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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동굴’에서 나온 사이버강의
[나의 강의시간] ‘동굴’에서 나온 사이버강의
  • 현택수 고려대
  • 승인 2003.01.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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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 강의를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부터다. 요즘에는 국내에서도 사이버 강의가 보편화됐지만, 당시 온라인으로 대학 강의와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일이었다. 나는 실험적 성격으로 사이버 강의를 해본 것이었는데 수강생들의 반응이 좋았다. 사이버 강의가 호평을 받은 이유는 인터넷에 친숙한 N세대 학생의 특성에 맞는 점도 있었고, 지방캠퍼스라는 지역적 조건에 구애받지 않는 점 때문이었다.

또한 사이버 강의는 항상 바쁜 나에게도 편한 강의방식이었다. 우선 장소와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내 나름대로 시공간을 안배하여 강의진행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해외출장 중에서도 호텔에서 노트북을 이용해 강의를 계속할 수 있어서 교수나 학생 모두에게 좋았다. 그러나 이런 강의방식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뒤에서 수군거렸다. 당시만 해도 아날로그식 사고방식에 젖어있는 사람들은 디지털문화에 무지했기 때문에 나를 오해하고 비난을 하기도 했다. 대부분 교수들이 컴퓨터와 인터넷에 거부반응을 보였고, “사이버 강의 같은 장난 집어치우라”고 내게 윽박지른 교수도 있었다. 당시 사이버 캠퍼스론까지 주장하던 나는 ‘비현실적인 사람’이라고, 때로는 ‘미친 놈’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하기야 이메일을 사용하는 교수도 드물었고, 심지어 내가 학교에서 처음으로 핸드폰을 들고 다닐 때 상스럽다고 손가락질 한 교수들이 대부분이었을 때니까.

이렇게 많은 오해와 박해 때문에 나는 거의 몰래 사이버 강의를 해왔다. 그리고 학생과 매스미디어의 격려에 힘입어, 여러 학기동안 사비를 투자하면서 시행착오를 반복하다 보니 점차 강의 기술과 요령이 생기기도 했다. 이제는 별 어려움 없이 사이버 강의만 전적으로 하거나 온라인 강의와 오프라인 강의를 병행하기도 한다. 이런 강의방식이 허용되고 장려되는 분위기로 변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상 불과 수년만에 세상이 바뀌었다. 이제는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강의를 장려하고 이에 학내외 지원금이 제공되기도 한다. 이렇게 세상이 바뀌기 전까지 나와 학생들은 사이버 동굴생활을 해왔던 것이다.

내용에 있어서 사이버 강의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교수의 강의록이 공개돼 좀더 준비되고 책임 있는 강의가 요구된다. 학생측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정보, 자료 조사를 하고, 강의내용을 텍스트나 영상으로 확인하고 복습할 수 있다. 나는 학생들에게 그들도 정보의 바다에서 진짜 정보를 찾고 지식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다. 교수는 학생이 많은 정보와 좋은 정보를 찾아 정리하고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데에 단지 약간의 도움을 줄뿐이라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조사하고 생각해볼 거리를 과제로 던져준다. 그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그들 마음대로 조사하고 상상하고 토의할 시간을 우선 준다.

전공 과목일 경우 세미나 식으로 진행해 일정한 주제와 방향과 형식을 갖고 조사, 연구하게끔 한다. 그 다음 학생들이 발표하도록 하고 토론을 하는 과정에 교수가 개입해 방향을 조정하면서 중요한 점들을 보충·설명한다.

수강생들이 많은 경우에도 인터넷 게시판을 이용해 미리 조사와 발표문을 올리게 하고, 교실 강의에서는 내용 확인과 토론 그리고 보충강의에 주력한다. 교과서 한 권에만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연구자료들을 참조하게 해 학생들의 지적호기심을 자극하고 탐구능력과 이해력을 증진시킨다.

끝으로 시험은 항상 오픈 북 테스트로 치르고 항상 응용문제를 내 학생 각자가 준비한 자료를 갖고 한껏 이용하고 이해력을 측정한다.

현택수/고려대·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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