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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시대로의 진입, 과학기술이 모두에게 말하다
재난 시대로의 진입, 과학기술이 모두에게 말하다
  • 양도웅
  • 승인 2018.03.19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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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총 제1회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 「재난 대응 인프라 구축과 과학기술혁신」
김명자 과총 회장(가운데)을 중심으로 포럼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과총
김명자 과총 회장(가운데)을 중심으로 포럼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과총

두 해 연속으로 발생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은,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모든 종류의 재난(사회재난과 자연재난)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데 충분했다. 적어도 지진으로부터는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하던 시대가 종언을 고한 것이다. 모든 재난에 대비해야 하는 이 낯선 시대에 과학기술계와 정치권, 행정부가 공동으로 포럼을 개최했다. 지난 13일 과총 국민생활과학기술지원센터와 변재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실이 준비한 제1회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이 ‘재난 대응 인프라 구축과 과학기술혁신-안전안심 사회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준비한 발제자료를 받지 못한 참석자들의 수가 많았을 만큼 포럼의 열기는 뜨거웠고 분위기는 진지했다. 

포럼을 후원한 김우식 국민안전안심위원회(국무총리실 산하) 위원장은 축사에서 “안전에 대한 국민의식과 준법정신을 철저히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한 뒤 “행정부에서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난을 대비하고 수습하는 데 과학기술의 혁신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태도에도 뚜렷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건조물의 안전, 어떻게 얻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제1발제를 진행한 함인선 한양대 특임교수(건축학부)는 얼마나 우리가 재난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재난의 원인은 ‘안전불감증’에 있는 것이 아니라 비용 대비 편익만을 추구하는 냉혹하리만치 타산적인 합리주의에 있다.” 이어서 함 교수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분노와 참담과 같은 감정적인 것으로만 사건·사고에 접근하는 태도”를 지적하며 “과학과 분석적인 사고로 사건·사고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함 교수는 “우리는 이러한 감정적인 접근으로 안전무식증에 빠져 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건설현장에 만연한 “위험중독증”을 지적했는데, 소위 말해 “목숨 걸고 무엇인가를 하라는 태도를 바꾸지 않고는 안전한 현장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함 교수에 이어 「재난안전 R&D 현황과 적용사례」라는 주제로 두 번째 발제를 진행한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원장은 과학기술의 활용 방안에 집중했다. 심 원장은 서두에서 “어떻게 보면 사회재난뿐만 아니라 자연재난도 우리 사회가 생산하고 있다”는 말로 우리 인간에게 모든 재난의 책임이 있다는 태도로 재난에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 뒤, “현재 우리 연구원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위기상황의 의사결정을 실시간으로 지원할 수 있는 과학적 상황관리 능력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심 원장은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등을 활용해 실시간 재난상황 정보 수집체계를 구축하는 데 경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든 이들의 협력과 소통, 그리고 책임이 중요

두 발제에 이어 박희경 KAIST 재난연구소장을 좌장으로 한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에서 방장원 소방청 소방과학연구실장은 “과학기술은 현장에 있는 대원들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한 뒤, “지난 2012년에 발생한 구미 불산가스 사고는 밸브만 잠그면 해결되는 사고였는데 밸브를 잠그는 데까지 무려 7시간이 걸렸다. 현장이 어떠한지,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그만큼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재난에 직접 대응하는 사람들이, 신속하게 재난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을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데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사례였다. 

이어서 토론의 화제는 재난을 분석하고 관찰하는 사람(들)과 현장에서 재난에 직접 대응하는 사람(들) 사이의 통합적인 연결망을 어떻게 구축할 수 있는가로 이동했다. 토론이 진행될수록 참석자들이 ‘소통’과 ‘프로세스’, ‘통합’을 강조한 이유이기도 했다. 곽재원 국민안전심의위원회 간사는 “재해를 예측하는 힘, 재해를 예방하는 힘, 재해 이후 회복하는 힘, 재해 관련 정책을 개선시키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며 “재난 관리는 공공(정부)의 몫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산·민·관이 모두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난과 관련한 모든 사람들의 협력을 강조한 이 발언은, 이젠 재난으로부터 어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변화된 인식에 근거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토론의 참석자들이 주문한 것은 언론의 역할이었다. 재난에 따른 민간 영역의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언론의 역할이 중요함을 지적한 것이다. 세월호 사건(사고)에서 언론의 ‘보도(오보)’가 얼마나 많은 이들을 고통스럽게 했는지를 떠올리게 하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김진두 〈YTN〉 과학재난팀장은 이슈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언론의 생리에 대해 양해를 구한 뒤, “재난 발생 시 전문가 그룹에서 신속하게 회의를 해 일관된 목소리를 언론에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 잘못 전달된 정보의 위험성과 함께, 전문가 집단의 일관되지 않은 정보의 위험성도 지적한 것이다. 

이번 토론회는 재난 시 모든 관계자들이 참여해 소통하고,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는 것으로 귀결됐다. 우리가 부르는 재난의 규모는 대부분 반목과 불통에 의해 더욱 확대된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재확인한 자리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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