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내 교수 30%가 퇴임”…이대로 가면 學風 잇기 어렵고 학문공동체 個性도 사라진다
“5년내 교수 30%가 퇴임”…이대로 가면 學風 잇기 어렵고 학문공동체 個性도 사라진다
  • 최성희·최익현 기자
  • 승인 2017.11.1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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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_ 2020년부터 ‘교수 은퇴’ 증가 ① 문제는?

학술대회장이나 교수들이 좀더 많이 모이는 곳엘 가면 심심찮게 들리는 말이 있다.‘ 5년 이내 교수 30%가은퇴한다’는 말이다. 강원대 사회학과의 경우, 현재 6명의 교수가 있다. 이 가운데 4명이 5년이내 은퇴할 예정이다. 나머지 2명도 50대 후반이라 은퇴가 멀지 않았다. 서울대 미생물학과도 5년 이내 10여 명 정도의 교수가 은퇴할 예정이다.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도“한예종이 교수진 세대교체에 직면해 있다.

제1세대 교수의 대규모 은퇴가 진행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2020년부터 은퇴 대열에 본격적인 ‘베이비붐 세대’가 합류한다. 쉽게 말해 그간 한국사회 최전선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오던 견인차들이 뒷방으로 물러난다는 뜻이다. 2016년 8월 통계청이 발표한‘장래인구추계’(2015~2065)를 보면,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인구로 빠져나가는 2020년대에는 연평균 34만명씩, 2030년대에는 연편균 44만명씩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 이런 현상은 그대로 대학과 학문공동체에서도 나타난다.

위의 표 그래프는 몇가지 면에서 시사적이다. 일단 출생연도별로 볼 때, 이들 분야에서 급격한 증가를 보이는 건 1955년생들이다. 세 자리 수를 넘어서는 임용 경향을 보여준다. 이는 1955~1963년생이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를 이루고 있는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교수들 역시 1955~1963년생이 가장 많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이 세대가 2020년부터 대규모 은퇴를 맞게 된다.

 


대규모 은퇴와 대학정책, 그리고 학문공동체의 미래

그렇다면 ‘생산가능인구’에서 빠져나가는 교수들의 은퇴는 어떤 문제를 제기할까. 대략 세 가지 문제를 읽을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 대학정책은‘학령인구 감소’를 겨냥해 전개돼 왔다. 대부분의 대학 정책은 수용자인‘학생’을 전제로 돌아간다. 학생선발,등록금, 교육과정, 졸업, 취업, 이 모든 게 하나로 묶여 있다. 이렇다보니‘교수’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차적인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학생 없는 교수는 상상도 할 수 없다. 교수사회 세대교체가 중차대한 문제임에도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하는 건 바로 이런 왜곡된 구조 때문이다.

이기홍 강원대 교수(사회학과)는 이렇게 지적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신규임용이 별로 없다는 거다. 몇 년 전 사회학과 교수 정원은 8명이었는데 지금은 6명이 됐다. 교수가 은퇴를 하더라도 인원을 주지않는다. 교수들의 나이대가 고르게 분포돼야 학생들과의 소통문제도 원활히 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신규임용이 있어도 임용 절차와 기준이 이공계 학과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교수가 퇴임해도 신규 교수임용이 없으면 관련 학과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대학 평가’에 유리한 방향으로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을 신규 임용하는‘기형적 임용’이 횡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학문공동체로선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이기홍 교수는“취업에 유리한 쪽의 세부전공을 전공한 사람을 신임교수로 임용하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다 보니 세부전공 분야뿐만 아니라 각 학과마다의 학풍을 이어가기란 불가능해졌다. 고유한 학문 공동체의 개성을 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대학정책이 학문공동체의 고유한 개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퇴임 준비’안내하는 프로그램 필요
두 번째는 퇴임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문제다. 분석 결과, 퇴임시기가 아닌 데도 일찍 교수직을 내려놓은 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방 국립대에서 정년보다 일찍 옷을 벗고 나온 ㄱ교수는“더 늦기 전에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어서 정년에 앞서 은퇴했다”고 퇴임 이유를 밝혔다.

일부 교수들은 정년을 5~10년 앞두고 ‘리타이어’를 준비한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들의‘은퇴 준비’는 개인적 차원에서 진행될 뿐이다. 대학 차원에서 교수들의 은퇴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서울의 한 여대에서 은퇴한 ㄴ교수는“정년퇴임 이후 무엇을 할지 몰라 세상과 담을 쌓고 소식이 끊겨진 동료들 이야기를 들으면 안타깝다. 퇴임 전에 은퇴이후 생활을 계획하고 준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유용할 것 같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정년퇴임한 교수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본격적인 조사와 연구도 요청된다. 65세에 퇴임하지만, 70대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는 교수들이 늘고 있어서다.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사례를 찾아, 퇴임을 준비하는 교수들에게‘퇴임이후 롤모델’을 찾게 해주자는 아이디어다.

결국 베이비붐 세대 교수들의 대규모 은퇴는 학문공동체의 세대교체 문제이기도 하다. 이준호 서울대 교수가 흥미로운 말을 건넸다. 일단, 자신이 속한 자연과학 분야의 경우, 대학에 남아서 연구하는 인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대에 따라 15년 후배들까지만해도 절반이 학계에 남아 연구를 계속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인력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연구를 계속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열심히 해도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없을 거 같은 생각이 그 원인이다.”


‘바람직한 세대교체’는?

그래도 그는 어느정도 학문공동체의 세대교체에 희망을 걸고 있다. “선배 교수들이 퇴임한 자리에 대체 가능한 새로운 연구자들이 들어온다면 자연과학계의 부흥이 시작되리라 본다. 유능한 연구자들이 좋은 데서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좋겠다.”

이준호 교수는‘진정한 세대교체’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분야별로 은퇴하는 교수의 세부전공분야(미생물생태학 등)를 잇는 인원을 뽑아야한다는 주장과 미래지향적인 분야를 새로 뽑는 게 진정한 세대교체라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학문공동체를 봤을 때 연구 목표가 뚜렷하고 미개척분야에 도전하는 신진 연구 인력이 보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수신문>은 2020년 대규모 교수 퇴임과 관련 앞으로 ② 퇴임이후의 생활 ③ 학문공동체의 세대교체 편으로 기획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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