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40 (토)
家庭의 약자들
家庭의 약자들
  • 신은주
  • 승인 2003.04.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파식적

지난 2월말에 모 TV방송에서는 ‘우리에게 아버지는 없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아들이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존속살인사건이 다뤄졌다. 이 사건은 평생 아버지에게 당했던 폭력으로 육체적, 정신적 불안과 후유증에 시달린 이씨와 가족들의 비극이 결국 끔찍한 존속살인으로 귀결된 사건으로, 이씨는 살인을 저지른 가해자이기 전에 오늘도 우리사회가 방치하고 있는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는 가정폭력가정의 자녀들이 겪고 있는 피해를 심각하게 살펴봐야 한다. 아내구타가 일어날 때 자녀에 대한 학대가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여성의전화에서 지난 2000년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부인 이외에도 60%의 응답자가 자녀의 신체적 학대가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직접 폭력을 당하지 않고 어머니의 구타를 목격하는 경우에도 아동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쉼터에 거주하는 학령전기 및 학령기 아동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 나라 폭력가정의 아동은 상당수가 전문적인 치료를 필요로 할 정도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증상은 성인기까지 영향을 끼친다. 결혼한 자녀들은 계속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어머니를 이혼시키고 싶어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아버지 앞에선 제대로 자기의사를 밝히지 못하고 분노를 억압하게 된다. 또한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본인이 부모라는 사실 때문에 분노를 제대로 표현 못하고 억압해온 결과, 우발적인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대상자를 죽이고 싶을 정도의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우리사회에서는 아내학대와 아동학대의 문제는 서로 다른 궤도를 통해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이러한 과정에서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만이 부각되고 가정이라는 환경은 배제되면서 폭력발생에 대한 원인적 분석이나 사후대책에서도 가정전체를 고려한 시도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 동안 우리 나라의 가정폭력 서비스는 주로 피해자 여성에게만 치우치는 경향이 있어왔으나 그 자녀와 가해자를 포함한 가족전체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마련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가족폭력에 대한 가족단위 개입의 필요성은 여러 측면에서 고려해 볼 수 있는데, 먼저 가정폭력의 문제가 피해자 여성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구성원들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가족단위의 개입의 필요성을 찾을 수 있다.

가정폭력 가정의 경우 그 자녀가 학대나 방임을 경험하는 경향이 있으며, 또한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자녀들은 그들의 형제자매를 학대하거나 그들 자신이 미래에 배우자를 학대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가정폭력 서비스는 피해자에게만이 아니라 가족의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제공돼야 하고, 이와 더불어 학대예방과 가족보호에 주목해야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피해여성과 가족 구성원 각각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가족 전체의 힘과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가족을 지원할 수 있는 지역사회 내의 적절한 자원들을 발굴해 내고 그러한 자원들과 가족구성원들, 그리고 가족을 연결시켜 주는 작업들이 필요하다. 이처럼 가정폭력에 대한 가족단위의 개입의 필요성은 가정폭력이 가족복지의 주된 주제가 되며 또한 보다 적극적인 사회복지적 개입이 필요한 문제임을 잘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신은주
평택대·사회복지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