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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특정대학 편중 …평가 ‘투명성’ 여전히 문제
수도권·특정대학 편중 …평가 ‘투명성’ 여전히 문제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3.05.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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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 BK21신규 사업팀 선정 논란 왜 불거졌나

논란 하나 - 전공이 다른데…
두뇌한국(BK)21 신규사업 공학6 패널. 고분자·섬유·화학 공학 등 3개 분야의 42개 팀으로 구성된 이 패널에서는 고분자 공학 3개 팀, 화학공학 5개 팀이 선정됐다. 섬유공학분야에도 7개 팀이 지원했지만 선정된 팀은 하나도 없었다. 금속공학(5개팀), 행정학(5개팀), 생화학 분야(7팀)도 다른 전공에 묶여 평가를 받았는데 한팀도 뽑히지 않았다. 패널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였던 전공분야들에서 하나도 선정되지 않은 것이다.
이번 BK21 신규사업의 평균 선정률이 22%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들 전공분야가 독립적으로 평가받았다면 적어도 한 팀은 선정됐을 것이라는 기대도 가능하다. 
이러한 결과로부터 두 가지 논란이 발생한다. 우선 연구환경이 다르고, 논문을 게재할 수 있는 조건도 다른 상태에서 양적 평가를 하면 결과는 이미 뻔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심사자들이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 중에라도 다른 학문분야를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분야에서는 팀과 심사위원장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한다.     

논란 둘 - 왜 호남에 7개뿐인가…
지난 4월 12일자 전북지역 ‘J일보’의 1면 머릿기사는 ‘BK21사업 지역 불균형’이었다. 영남지역 대학들은 ‘무려’ 37개 사업을 따냈는데, 호남지역 대학들은 ‘고작’ 7개 팀에 그쳤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호남소외론’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번 BK21 신규사업도 마찬가지라는 주장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수도권 집중론으로 받았다. 지난 15일 열린 국회 교육위에서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신규사업팀이 수도권이나 특정대학에 편중된 이유가 무엇이냐”며 교육부의 지방대학 육성정책의 실효성을 캐물었다.
39개 대학 1백27개팀 가운데 수도권 대학이 18개 대학 73개 팀으로 과반수를 차지했으니까 선정결과를 놓고 보면 ‘수도권 집중론’도 ‘호남소외론’ 처럼 주장할 만하다.

심사과정을 살펴보면…
그러나 이러한 지적들은 모두 결과를 놓고 역으로 추정해 가며 의혹이나 형평성을 제기한 것이다.
우선 한국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이 밝힌 이번 BK21 신규사업의 심사과정은 이렇다. 우선 학진에서 신청자격이 되는지 요건심사를 한 이후, 23개로 나누어진 패널마다 4명∼18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1∼2개의 평가항목을 맡아 2단계 심사를 했다. 그리고 이를 종합해서 패널별 전체회의를 거쳐 최종 순위를 매겼다. 적어도 특정인이 심사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차단한 것이다. 그리고 이후 지원관리위원회에서 선정된 팀에 따라 예산을 배정하고 남은 사업비를 조율했다. 이 과정에서 순위 변동은 없었다.
학진은 패널에 넘기기에 앞서 ‘구성원의 연구능력 부문’과 ‘사업계획 부문’ 등 개괄적인 심사의 방향과  각 항목별 점수를 배정했다. 세부적인 평가방법이나 배점방식에 대해서는 정하지 않았다. 이는 심사자의 학자적 양심과 학문적인 전문성에 맡겼다. 사업계획의 경우 일일이 세부기준을 제시할 수도 없다. 예컨데 SCI에 20개의 논문을 쓰겠다는 팀이 10개의 논문을 쓰겠다는 팀보다 반드시 우수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그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느냐의 판단은 전공지식이 풍부한 심사자의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다.
논문의 숫자나 논문의 영향력에 대한 부분도 기본적인 요건을 충족하면 2단계 심사에서는 전문가들이 판단하도록 맡겼다. 수치만으로 평가하기에는 전공마다 연구환경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획일화할 경우 논문을 내기 어려운 분야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전공이 하나의 패널에 묶일 경우 지원팀의 비율에 따라 심사자의 전공도 고려했다. 물론 신청자가 소속된 심사패널에 동일 대학의 교수들이 심사자로 참여하는 경우는 없었다. 출신대학은 고려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는 것이 현실적이다. 서울대 등 특정 대학을 빼면 심사위원 자체가 구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안배는 고려되지 않았다. BK21사업이 선택과 집중의 원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연구력과 사업의 실현가능성, 학문후속세대 양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정책적인 부분이다. 심사준비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심사기준에 넣었어야 실효성이 있다.
한정된 예산으로 각 분야에서 쟁쟁한 연구자들이 지원한 사업에서 우열을 따지기란 쉽지 않은 문제다. 아무리 형식적인 틀에서 최대한 공정한 절차를 밟는다고 해도 정성적 평가에서는 주관적 판단이 가미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늘 평가에 따른 선정 뒤는 잡음이 뒤따른다.

학술지원 평가 불신의 시대
이번 BK21신규사업의 경우 특히 그러했다. 연구분야에서 만점을 받은 팀도 대거 탈락했다. 그만큼 정성적인 부분이 당락을 결정할 여지가 많아진 것이다. 게다가 이번 사업에서는 정성적인 부분에 더 많은 점수를 부여혔다. 그만큼 논란도 많다. 
그러나 문제는 학진이 선정 이후에도 그 결과에 대해 납득할 만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진은 세부 기준을 제시할 수 없어 전문가의 판단에 맡겼다면서 양식에 따라 평가한 심사자의 명단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금처럼 세부 기준은 심사자에게 돌리고, 본인들이 꺼려한다는 이유로 심사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탈락자들은 석연치 않은 마음으로 포기하던가 결과를 가지고 거꾸로 맞춰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의혹이 만들어지기도, 확인되기도 한다.
꿰어 맞추는 방법은 두가지. 심사한 ‘사람’을 찾는 것과 심사 ‘기준’의 모순을 찾는 방법. 그런데 이러한 의혹은 부메랑이 돼서 학계로 돌아온다.
이번 사업에 신청했다가 탈락한 한 교수는 “심사위원장이 자기출신대학을 밀고, 경쟁 대학은 탈락하도록 했다”라고 주장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선정된 대학의 절반이 심사위원장의 출신대학이고, 심사위원장이 소속된 대학의 인근에 있는 대학은 탈락했다. 이 패널에는 12명이 참가해 개인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없었다는 설명에도 이 탈락자는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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