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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가장 대표적인 정신문화유산…“지역문학으로 한국문학 지평 넓힐 거예요”
문학은 가장 대표적인 정신문화유산…“지역문학으로 한국문학 지평 넓힐 거예요”
  • 윤상민 기자
  • 승인 2018.04.09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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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터뷰_ 영광문학총서 낸 이동순 조선대 교수

한국문학사에서 영광은 타 지역에 비해 문학적 자산이 매우 풍부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적, 정신적으로 풍요로웠던 곳이기에 문학 유산도 많이 배출될 수 있었던 것. 영광을 ‘남도문학 1번지’로 명명한 이동순 조선대 교수(자유전공학부)가 영광지역의 작가들을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문학전집 시리즈인 ‘영광문학총서’를 3권까지 발간했다. 월북작가 조운, 한국전쟁기에 행방불명된 조남령, 그들과의 정을 노래한 조의현의 전작을 복원한 것이다. 격동의 역사에 스러진 영광지역의 작가들을 호명해낸 이 교수를 메일로 만나봤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yosu.net

△조운, 조남령, 조의현 등 세 시조시인의 전집으로 영광문학총서로 3권을 내 놓으셨습니다. 어떤 의도로 이 작업을 시작하셨는지, 또 작업의 문학사적 의미를 매긴다면요?
“1920년대 영광은 ‘호남의 이상향’으로 지칭될 정도로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풍요로웠던 곳입니다. 그런 만큼 교육에 대한 열망도 높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을 서울로, 일본으로 유학 보냈고, 유학생들은 방학을 맞아 돌아와서 학생들과 지역민들에게 배움을 전수하였습니다. 민족의식이 높았던 것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전 영광을 남도문학1번지라고 명명했고, 지역에서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세 명의 시인은 이런 영광의 문화적 토양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면서 앞에서 이끌었던 시인들이고, 조운과 조남령은 당시 중앙문단에서도 인정받았던 시인들입니다. 그동안에도 2명의 시인들에 대한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빈 구석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가 조운, 조남령은 월북작가로 금기시된 때가 있었기 때문이고, 작품을 한 자리에 모으는 작업이 미진했던 것도 있었죠.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서둘러 전집을 꾸미게 된 거예요. 문학사적인 의미라고 한다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았고, 오류들을 바로 잡았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 작품연구의 토대를 제공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조의현의 경우에는 아직 연구된 적이 없는 시인으로 문학사의 호명하게 된 것이 이번 전집의 의미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영광’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묶이긴 했습니다만, 조운, 조남령, 조의현 세 시인을 관통하는 문학적 키워드가 있을까요?
“영광은 항일민족운동이 치열하게 전개됐던 지역이고, 민족교육과 계몽운동이 활발했던 곳이었어요. 조운은 항일운동에 적극적으로 앞장섰던 시인이자 운동가였다면, 조남령은 그를 스승으로 섬겨 시조를 쓰게 됐고, 그의 정신을 이었다고 할 수 있으며, 조의현은 직접 항일운동에 가담한 적은 없지만 조의현 또한 조운의 영향아래 있었던 시인입니다. 3명의 시인들 모두 시조를 썼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1권으로 출간된 『조운전집』의 조운 시인은 일제강점기 붓을 꺾었던 작가로 유명합니다. 해방 후 1947년부터 원필했지만 월북하면서 우리 기억에서 지워졌습니다.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았을텐데요 어떻게 자료를 수집하셨고, 기존의 오류들을 바로잡으셨나요?
“조운은 우리 문학사에서 간과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시인이죠. 해방기에 월북함으로 인해서 그의 문학적 성과는 한 켠에 놓여 있게 됐습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기의 작품들을 당대의 신문, 잡지 등을 통해 찾게 됐는데, 찾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대학도서관, 장서가들을 통해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월북이후의 작품들은 통일부 북한자료센타와 영인본으로 소장돼 있는 도서관의 자료와, 연구자들의 개별적인 연구논문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원문을 확보해 기존 발행됐던 전집들과 대조 작업을 거쳐 원문이 훼손된 것을 바로 잡았고, 서지의 오류 등을 바로 잡아 정본을 확정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는 성과도 있었고요.”

△조남령 시인의 경우 그의 문학적 성취가 시조에 국한돼 이뤄졌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이번에 2권 『조남령 문학전집』전집을 발간하면서 조남령의 삶과 한국현대사, 작품의 관계에서 총체적으로 조명하셨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을 보완하셨는지요? 
“조남령은 시조에 국한되어 논의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전집을 발행하기 위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서 해방기에는 자유시를 썼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그가 시조 대신 자유시를 쓰게 된 원인은 학병동맹사건에 있었습니다. 학병동맹사건은 일제에 의해 학병으로 징집됐던 학병들이 해방을 맞아 만든 단체인데 이데올로기에 의해 3명이 희생된 사건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조남령도 남로당에 가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에 따라 선동적이고 정치적인 내용을 담은 작품을 쓰게 되는데 자연히 시조보다는 자유시가 그것을 담기에는 더 적절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정치가 한 개인의 삶을 지배했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가 조남령 시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비탄의 시인 조의현을 총서 3권에 호명하셨습니다. 여러 작품을 수록하셨는데, 그의 절절한 민족의식이 발현된 작품 하나를 꼽으신다면요, 그리고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조의현은 일본 릿교대에서 경제학와 도시샤대를 영문학을 공부한 근대 지식인이었습니다.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해방의 기쁨을 잠시 느꼈을 뿐, 이후의 생애는 술과 함께 한 고뇌의 시간을 보냈죠. 시인 조운, 조남령과의 이별, 좌우 이데올로기의 대립에 침묵으로 일관했어요. 그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도록 흔들림 없이 중심을 유지하면서 격동의 시간을 술로 견딘 것이죠. “왜? 술을 마시는 것인가? 내 자신이 한번 反問해 보면 政治家도 詩人도 아닌 - 아무 것도 아닌 것이 그저 마실 뿐이라 딱한 일이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시조를 썼어요. “己未萬歲 부르던 해/함박눈 오는 어느 밤//?캬츄사 내 사랑아/이별하기 서러워라?//부르며 가르키며 울던/그는 어디메로 흘러갔나.” ?추억?의 전문입니다. 어린 시절 시인 조운에게서 빌려 읽었다는 책이 『카츄사』인데요, 시인 조운이 그에게 미쳤을 정신적인 영향은 노래의 한 구절인 ‘이별하기 서러워라’를 통해서 드러나고, ‘부르며 가르키며 울던/그는 어디메로 흘러갔나’에 그를 향한 그리움을 담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광은 주위의 다른 지역에 비해 지역문학이나 문학가들에 대한 발굴 열망이 높은 편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경제적인 풍요와 높은 교육열이 자연스럽게 문화수준을 높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 영광은 지역민 전체가 하나로 움직였다고 할 만큼 수많은 단체들을 조직하여 체계적인 교육활동이 이뤄졌습니다. 추인회, 한글회, 향가회, 갑술구락부, 과학연구회, 체육회 등의 단체는 함께 모여 공부하고 연구하며, 작품을 쓰고,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등의 활동이 꾸준히 이뤄졌죠. 그런 만큼 많은 작가들이 배출됐던 것이죠. 그런데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많은 지역민들이 희생됨에 따라, 그리고 지역을 대표했던 조운이 월북한 것 등이 문제가 돼 일제치하에 활동하였던 많은 작가들과 작품은 자연스럽게 사장됐습니다. 그것을 복원하기 위한 지역민들의 노력이 이제야 표면적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고요.”

△이번 총서를 보면 지역문학을 발굴하고 지키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난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연구자 개인적으로 또 지역 사회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네. 맞습니다. 세권의 전집은 연구를 위한 토대를 마련한 것이고, 앞으로도 지난한 과정일 것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리고, 노력과 수고로움에 비해 유명한 시인의 작품으로 논문 한편 쓰는 것만도 못한 평가로 인해 연구자들이 꺼리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제가 그것을 하고 있어서 스스로 칭찬하면서 하고 있어요. 지역문학이 결국은 한국문학입니다. 지역에 국한된 작가들로 한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는 지역적인 어려움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지역사회의 분위기에 따라 대응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문학은 가장 대표적인 정신문화유산입니다. 가시적인 성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지역경제 활성화 등과는 거리가 있다고 해서 뒤로 미루지 말고 앞장서 나서서 복원하고 콘텐츠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결국에는 가시적인 성과 및 경제적인 성과를 불러올 것이니까요.” 

△영광문학총서는 총 몇 권으로 완결 예정인지, 또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영광문학총서의 발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입니다. 그것이 몇 권으로 완결될 지는 아직 모르지만 해년 마다 1, 2명의 작가들을 호명해내는 전집을 낼 것입니다. 그래서 지역문학 뿐만 아니라 한국문학의 지평을 확장하는데 일조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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