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력 배양하는 기초과학 이수 학점 확대해야
사고력 배양하는 기초과학 이수 학점 확대해야
  • 최성희
  • 승인 2017.11.06 0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초교양으로서의 과학교육, 어떤 논의 있었나

'잘 가르치는 대학’은 우리시대 대학의 화두가 됐다. 교양교육에 관심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교양교육’을 주제로 한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학장 최병문)는 지난달 26일 대전대 하나컨벤션홀에서 ‘교양교육에서 기초과학교육의 필요성’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국교양기초교육원(원장 윤우섭)은 ‘대학 교양교육 기초과학교육 강화 전략’을 주제로 지난달 27일 서울프레지던트호텔에서 ‘제11회 교양교육 협력포럼’을 열었다. 오는 11일에는 ‘교양교육에서 공통교과제와 배분이수제의 구성원리와 장단점’을 주제로 한 연세대 리베리타스 교양교육연구소(소장 홍석민)의 심포지엄도 예정돼 있다. 특히 주목해 볼 것은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심포지엄과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의 포럼이다. 이들은 기초과학 분야에 무게를 두고 논의를 심화했다. 일단, 교양교육의 차원에서 ‘기초과학 교육’을 논의 무대에 올린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과연 어떤 논의가 이어졌을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요구

교양교육에서 기초과학 교육이 강조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전문가들은 창의적인 융복합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이에 따라 종합적 사고력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교양교육을 혁신해야 한다는 주문도 늘고 있다.
이종서 대전대 총장은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심포지엄 환영사에서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갖춰야 할 융합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배양하는 교육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기조발제는 윤우섭 한국교양기초교육원장이 맡았다. 그는 이종서 총장의 환영사에 맞춰서 사고력 있는 인재를 키우는 데 기초과학 교육이 필수라고 지적하면서 「대학 교양교육에서 기초과학교육」을 논의 주제를 던졌다.

 

강의 접근방식을 달리해야
이 총장과 윤 원장의 메시지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지 라는 ‘교육방법론’으로 수렴된다. 교양교육으로서 기초과학 교육을 강조한 배경에는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흔히 말하는 불평들, 특히 “진도가 너무 빠르다”, “배우는 내용이 많다”, “실험결과가 뻔하다” 등 과학 수업에 대한 불만이 놓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렇다. 현재 우리나라 교양과정에 개설된 과학 강의는 결과 중심적이며,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데만 급급하다. 고차원적인 사고에 대해 평가한다기보다 단순 암기를 강요하는 평가방식도 문제다. 대학 교양에서의 과학교육은 그야말로 졸업이수 요건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기에 때로는 강의 수준도 ‘유사과학’에 가깝다고 표현할 수 있을 지경이다.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심포지엄에 참여한 이들은 기초교양으로서의 과학강의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개선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았다.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심포지엄에서 「리버럴아츠교육에서의 생물학교육」을 발표한 박돈하 연세대 교수(분자유전학)는 기본적으로 학생 중심의 교육방식을 전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할 것인지 고민하고, 학습과정에 대한 평가도 병행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방향은 세 가지다. 먼저, 교양대학에도 전문적인 교수를 초빙하고 다음으로 융합 전공의 ‘미래지향적인 학부’를 개발해야 한다. 또한 대학 차원에서 과학교육의 비전 확립과 혁신도 뒷받침해야 한다.

이보경 연세대 교수(환경분석화학)도 비슷한 맥락에서 접근했다. 발제문 「리버럴아츠교육에서의 화학교육」에서 그는 교수와 학교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초과학 강의 매 시간은 교수학습에 대한 고민 과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대안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교수차원에서는 학생들이 겪는 인지장벽이 무엇인지 고민한 뒤 점검하고 학습법을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차원에서 우수강의교수를 지원하기 위한 포상제도 마련, 학제 간 프로그램 구성, 상시 지원 체계 구축 등 여건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화학 분야에서는 실험사례를 단순히 언급하기보다 주제 중심으로 큰 질문을 던지는 강의로 과학적 사고를 유도해야 한다. 

 

(왼쪽부터) 이종서 대전대 총장, 윤우섭 한국교양기초교육원 원장, 손동현 대전대 석좌 교수, 정진수 충북대 교수(물리학과)
(왼쪽부터) 이종서 대전대 총장, 윤우섭 한국교양기초교육원 원장, 손동현 대전대 석좌 교수, 정진수 충북대 교수(물리학과)

기초과학 교과목 의무 이수 늘려야

지난달 27일 열린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의 제11차 교양교육협력포럼에서는 박진희 동국대 교수(과학기술사)가 「대학 교양과정에서의 기초과학 교육의 현황과 과제」를, 정진수 충북대 교수(물리학과)가 「미래를 위한 대학에서의 과학소양 교육」를, 강혜정 서울대 교수가 「대학 교양수학의 목표와 방법에 대하여: 인문사회계열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이날 포럼 참가자들은 대학 기초과학 과목의 의무 이수 학점을 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박진희 교수는 발표에서 우리나라의 열악한 교양교육 여건을 지적하면서 “스탠포드대, 윌리엄대 등 미국 대학의 교양교육 지원체계가 잘 잡혀있는데 반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고 큰 틀에서 문제를 꼬집었다. 그가 제시한 기초과학 교육 방안은 이렇다. 먼저, 기초과학 교과목의 의무 이수 학점을 늘리기 위해 행정적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비전공자를 위한 교과내용과 교재 개발, 연구사업 지원, 교양교육 수업도 교육성과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교육 연수프로그램이나 우수자 포상으로 인센티브 제도도 뒷받침돼야 한다.

포럼의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정진수 교수도 과학적 소양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과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려면 교양과정에서 기초과학 교과목의 의무 이수 학점을 늘려야 한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정 교수는 한국 학생들이 편중된 교육환경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문·이과를 가리지 않고 학생들이 교양과목 가운데 30%이상을 ‘과학과목’으로 이수하게 돼있는데 반해 우리나라 문과생이 듣는 교양강의 중 과학과목은 10%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 같은 과목 편중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실험과 과학 과목의 확대, 토론 공간과 연구 공간의 확대, 교양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바른 이해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가르쳐야할 과학적 소양이라는 것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공적 논쟁에 참여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과 학교 밖에서도 과학에 대한 학습을 지속하는 능력, 진로에 입문하기 위한 기술을 뜻 한다”며 이를 위해 교수, 대학, 교육부, 학회 차원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심포지엄에서 종합토론 좌장을 맡은 손동현 대전대 석좌교수는 교양교육에서 기초과학 분야를 ‘사각지대’라고 표현하면서 “기초과학 분야는 교수진도 부족하고 교양 수업의 준비 여건도 부실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심포지엄과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의 포럼에서 비슷한 주제의 논의가 진행된 것에 대해 “그만큼 대학 교양에서 기초과학 교육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걸 방증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