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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개혁론1]교육부 그늘에 문화적 마인드도 부족
[유네스코개혁론1]교육부 그늘에 문화적 마인드도 부족
  • 이은정 기자
  • 승인 2003.04.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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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쟁점 : 유네스코 개혁론 1 ‘행정관료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최근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이하 한국위원회)’ 개혁론이 이곳 저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시장논리에 휩쓸려가고 있는 문화와 교육 분야를 대항해보자는 의견들이 국제적으로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국위원회가 제 역할을 다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교수신문은 시민단체들이 제기하고 있는 한국위원회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봤다. 다음호에서는 ‘한국위원회 내부의 목소리’를 들어볼 예정이다.

WTO, IMF, GATS 등과 같은 무역 조약과 금융 기구들이 각 국의 예술가, 문화 생산자들 그리고 문화관련 기구들을 지지해주는 국가적 차원의 능력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우려가 세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월 파리에서 열린 CCD(국제문화전문가단체) 회의에서는 유엔에서 교육·문화를 담당하고 있는 유네스코를 강화·활용하자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는 시장논리의 WTO의 대척점으로 유네스코를 ‘방패’로 삼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뒤쫓기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이하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김여수)가 지나치게 경직돼있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위원회가 현재 자신의 본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한국위원회 개혁론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문화연대 등의 시민단체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사안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유네스코 본부의 사업 진행과 국제적인 문화적 흐름을 널리 알리지 않고 무관심한 태도로 방관한 점과 둘째로는 관료화된 한국위원회의 시스템이다.

세계 문화다양성 선언, 한 발 늦은 늑장보도

한국위원회 홈페이지에 명시돼 있는 한국위원회의 활동사안을 살펴보면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유네스코와 그 회원국, 유엔과 그 전문 기구, 유네스코 활동과 관계 있는 국제 기구, 회원국 국내 단체와 정보를 교환하고, 유네스코 활동과 관련 있는 자료 수집과 조사·연구, 유네스코 이념 보급을 위한 사업 추진, 출판물 발간, 유네스코 민간 활동을 지원할 뿐 아니라 다음 사항을 조사·심의해 관련 중앙 행정 기관에 건의하거나 자문에 응한다”라고 돼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에 미진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러한 비판의 도화선이 된 것이 바로 지난 2001년 11월에 유네스코 본부에서 발표한 세계문화다양성 선언.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반년이 지난 후에야 언론 및 시민단체들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양기환 세계문화기구를위한연대회의(이하 세문연) 집행위원장은 “2001년 11월 세계문화다양성 선언이 발표되고 나서 6개월 후에 선언문을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입수했다. 하지만 한국위원회에서는 이를 알리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세문연 쪽에서 연락을 한 이후 부랴부랴 준비하는 눈치였다. 세문연에서 먼저 알리려 하자 발표를 미뤄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다”라고 비판했다.

한국위원회의 문턱이 높다는 비판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일례로 민족음악협의회에서는 행정자치부의 지원을 받아 2000년, 2001년 두 차례에 걸쳐 세계유네스코가 지정한 한국문화유산에 관한 씨디롬을 제작을 했는데 자료를 한국위원회에 요청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 등 아쉬운 점을 남긴 것이다. 서정민갑 민음협 조직홍보팀장은 “한국위원회 측에서 자료 제공 등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데 불편함을 느껴 2001년에 두 번째 작업을 할 때에는 한국위원회 측에 문의를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위원회의 관료적 마인드도 비판의 대상이다. 정부의 관료들이 위원장을 비롯한 고위 운영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시스템이 문제라는 것이다. 현재 한국위원회의 경우,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위원장으로, 교육인적자원부 차관, 외교통상부 차관, 문화관광부 차관, 과학기술부 차관 등이 부위원장단을 구성하도록 돼 있다. 위원단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 재단 이사장 등으로 구성하고 있어 첫 눈에도 전문성보다 나눠먹기 식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구성에 대해 한국위원회 측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정부간 기구(intergovernmental organization)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특성이기도 하지만, 각 정부 부서와 연관된 내용이 많기 때문에 업무 수행을 원활히 하고,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지원 및 협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거꾸로 교육·문화시장 개방 등 여러 가지 민감한 사안이 얽혀있는 가운데 예산을 정부로부터 지급받기 때문에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기는커녕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의혹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한 관계자는 “한국위원회가 교육부 산하에 있기 때문에 경직돼 있고 문화적인 마인드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라며 “정부의 기구로 존재해야 한다면 오히려 문광부가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겠냐”라고 반문했다.

위원단 구성, 나눠먹기식인가 전문성 존중인가 

문화관련 국제회의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여수 사무총장은 이러한 시민단체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한국위원회의 방향 정립과 활성화를 위해 이러한 기본적인 문제제기는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인정하며, “한국위원회가 반민간 반정부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정부를 대상으로 한 회의에서도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한 회의에서도 소외되기 쉬운 부분이 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지나치게 관료화됐다는 비판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한국위원회에서 민간형태에 대한 논의가 시작 단계에 있다. 그렇게 되면 정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형태에서 독립해 자유로이 입장 개진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해 관료화 개선의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강내희 중앙대 교수(영문학)는 이러한 시만 단체들의 비판에 동의하는 입장을 보이며 “한국위원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정부에서 지원을 하되, 관료보다는 교육·문화·시민·과학기술 단체 등의 전문가들을 배치해야 한다. 일례로 캐나다 유네스코 위원회에서는 방송작가가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라며 “유네스코 본부도 신자유주의에 맞서 문화·예술·과학·교육에 있어서는 법적 강제력을 행할 수 있도록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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