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1:25 (금)
민주화운동 기념 계간지 『기억과 전망』 창간호 엿보기
민주화운동 기념 계간지 『기억과 전망』 창간호 엿보기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3.01.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창립 1돌을 앞두고 민주화운동 전문연구지 ‘기억과 전망’을 창간했다. 35년치에 이르고 있는 한국민주화운동사를 ‘기억’하고 미래의 비전을 그리자는 취지다. 개혁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개혁 아젠다의 생산과 품검을 맡은 현지공장이라 할 수 있는 ‘운동’의 영역을 집약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공론장이 생겼다는 점에서 출간의의가 크다.

민주화운동의 이념과 과제를 짚어본 특집 좌담에서는 강정구 동국대 교수, 김상곤 한신대 교수, 시민운동가 박원순씨 등이 참가해 우리에게 민주화란 무엇이었으며 앞으로 무엇이 될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 참석자들은 민주화운동을 민족주의, 미국과의 구도, 분단과 통일의 틀에서 되돌아보고, 현단계 민주화운동의 과제가 ‘새로운 정체성’ 형성과 운동 주체의 ‘정치세력화’ 모색에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갔다. 특집논문들은 민주화운동의 내포와 외연, 민중운동의 현황과 전망,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의 관계 차원에서 개념적, 역사적 교통정리를 시도하고 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정치적, 사회경제적, 생산자적, 일상적 민주주의를 ‘비동시성의 동시성’ 속에서 추진할 수 있는 포괄적 민주화운동 개념을 제시하며, 그 각각의 주체와 대상, 성격과 위상, 특징 등을 규명하고 있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6월 민주항쟁이 시민운동의 가능성을 열어줬지만, 초기 시민운동이 비민중운동적·보수적 정체성을 갖는 데 민주항쟁의 어설픈 성공이 악영향을 미쳤다고 확인한 뒤, 시민운동이 민중운동의 급진성을 수혈받는 ‘동맹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메모리얼 코너도 휴양도시처럼 떠 있어 가독성을 높인다. ‘나와 민주주의’는 소장학자들이 전세대 상징적인 민주주의 인사를 방문해 당시의 역사적 조건 속에서 민주화운동한 경위를 묻는 형식인데, 첫 상대로 리영희 전 가톨릭대 교수를 등장시켰다. 그가 겪었던 필화사건, ‘전환시대의 논리’의 저술 동기 등이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소화되고 있지만, 다소 소략하다는 느낌이 들어 아쉽다.

편집위원장을 맡은 박호성 서강대 교수는 ‘권두언’에서 “민주주의의 구호와 비민주적 생활양식, 민족적 구호와 비민족적 의식구조라는 우리의 모순을 발가벗김으로써 참다운 민주주의의 토착화에 기여하길 소망한다”고 밝히고 있다. 축사를 쓴 김진균 서울대 교수는 “지배블록이 폐기하거나 혹은 편향, 왜곡한 민주화의 흔적을 기록 차원에서 복원”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한다. 기록의 문제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별도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소화한 기획물들을 대폭 늘리면서 앞으로의 과제를 설정해나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