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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개혁<끝> : ‘문화적 권리 신장’위한 정책을 기대하며
유네스코 개혁<끝> : ‘문화적 권리 신장’위한 정책을 기대하며
  • 이은정 기자
  • 승인 2003.04.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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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은 정부서 받더라도 ‘제 목소리’ 낼 수 있는 구조 만들어야

결국 문제는 문화 정책간 우위를 정하는 시각의 차이인가. 최근 문화연대, 세계문화기구를위한연대회의 등 문화관련시민단체에서 제기하고 나섰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이하 한국위원회) 개혁론의 초점이 점점 좁혀지고 있다. 한국위원회에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측의 입장은 명료하다. 문화 다양성을 지킬 수 있는 문화정책의 중심지로서 한국위원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하지만, 교육부, 외교통상부 등 정부 부처의 압력에 눌려 유네스코 본부에서 내세우고 있는 기본 취지마저 퇴색시키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한국위원회 측은 문화정책 및 활동 방향을 결정하는 기본적 시각의 차이라는 의견을 내왔다.

그렇다면 한국위원회에서 어떠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지가 관건일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문화교육사업을 살펴보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곳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 컬처 링크(세계문화발전정보 네트워크) 운영, △ 무형문화재 시스템 구축, △ 청주를 거점으로 한 ‘직지’ 세계화 작업. 모두 문화유산사업과 연계돼있는 것들이다.

이에 대해 허권 한국위원회 교육·문화팀장은 “‘국제 사회에서 문화적 역량을 키우고 인정받는 것이 우선’이라는 기준 아래 문화 유산 관리 및 보존, 세계적으로 우리 문화를 알리는 작업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정된 인력 풀로 많은 업무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간 우선 순위가 정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사업 이외에 유네스코의 이념에 비춰볼 때 문제가 될만한 문화적 현안에 대해 한국위원회가 목소리를 낸 적은 거의 드물다. 강내희 문화연대 정책기획위원장은 “문화유산 사업도 크게 보자면 문화의 다양성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하지만 한국위원회에서는 인터넷 등급제, WTO 양허안 논란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사안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교육개혁 문제만 하더라도 ‘인종, 성, 또는 경제적·사회적인 차별에 상관없이 교육의 기회균등의 이상을 발전시킨다’는 유네스코의 이념에 따라 충분히 입장표명을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꼬집는다.

상부층을 형성하고 있는 정부 부처에 눌려 정작 문화적 권리의 향상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사회적으로 ‘보장받은 안전한’ 사업만을 중점적으로 벌이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교수신문 266호, 267호 참고)

삶과 동떨어진 정책은 그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듯이 한국위원회의 문화 정책 역시 일상이 배제돼서는 안 된다. 기존의 한국위원회가 진행해온 여러 중요한 사업들과 함께, 이제는 문화정책의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서 ‘문화적 권리’의 현실과 요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내부에서도 외부의 요구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공감하고 있듯, 한국위원회가 태생적 한계를 넘어 ‘지원은 정부로부터 받되,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로의 개혁을 이뤄낼 수 있는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이은정 기자iris79@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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