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이△△교수가 미국 마르퀴스사에서 발행하는 세계적 인명사전인 ‘후즈후 인더월드’ 2003년판에 등재됐다.”
최근 각종 언론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기사다. 매년 7월에 발간되는 이 인명사전의 등재 결정여부는 당사자들에게 신속하게 통보되고, 이와 함께 언론에서도 대서특필된다. 세계적인 권위를 내세우는 인명사전에 국내 학자들이 등재됐다는 사실은 학계의 성장을 반영하는 ‘반가운’ 소식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인명사전의 선정 절차와 과정 등 객관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정호 서울대 교수(영문학)는 미국의 한 인명사전 편찬 회사로부터 등재 연락을 받았다. 내용인즉 자신의 이름이 등재되는 사전을 미리 주문할 경우 가격을 할인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이 교수는 몇몇 회사들의 장삿속이라고 판단, 답신을 하지 않았다.

ㅅ 대 이 아무개 교수는 영문이력서를 보내라는 인명사전 편찬사의 이메일에 대해 자신의 연구이력을 기록하지 않은 답장을 보냈다.
이 교수는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지 호기심이 발동해 백지 이력서를 보냈지만, 출판사로부터 등재를 알리는 답신을 받았다. 그는 “객관적인 평가를 했다면, 등재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전에는 인명사전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정보 접근이 손쉬워진 지금 인명사전은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라고 씁쓸해 했다.

이 같은 사례는 한 두 학자들만 겪는 상황이 아니다. 몇몇 회사들의 경우, 교수 자신의 이름이 실린 인명록을 구입하라는 이메일을 집요하게 보낸다는 것도 공통적인이다. 책 구매가 강제적인 사항은 아니지만, 불쾌하다는 의견도 적지않았다.

실제로 학자들이 인명사전에 등재된다고 해서 특별한 이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업적평가에 점수가 더해지거나, 유리한 이력으로 인정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의 연구분야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학자로서의 명예가 빛날 뿐이다. 그러나 이런 인명사전이 학자들의 명예를 보증해준다는 객관적 근거는 빈약하다.

ㅈ 대의 김 아무개 교수는 “인명사전 편찬회사의 상술에 휘둘리고 있다”라며 “일부 교수들이 자기 과시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