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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소식에 ‘속타는’ 중동 전문가들
전쟁소식에 ‘속타는’ 중동 전문가들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3.03.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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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를찾아서-한국중동학회

▲일본및 중국의 중동학회와 교류협정을 맺고 번갈아가며 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
한국중동학회(회장 손주영 외국어대 아랍어과 교수)는 요즘 바쁘다.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전화, 찾아오는 사람이 왜 그리도 많은 건지. 그래서 불만인데, 우리 사회가 중동을 취급하는 방식이 맘에 들지 않아서다. 특히 언론에서 사건이 터지면 갖는 관심. 처음 몇 번은 반갑지만 반복되면 기분 나쁘다. 무슨 상비군 같은 기분이다.

인터뷰 요청 때문에 전화를 해서 이런 불만부터 들어야 했다. 약간 억울하긴 했지만, 올 1월 학회 총무를 맡은 김대성 외국어대 교수(터키어과)가 “전문가를 키우는 데 인색한 한국 전문집단의 이중성”을 꼬집는 대목에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김 교수는 이번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이해해주기 어려운’ 선택이라고 보고 있다.

“터키나 이란은 인구가 6천만 이상인 큰 나라다. 이라크는 2천5백만에 불과하다. 이웃에서도 견제가 가능하다. 만약 이라크의 무기가 위협이 됐다면 이들 국가에서 미국에 도와달라고 요청을 했을 것이다. 그랬을 때 개입하는 것이 최소한의 정당성이라도 갖는 것 아니겠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라크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그 나라 지도부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유산들을 엄폐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문화재 파괴 수준이 어디까지 이를지 우려가 많다”고 걱정했다. 19세기 초반 파르테논 신전에 진지를 꾸린 오스만 터키국에 프랑스가 대포를 쏴 날리는 꼴이다. 전쟁을 반대하는 프랑스, 독일, 러시아 같은 나라도 얄미울 뿐이다. 이라크에게 석유개발권과 관련 사업권을 많이 얻어놓은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속이 아픈 중동학회는 1979년 문을 연 중동 지역학 연구자들의 큰 사랑방이다. 회원은 220명쯤 된다. 1년에 국제대회를 포함해 3번 학술대회를 열고, 연 3회 학술지 ‘중동학회논총’을 펴낸다. 이희수 한양대 교수(문화인류학과), 우덕찬 부산외대 교수(중앙아시아) 등이 활발한 멤버에 속한다. 올해는 일본에서 전쟁과 관련된 주제로 국제대회를 열 생각을 갖고 있지만, 주제가 확정된 건 아니다. 김 교수가 최근 학회 회장님과 우스개로 나눈 대화의 일부를 좀더 들어보자.

“역사적으로 이라크를 공격해서 잘 된 나라는 별로 없었다. 알렉산더 대왕도 이라크 지나서 중앙아시아로 갔다가 쇠퇴했고, 동로마도 거기까지 진출하고 힘을 잃었다. 미국이 역사의 전철을 밟게 될지 궁금하다.”
중동학 분야별 현황을 묻는 질문에 김 교수는 정치학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경제학, 문화학, 이슬람학, 문학, 언어학 순이라고 말해준다. 역시 현실 정치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근 국제대회에서는 중동 내 반미정서의 배경, 반이슬람 담론의 국제화 양상, 서구문명의 이익과 이슬람 여성 같은 주제들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김 총무는 전한다.

손주영 회장은 “유교권 나라라도 한국과 일본이 다르듯, 이슬람권도 다르다. 좌파(서구사회주의)와 우파(이슬람근본주의) 등 지도자의 성향에 따라서 차이가 많다. 그런 다양성을 알려나가는 것에 활동의 중심을 두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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