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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즐겁게 가르칩시다”
“제발, 즐겁게 가르칩시다”
  • 설유정 기자
  • 승인 2003.05.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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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여교수의 유쾌한 반란’ 쓴 나성숙 교수

‘남들은 기차여행이 낭만이라지만, 나는 기찻간 김밥만 봐도 목이 멘다. 수원에서 내리는 수원대 교수, 안성에서 내리는 중앙대 교수, 천안에서 내리는 단국대 교수가 잠들어 있으면 깨워주기도 하고 어딘가 나를 놓치고 후회하는 대학이 있을 거라 위안 삼기도 했다.’

최근 ‘국립대 여교수의 유쾌한 반란’을 쓴 나성숙 서울산업대 교수(50,시각디자인학과·사진)는 이 책에서 오랜 강사 생활, 애 둘 키우며 5시간 출퇴근하면서 박사학위 따던 이야기 등 교수가 되기까지의 자신의 끈질긴(?) 집념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교수가 그렇게 좋았던 이유는 ‘명예’에 대한 못 말리는 집착, 그리고 가르치는 게 좋았기 때문.

“책을 내고 나니까 주위에서 그렇게 힘들었느냐고 묻대요.”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서울대까지 졸업했으니 탄탄대로를 걸어온 콧대 높은 여교수로 치부됐을 법도 하지만, 뭣보다 밝고 유쾌한 나 교수를 그런 어두운 시절(?)과 연상짓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리라. 

이 책을 쓰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도 교수지망생이나 젊은 학생들이 자기 일에 좀더 충실해졌으면 하는 바램이란다. “이렇게 칙칙한 얘기 딴 데선 안해요. 다만 내가 고생한 걸 보고 교수지망생이나 학생들이 자기 일에 충실하길 바랬어요. 이 여교수도 옛날에 그랬는데, 뭐 그렇게 몸을 사리느냐. 그 얘길 하고 싶었던 거죠.”

이어서 동료교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냐는 질문에 곧바로 튀어나오는 그의 지론은 ‘재미’. “제발 좀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교수 문화의 특징은 너무나 근엄하다는 거죠. 한시간 회의에 두 번도 안 웃을 걸요. 즐거워야 애들도 즐겁게 가르치는데.”

재미있어서 또 물어본다. 여교수님들은 어때요? 시원시원한 대답이 속사포처럼 이어진다. “워낙 강사를 많이 해서 그 자리에 충실하지 않은 사람은 굉장히 싫어해요. 안 그런 사람도 있지만, 공주병에 빠진 엘레강스한 여교수들도 한 30% 있죠.”

책 쓰는데는 정작 두 달도 채 안 걸렸단다. 그런데 최근에 다시 보니 ‘자기자랑’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겸연쩍게 웃는다. 그리고 ‘유쾌한 반란’을 설파했지만 왠지 박사논문을 마치고 난 뒤 같은 허무감이 밀려온다고 고백했다. 그러다 갑자기 다음엔 ‘한국에서 대학교수 되는 법’이나 자신이 오랫동안 여러 대학에서 봐온 비리들에 대한 책을 써보면 어떨까라고 불쑥 묻는 이 에너제틱한 여교수. “비리라면 정말 많이 봐왔거든. 상처뿐인 영광이랄까. 현재 우리나라 대학들이 그래요. 재임용 탈락된 교수들, 비리, 뇌물…. 이번 제목으로는 ‘불쾌한 잔치’가 어떨까요? 하하하.”

색다른 ‘대학 비리 백서’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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