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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화제]“학자를 대하는 정성에 감동했습니다”
[대학가 화제]“학자를 대하는 정성에 감동했습니다”
  • 설유정 기자
  • 승인 2003.04.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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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의 ‘삼고초려’, ‘책 기증’으로 답한 신용하 교수

지난 2월, 한양대(총장 김종량)는 신용하 전 서울대 교수(사회학과), 전상범 전 서울대 명예교수, 송상용 전 한림대 교수(사학과)를 석좌교수로 초빙했다.

한양대로서는 처음 ‘모신’ 석좌교수들인데다 별도의 연구실을 지급하는 등 극진한 예우를 보였다고 해, 그 이야기가 한동안 대학가에 회자된 바 있다. 세 석좌교수의 이름도 빛났지만, 석학의 연륜과 지혜를 구하는데 정성을 아끼지 않은 대학의 모습도 신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어서 대학가에 또 한차례 따뜻한 소식이 퍼졌다. 지난달, 신용하 석좌교수가 평생 모은 한국학 연구자료 1만여점을 대학에 기증한 것이다. 이유가 뭐였을까. 
“고마워서죠. 대학이 학자를 대하는 방식에 감동했습니다. 노 교수의 지식이 퇴색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더 봉사할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기분좋게 기증을 결심했습니다.”

그래도 특히나 애착이 남는 책은 뭐냐고 묻자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전부 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시원하진 않냐구요? 와이프는 좀 시원해하는 것 같더군요.(웃음) 전 사실 많이 아쉬웠습니다. 꼭 딸을 시집보내는 기분이랄까요.” 그가 털어놓는 속내다.

다행히 한양대 도서관 측에서 별도의 문고를 만들어주기로 약속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고. “곧 ‘신용하 문고’가 만들어진답니다. 최근엔 한참 공사중이구요. 가보니 사서들이 한참 자료를 분류하고 있더라구요. 책이 호강하겠구나, 그래도 시집은 참 잘 보냈다 하며 흐뭇해했습니다.”

젊은 날엔 밑줄 쳐 가며 읽던 책들, 나이들며 눈이 조금씩 침침해져도 손에서 놓지 못하던 그 책들을 이제는 혼자 보기가 아까워 조금씩 ‘정리 중’이다. 시리즈물 가운데 중간중간 빠진 것들은 여러 경로로 구해서 채워넣으려고 한다. “어차피 제가 영구히 보관하지도 못할 바에는 잘 결정한 것 같습니다. 후학들이 많이 이용해주면 바랄 게 없겠습니다.” 

38년간 교수생활을 하며 신 교수가 모은 자료는 독도 소유권 분쟁과 관련된 자료를 비롯, 실학사상 관련 자료, 한국독립운동 관련 자료 등 세 가지로 크게 나뉜다. 그 중에는 1880년대 조선의 내부대신 남정철이 쓴 일기와, 독도를 한국영토로 인정한 맥아더 사령부의 문서 등 값을 매기기 어려운 근현대사 자료들도 포함돼 있다. 향후 연구에 필요할 것 같아 남겨둔 자료들을 제외한 신 교수의 손때묻은 전 재산은 이제 한양대 도서관 ‘신용하 문고’에 가면 만날 수 있다.

대학측은 “65세 정년은 이제 큰 의미가 없다”라며 “앞으로 더 많은 석좌교수를 모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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