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색전시회의 주인공인 강찬균 교수는 국내 금속공예 1세대로 후학 양성에 반생을 담금질했다. 강 교수는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정년퇴임을 앞두고 그간의 작품 활동과 교직 생활을 보듬어보는 전시회를 가졌다. 내년 있을 퇴임을 위해 자신의 작품을 하나씩 펼쳐놓고 보니, 그 안에는 34년간 금속공예에만 몰두해온 작품 세계와 후학 양성의 긴 세월이 꽃등처럼 걸려 있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강 교수가 1969년 서울대 전임교수시절 주로 했던 작업은 석공예였다. 하지만 1971년, 1978년 두 차례 이탈리아 유학을 다녀오면서 당시로서는 미개척 분야였던 금속 공예에 눈을 돌리게 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제대로 된 도구 하나 없었는데, 이제 그의 연구실에는 수많은 작품과 도구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런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전통’에 대한 끊임없는 천착.
“1978년 이탈리아에서의 유학은 선진 공예의 미학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돋을 새김, 파 새김 등 유학생활동안 배웠던 기술들이 알고 보니 모두 우리 금속 공예 안에도 있었습니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가 배웠던 것으로부터 우리의 전통기법을 재 발굴한 강 교수의 작품에서는 그래서인지 구수한 냄새가 난다. 툇마루에 누운 위로 쏟아지는 별빛과 멀리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 어릴 적 할머니가 소곤소곤 읽어주던 전래동화의 속삭임이 그의 작품 작품을 타고 들려온다. 차가운 금속으로 맹호를 빚어내도 무서움은 사라지고 어느새 그 자리에는 해학과 따뜻함이 대신한다.
“보신각 종 수정작업을 끝마치고 심신이 모두 지쳐있을 때 우연히 개구리가 떠올랐습니다. 작고 힘없는 개구리, 하지만 멀리 뛰기 위해 몸을 웅크리고 있는 개구리가 마치 나 자신처럼 느껴지더군요.”
1985년 이후 날로 왜소해지는 현대인을 개구리로 의인화한 ‘개구리와 달’ 시리즈로 일명 ‘개구리 작가’로도 불리는 된 강 교수. 퇴임 이후의 예술 세계가 강 교수에게 있어 제 2의 개구리 전성시대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