 2017년 과학기술 10대뉴스는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고, 케미포비아(화학성분에 대한 공포), 포항 지진, 제천 밀양화재 참사 등 반복적인 재난 재해에 대한 과학기술적 해법을 찾기 위해 국민생활과학기술센터도 설치했어요. 지난 1년이 대내외적으로 소통과 결속을 다지며 외연을 확장하고 체계를 정립하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솔루션과 실질적인 해법 찾기에 더욱 매진하는 시기로 계획하고 있고 차근차근 진행 중이에요.”

▲ 문재인 정부는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설치했고, 지난 2월에는 ‘2040년을 향한 국가과학기술 혁신과 도전, 제4차 과학기술 기본계획’도 발표했습니다. 과총은 이번 정부에서 어떤 계획들을 실천하고 실현해나갈 생각이신지요?
“과학기술은 교육과 연계해서 다뤄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우선 말씀드리고 싶네요. 예상보다 빨리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지수적 변화, 하이퍼 체인지가 4차 산업혁명의 형태로 이미 다가와 있어요. 연구현장에선 요동치는 대전환의 물결을 일찌감치 예감하고 있었고, 지금은 그것이 현재진행형이 됐지요. 그런데 규제와 제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고 과거의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정부는 조속히 ‘이미 와 있는 미래’인 4차 산업혁명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규제 혁신을 해야 해요. 규제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죠. 더 늦기 전에 프론티어 개척에 나설 수 있도록 반전의 환경을 조성해달라는 것이죠. 新성장동력 창출의 성패는 거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죠.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사람 중심의 과학기술’이 베이스가 된다면, 진일보한 과학기술혁신 정책이 뿌리내릴 것이라 믿어요. 과총은 정부의 기본계획이 현장에서 어떻게 정책 효과를 내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그 계획을 보완해 과학기술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에요. 과학기술계도 정책 변화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이슈 해결에 적극 참여하고 스스로 혁신해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그 방향으로 변화를 추동할 생각입니다.”

▲지방분권과 더불어 경제발전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과학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십니다. 하지만 지방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과 결과적으로 예산 나눠먹기라는 시각도 여전히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정부가 지역혁신사업을 강화했고, 현재 과기부 사업에 그 사업이 포함돼 있어요. 지역혁신이 중요한 화두이자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인 것이죠. 과총 또한 지역 과학기술 활동과 지역의 다양한 오피니언 리더들 간의 네트워크 구축을 강화하고 있어요. 과총의 13개 지역연합회가 지역의 고유 사업들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요. 아시다시피 각 지역마다 안고 있는 문제들은 제각각이에요. 중앙에서 하나로 조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지역의 사정은 그 지역의 과학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거예요. 각 지역의 강정, 약점, 기회, 위기 등에 대한 SWOT분석을 통해 도출된 결과를 토대로 지역들과 긴밀하게 협의해 해당 지역에 적합한 방식으로 지원을 해야 해요. 이 지원 사업에서 국가가 할 수 있는 것은 또 국가가 적극 지원을 해줘야겠지요. 저희도 예산 작업을 하고 있어요.”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버지니아대에서 박사를 했다. 숙명여대 이과대학장, KAIST 석좌교수, 명지대 석좌교수, 서울대 기술경영정책대학원 CEP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국민의정부에서 최장수 환경부 장관을 지내며 CNG(압축천연가스) 버스 도입, 4대강 수계 특별법, 수도권 대기질 특별대책 등을 추진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17대 국회의원(국회윤리특별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제6대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을 역임한 뒤 2017년부터 과총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국가의 환경기술보존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과학기술훈장 ‘창조장’을 2015년에 수상한 바 있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버지니아대에서 박사를 했다. 숙명여대 이과대학장, KAIST 석좌교수, 명지대 석좌교수, 서울대 기술경영정책대학원 CEP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국민의정부에서 최장수 환경부 장관을 지내며 CNG(압축천연가스) 버스 도입, 4대강 수계 특별법, 수도권 대기질 특별대책 등을 추진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17대 국회의원(국회윤리특별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제6대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을 역임한 뒤 2017년부터 과총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국가의 환경기술보존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과학기술훈장 ‘창조장’을 2015년에 수상한 바 있다.

 

▲과총의 최근 포럼 주제들을 보면 재난대응부터 스포츠 산업까지 분야가 매우 넓습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살충제 계란 파동, 여성생활용품 유해성 논란, 포항지진, 미세먼지, 제천과 밀양의 화재 재난을 겪었어요. 앞으로도 국민의 안전한 삶과 안심 환경 조성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고, 그 해결에 과학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국내 과학기술 정책과 연구개발 투자가 산업기술 개발 중심이었다면, 이제 사회문제 해결형, 사회 혁신형의 R&D에 정성을 쏟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는 과학기술혁신이 돼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어요. 이를 위해 과총은 지난해 12월 과학기술계 5개 기관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과학기자협회와 공동으로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을 출범시켰어요. 국민의 관심이 큰 7대 분야인 식품, 질병, 재해, 생활화학물질. 환경, 교통·건설, 사이버로 구성돼 있고 111명의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어요. 올해부터 과총 내 국민생활과학기술지원센터를 사무국으로 610여개 회원단체와 소속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게 될 것이고요. 과학기술 전문성으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예방-대응-복구의 전천후 과정에서 과학기술의 역할을 높일 생각을 갖고 있어요. 과학기술계가 스스로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과총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혁신이 성공하려면 시대 변화에 맞는 혁신 커뮤니티와 혁신 문화가 필수예요. 이러한 이유에서 위와 같은 단체를 조직하고 활동을 하고 있고요. 혁신의 최고 방법은 융합이고, 융합의 최고 수단은 협력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해요. 과총이 과학기술계를 하나로 모으는 혁신 커뮤니티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는 게 일상의 첫 일과가 됐습니다. 어떤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기술혁신의 역설이라고 해야 할까요. 기술혁신이 될수록 오염물질은 ‘나노화’돼요. 이 점을 우선 말씀드리고 싶어요. 또한 현대 사회의 문제는 복합적이고 상호 연관된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단기간에 몇 가지 대책을 강구한다고 해서 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지요. 총체적인 방식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해요. 특히 미세먼지, 대기오염 문제가 그렇지요. 미세먼지 문제가 난해한 것은 그 원인과 출처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해요. 설령 원인 규명을 해도, 언제 다른 원인이 발생할지 몰라요.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의 가변성이 큰 것이죠.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 물질의 경우, 대기 중에서 2차 화학반응을 해 더욱 악화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해요. 미세먼지 원인에 중국의 영향이 40%다, 아니다 60%다는 분석이 있는데, 원인의 가변성 등을 고려하면 두 분석 모두 맞을 수 있어요. 중국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환경 외교’가 필수적인 이유겠죠.  
최근 많은 분들이 제가 환경부 장관이었을 때 추진했던 CNG(압축천연가스) 버스 도입이 공기질을 개선하는 데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말해요. 가장 획기적인 사업이었다고도 말하죠. 하지만 CNG 버스를 도입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2002년에 월드컵이 개최했기 때문이에요. 그것이 계기가 돼 전 국민이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질 수 있었어요. 그에 발맞춰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다른 부처들을 설득할 수 있었죠. 과학기술이 분명 현대 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 그리고 기후변화는 그것을 야기하는 원인이 모든 사람에게 있기 때문에 국민의 의식 변화와 실천 의지가 매우 중요하죠. 국제기구에서도 지속가능한 소비를 지속가능한 생산보다 앞에 상정하고 있고요. 결국 소비 행태가 생산 행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비유를 하자면, 환경문제는 빗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 모두가 조금씩이라도 참여해야 해결할 수 있어요. 다만 지금까지 미세먼지를 포함해 대기오염 물질을 해결하기 위해 오랫동안 연구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 결과들이 체계적으로 축적돼 있지 않다는 점은 꼭 개선돼야 해요.”

▲ 지난달 대학들은 대학기본역량진단(구조개혁평가)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대학들에게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최근 이슈 중의 하나인 대학구조조정 사업의 경우, 그것을 정부주도로 할 것이냐 대학주도로 할 것이냐가 관건이죠. 현재 교육 여건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어요. 특히 학생 수가 아주 크게 감소했어요. 이미 고등학교 졸업생 수와 대학생 졸업생 수의 차이가 크죠. 유례없는 격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정부가 이러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요. 지금보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실질적으로 지금까지 정부가 대응을 해서 개선된 사례가 몇이나 되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정부에서 대응을 하든, 각 대학별로 대응을 하든, 시행착오는 있기 마련이에요. 변화에 대응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은 분담돼야 할 거예요. 지난 10년 동안 중국 대학은 질적인 성장을 하는 데 집중했고 소기의 성과를 거뒀어요. 세계 대학 순위에서 500위 안에 드는 대학의 수가 지난 10년 동안 중국은 24개 대학이 늘어 약 37개죠. 반면 우리는 2개 대학이 늘어 약 10개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우리의 경우 중국과 정반대로 양적인 성장만 하는 데 그쳤어요. 예를 들어 좋은 대학의 학생 정원은 늘어나지 못했어요. 상대적으로 좋지 못한 대학만 양적으로 팽창을 한 것이죠. 하지만 여기서 과감하게 학벌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버릴 수 있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해요. K-MOOC(한국형온라인공개강좌), 한국은 활성화가 돼 있지 않잖아요? 이걸 보다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어요. 학벌로 능력을 평가하는 우리의 관념, 그에 기초해서 만들어진 제도, 이것들을 깨야 해요. 세상이 변했으니까.”

▲4차 산업혁명 시대입니다. 오늘날 대학은 어떤 인재를 길러야할지, 또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지난해 5월 과총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과학기술계 인식 조사’를 진행했는데, 그때 과학기술인 2천350명 가운데 89%가 ‘현재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어요. 그렇다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는 게 정확해요. 물론 4차 산업혁명에는 문제가 많아요. 특히 교육이 그렇죠.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느냐 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최근 교육부는 2021학년도 수능에서 기하를 출제범위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어요. 대학에 있는 많은 수학자, 과학자들이 말하듯이 기하는 4차 산업혁명의 ‘기본’이 되는 학문이에요. 과총도 기하 제외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죠.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 ‘new collar’라는 말이 등장했어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에 붙여진 명칭인데, 과학기술 인재가 아니라 전인적인 인재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융합·소통 능력, 문제해결 능력 등,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능력이 필요한 시대라는 것이죠. 과학기술이 사회와 매우 긴밀해졌고, 충격적인 수준으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인들은 이제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고려해야 해요. 하지만 그와 같은 인재를 길러내야 할 교수 가운데 그러한 능력을 몸소 갖고 있는 교수들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에요. 정부도 마찬가지죠. 교수 사회와 정부가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지, 더욱 치밀하게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어요.”

▲숙명여대, 서울대, 카이스트 등 여러 대학에서 교수생활을 하셨는데, 후배교수와 과학자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과학기술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졌기 때문에, 과학기술인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사회·문화·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도 가져야 해요. 국가·사회 발전에 대한 의식을 갖고 제자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스승이 돼야 해요. 교수라면 전문성을 넘어서 제자들에게 師表인지 스스로 늘 되물어야 해요.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하고요. 국민에게 과학기술이 도대체 무엇이며 실질적으로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정부에 대해서는 정책적으로 제언을 할 수 있어야 해요. 그 제언은 단순한 불평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 발전에 꼭 필요한 제언을 할 수 있는 지혜와 지식을 갖고 있어야죠. 그런데 이러한 지혜와 지식을 가지려면 자신이 속한 국가와 사회에 대한 봉사정신, 희생정신이 있어야 해요. 이런 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문데, 참 안타깝죠. 
제게 리더십에 관해서도 많이 묻는데, 리더십이 있으려면 참여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항상 말해 왔어요. 이 참여의식은 곧 팔로워십이에요. 팔로워십을 통해 리더십을 체득할 수 있어요. ‘우리’라는 참여·연대의식을 갖춘 사람이 우리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게 돼요. 이이 팔로워십과 함께 제가 항상 강조하는 게 열정과 헌신이에요. 달리 말하면 ‘손해 보며 사는 것’이에요. 그런데 그것은 결코 손해가 아니에요. 제자들이 謝恩會를 열어줘 참석하면. 사회에 나가면, 그 사회가 어디가 되든지 간에 ‘그곳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돼야 한다’고 조언해요.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사람 되지 말고, 없었으면 하는 사람 되지 말고, 꼭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말이죠. 사회에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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