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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위한 비판 ‘환영’…법률정비·운영회 축소가 관건”
“발전 위한 비판 ‘환영’…법률정비·운영회 축소가 관건”
  • 이은정 기자
  • 승인 2003.04.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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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쟁점 :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개혁론 2-내부의 목소리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유네스코 개혁론’에 대해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이하 한국위원회)의 반응은 “한국위원회가 더욱 긍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는 비판이라면 환영하겠다”라는 것이었다.

한국위원회의 ㅇ 씨는 시민단체들의 비판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을 하면서도 “사실 구조가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위원회를 비판한다고 했을 때 어디를 비판하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라고 꼬집는다. 사무국에서는 아젠다를 세우고 지속적으로 각 부처에 건의를 하고 있지만 여기까지가 사무국의 역할이고, 안건으로 상정하고 결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크게 보자면 한국위원회는 ‘반민간 반정부’의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어 사무국, 위원회, 정부라는 삼층구조로 이뤄져 있다. 일본, 필리핀과 같이 정부 기구의 한 부서로 포함돼있는 경우나, 캐나다, 독일처럼 정부 밖에 설치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유네스코 본부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의 성공적 샘플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구조적 특수성으로 민간단체, 정부가 할 수 없는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서있기도 하지만, 유네스코의 대의에 합당한 사안이라도 뚜렷한 목소리를 내기 힘든 단점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민반관 구조 개혁 우선돼야

내부에서도 구조적 특수성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자유로울 수 없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국위원회 ㄱ 씨는 “교육개방 반대의 경우 교육부총리가 위원장으로 있고, 외교통상부 차관이 부위원장으로 있기 때문에 한국위원회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힘든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한다. 문화개방만 하더라도 차관이 한국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있는 외교통상부에서는 어렵다 하는데, 한국위원회에서 반대 성명을 내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것이다.

전쟁지역인 이라크의 세계문화유산을 보호하자는 최근 시민단체들의 성명 발표에 한국위원회가 참가하지 않고, 한국위원회 내부에서 직원 성명만 낸 것도 ‘전쟁을 지지한다’는 정부의 공식입장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개혁론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 ‘문화다양성 선언’에 대해 잘 알리지 않았다는 시민단체의 주장 역시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허권 교육·문화팀장은 “2001년 12월 17일에 신문사들에 보도자료를 발송했으며, 월간 유네스코 뉴스에도 2001년 5월, 11월, 2002년 1월에 걸쳐 보도했다. 이외에도 문화다양성의 개념을 알리기 위해 관련 심포지엄을 수 차례 개최하고 책자 발간 등 지속적이고 중점적인 작업을 해왔다”라고 밝히며, “업무가 많기 때문에 우선 순위를 두고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관점의 차이니 존중해줬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 관계자는 “문화유산사업, 문화재 사업 등에 치중한다는 것은 안전한 정책을 펴겠다는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뜻으로 읽힐 수도 있다. 심포지엄 등 전문가 중심의 행사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문화다양성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해 ‘우선 순위를 두는 관점의 차이’에도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음을 보여줬다.

비대한 위원회 ‘운영의 걸림돌’

시민단체들이 날카롭게 비판을 하고 있는 ‘위원회’ 구성과 활용. “자주 모이는 것은 아니나 분명 사업에 도움을 주는 측면이 있다”, “대표성있는 사람이 참가하는 것이 좋다” 등 지지하는 의견과 “유명인사의 이름을 모아놓은 명단”, “모두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이라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라는 회의적인 의견이 곳곳에서 들리는 등 한국위원회 안에서도 이견이 분분하다.

현재 한국위원회의 위원회 구성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면, 제10조(구성)에 ‘위원회는 60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한다’라고 돼있다. 이 60인은 각각 ‘교육·과학·문화·홍보 관계 분야의 기관 또는 단체의 신임대표 33인 이내, 교육·과학·문화·홍보관계 분야의 권위자 11인 이내, 국회위원 중에서 국회의장이 지명한 자 6인 이내, 행정부 관계공무원 4인 이내’로 규정돼 있다.

 이 법률에 따라 위원회를 구성하다보면 각 단체장, 국회위원, 교수 등이 대거 포함될 수밖에 없는 상태다. 뿐만 아니라 위원회는 60명에 달해 비대한 조직인 반면 제반 실무를 맡고 있는 사무국 직원은 78명뿐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위원회처럼 위원회의 인원이 20명 남짓 하지만 직접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다른 나라의 위원회의 벤치 마킹도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에서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시민단체의 인사들이 위원에 포함됐을 때에도 ‘바쁜 건 매한가지’였다는 것. ‘관료논박’과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대표성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독자적 의견 형성 위한 법개정 필요

이러한 문제에 대해 강대근 한국위원회 사업본부장은 “현재 각 분과별로 자문 회의, 서면 질의 등 개인적인 자문과 아이디어를 얻는 방향으로 운영 중”이라며 “한국위원회의 조직구조 및 운영방침에 관한 법률 재정비 작업을 교육부와 함께 추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재정적으로 탄탄한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독자적인 의견 형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요쟁점이 될 듯 하다.

또한 강 사업본부장은 “한국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만 거세지면 정부에서 한국위원회를 축소하거나, 흡수해 정부 산하에 놓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시민단체들에서도 비판에만 치우치기 보다는, 이번 문제제기가 함께 공생할 수 있는 파트너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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