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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을 준 강의평가 그 뒤
충격을 준 강의평가 그 뒤
  • 최경희 이화여대
  • 승인 2003.03.24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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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강의시간

몇년간의 중학교 교사 경험이 있었던 나는 대학 강단에 처음 선 날에도 그리 떨리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대학생과 중학생의 인지수준이나 학습태도 등은 크게 다르긴 하지만, 사범대학 출신인 나는 대학을 다닐 때부터 교수학습이론과 방법, 특히 강의의 과정과 전략에 대해서는 익히 교육받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교육학 이론에 의하면 강의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내용 및 그와 관련이 있는 배경지식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물론 잘 아는 것만이 좋은 강의의 필요충분 조건은 아니다. 명강의는 기술에 의해서 좌우되기도 한다. 명강의는 한 가지 생각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설명하고, 설득력 있는 예를 제시하고, 모형과 비유법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강의를 말한다. 또한 강의를 할 때는 말의 속도, 음량, 장단 등을 변화시켜 중요한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나름대로 강의법 이론에 익숙했고 어느 정도 강의 경험이 있었던 나는 첫 강의에서도 학습 내용을 전달하거나 이해시키는 면에서 큰 어려움이 없었다. 드디어 한 학기 강의를 마친 후, 나의 강의에 대한 평가가 사뭇 기대됐다. 지금처럼 인터넷을 통한 강의평가가 실시되기 이전, 우리 학생들은 5점 만점의 척도로 된 객관식 문항과 의견을 직접 쓰게 한 주관식 문항으로 구성된 평가지에 응답했다. 종강 후 어느 날, 연구실로 배달된 평가지 묶음과 이를 분석한 결과를 읽으면서 느낀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나의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감동에 가까울 만큼 높았고 그 결과에 만족했다.

강의에 점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별 어려움 없이 강의를 해나가면서 4~5년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학기, 가장 자신 있게 가르친다고 생각했던 전공과목에서 상상치 못했던 평가결과를 받았다. 강의 점수가 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으나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강의가 재미가 없다’, ‘학습에 대한 의욕을 주지 못한다’ 등의 평가를 처음으로 받아 봤는데, 그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 사건은 그간 내 자신이 강의에 대해 자만해 있었고 수업에 새로운 강의법을 전혀 시도하지 않았던 점을 발견하고 반성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

그러던 중 2년 전 우리 학교에서는 계열간 통합성과 균형성을 강조하고 학생들의 체계적 사유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몇 교수들이 함께 참여하는 주제통합형 교양교과목 개발을 장려했다. 학교의 취지에 동참하고 이때까지 대학에서 가르친 내용들을 통합해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싶은 생각에서 1년 간 내용 개발에 집중해 작년부터 강의를 시작했다. 과목명을 ‘과학·삶·미래’로 정했는데, 이 강좌의 목표는 세부적이고 단편적인 과학 지식의 습득을 지양하고 과학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이해함으로써 과학과 관련된 자신의 문제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과학을 올바르게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데 뒀다.

작년 처음 이 과목의 강의를 시작하는 날은 마치 내가 대학 강단에 처음 서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설레고 기대가 됐다. 이 강좌에서는 최근의 과학 이슈를 소재로 도입했고 다양한 학습자료를 이용했으며 멀티미디어 매체도 활용했고 대형 강의였지만 토론을 유도하기도 했다. 강의에 대한 열정과 노력 탓이었는지 종강 후 학생들로부터 최고의 강의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일들을 통해 학생들은 항상 새로운 내용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교수법에 유인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동안엔 항상 새로운 것을 담도록 노력해야한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며 살 생각이다.

최경희(이화여대·과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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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명강사 2003-06-02 17:05:47
그런데 글쓰기의 방법은 잘 배우지 못하셨나 봅니다.
독자에게 이질감을 주는, 초지일관 자화자찬식의 글쓰기...
재미 있는 글이지만, 재미보다는 거부감이 훨씬
더 들게 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