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8호 새로 나온 책
898호 새로 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7.11.1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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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기, 철학자의 생각법: 사유의 풍경으로 걸어 들어가다, 로제 폴 드루아 지음, 백선희 옮김, 책세상, 220쪽, 14,800원
프랑스 국제철학학교와 국립과학연구센터에서 교수와 연구원으로 활동했던 철학자이자 〈르 몽드〉, <르 푸앵> 등의 잡지에 정기적으로 철학과 관련된 칼럼을 기고한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온 저자는 걷기가 인간만의 고유한 특징이라는 부분에 주목하면서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된 이유가 걷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걸음걸이 속에 생각의 단초가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엠페도클레스에서 비트겐슈타인까지, 그리스에서 중국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의 사상가 27명의 철학을 두루 살피고 그 과정에서 걷기의 메커니즘과 생각의 메커니즘을 고찰한다. 그리고 걷기와 우리 사유의 유사성과 연관성을 확인한다. 저자는 걷기가 그 자체로 인간 존재 방식의 고유한 척도이며 예로부터 지금까지 인간의 생각을 키워온 생각법이었음을 보여줌으로써 생각의 근육을 키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걸어보라 권한다.

 

■ 미국의 묵시록, 서보명 지음, 아카넷, 240쪽, 12,800원
이 책은 시카고신학대에서 신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가 실존적 관점에서 미국을 분석한 책이다. 묵시록은 감추어진 신의 뜻을 드러낸다는 의미[默示]이며 파국적 종말을 예정한 사유다. 서구 기독교 역사에서 비롯된 이러한 세상 이해가 종교적 사명을 띠고 새로운 에덴을 건설하려던 청교도에 의해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꽃피고 그 세계관의 근본으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묵시록은 미국인의 정서에 보편적으로 작용하는 하나의 기준이 됐으며 이 관점을 배제하고 미국(인)을 읽어낸다면 중요한 정신적 근거를 놓치게 된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꽉 짜인 학술 논문이 아니라 개별의 글들을 한데 묶은 이 책은 미국을 이해하는 코드를 제시하고 체험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장 보드리야르의 미국론이나 레비의 미국 기행을 닮아 있다. 저자가 제안한 묵시록의 관점은 쉽사리 연결되지 않는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신념을 조리 있게 설명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 블랙 아테나의 반론: 마틴 버날이 비평가들에게 답하다, 마틴 버날 지음, 오흥식 옮김, 소나무, 704쪽, 30,000원
서양의 주류 학계에 맞서 자신의 학문적 소신을 개진한 마틴 버날은 76세를 일기로 2013년에 사망했다. 그는 ‘블랙 아테나’를 모두 4권으로 기획했지만 생전에 1, 2, 3권이 출간됐고, 한글로는 오흥식 교수의 번역으로 1권과 2권이 출판됐다. 20년 넘게 학문적 열정과 진정성으로 ‘블랙 아테나’ 시리즈 번역에 매달려온 역자가 이번에 선보이는이 책은, ‘블랙 아테나’에 쏟아진 주류 학계의 격렬한 비판에 대한 버날의 단호하고 촘촘한 답변이다. 『블랙 아테나 비평』에 기고한 일부 학자는 순수하게 학문적 이유로 ‘블랙 아테나 프로젝트’ 전체를 공격했고, 일부 학자는 학문적인 동기와 우익 정치적 동기를 뒤섞어 공격했다.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도 그 책에서 제기된 주장에 설득됐다. 이에 저자는 자신을 향한 비판들에 대해 세부적으로든 전체적으로든 논쟁을 벌여 균형을 맞추어보려는 시도로 『블랙 아테나의 반론』을 썼다.

 

■ 비트겐슈타인 회상록, 헤르미네 비트겐슈타인 외 지음, 러시 리스 엮음, 이윤·서민아 옮김, 필로소픽, 336쪽, 18,000원
비트겐슈타인은 20세기의 위대한 철학자다. 이 책은 그를 가장 잘 아는 7인의 회상을 통해 누군가의 형제이자 동료, 스승이었던 비트겐슈타인의 이면을 새롭게 조명한다. 그는 문학평론가에게 문학평론을 그만두라고 하거나, 사제가 되려는 제자에게 성직자의 쓸모없음을 충고할 정도로 직설적인 사람이었다. 일견 오만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저자들은 그런 일화들이 오만함보다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그의 엄격함에서 비롯한 것이었다고 회상한다. 비트겐슈타인의 누이인 헤르미네는 막내 동생 루트비히와 관련된 기억들을, 러시아어 과외 교사였던 파니아 파스칼은 ‘고백’을 비롯한 중요한 사건들을 회상한다. 케임브리지 동료 교수였던 F. R. 리비스와 제자였던 존 킹은 그와 나눈 여러 대화를 비교적 자세히 서술한다. 특히 M. O’C. 드루어리는 종교와 윤리에 관한 비트겐슈타인의 사상을 통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조선불교유신론, 한용운 지음, 정은주 풀어씀, 풀빛, 296쪽, 14,000원
생소한 불교 용어나 고전 문구가 나올 때마다 원서에 없는 해석과 배경지식을 병기하고 한용운이 저술한 다른 논설 자료나 시 등도 다각도로 참고했다. 원서는 서론부터 결론까지 17장으로 나누어 서술됐지만, 이 책에서는 주제별로 묶어 6장으로 재구성해 독자들이 더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조선불교유신론』은 정치·사회 모든 분야에 변화와 혁신이 활발한데 오직 조선 불교만이 미신, 기복, 은둔 등 인습에 젖어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한용운은 불교를 동양과 서양의 주요 종교 철학 사상과 비교해 논했고, 불교가 깊은 산중이 아닌 대중 안에서 함께 호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불교유신론』에는 불교개혁 의지뿐 아니라 만해 한용운이 지닌 역사의식과 세계관, 시대상이 담겨 있다. 종교적인 열정을 바탕으로 불교 전반에 걸친 예리한 관찰과 비판, 시대에 뒤떨어진 우리 불교를 개혁할 새로운 방향과 대안을 제시해 우리 사상계에 큰 영향을 남긴 명저로 손꼽힌다.

 

■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을 읽는 시간, 나카마사 마사키 지음, 김경원 옮김, 아르테(arte), 524쪽, 24,000원
아렌트 사유의 정수를 한 줄씩 풀어 쓴, 원전에 가까운 해설서다. 한나 아렌트 정치사상을 이해하는 출발점, 『인간의 조건』은 정치철학의 틀을 뛰어넘어 사회학, 법학, 역사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 영감을 불어넣었고, 그 속에 담긴 아렌트의 사유와 ‘세계 사랑’의 정신은 수많은 문필가들에 의해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변주되고 있다. 저자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 역작을 가장 정중한 방법으로 독해한다. 아렌트가 의도한 사소한 말장난부터 참조한 문헌에 대한 상세한 해설까지, 영어와 독일어, 일본어 판본을 비교하며 읽는 가운데 독자들은 문장 사이사이에서 되살아나는 사상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아르테가 소개하는 일반인을 위한 고전 강독 시리즈, ‘lecture+text’의 첫 번째 책이다. 시리즈 로고의 타이포가 갖는 의미 그대로, 원전(original text)과 원전에 대한 해설(lecture)을 책 한 권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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