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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仁사상은 생물학적·문화적 진화 속에서
전달돼 온 문전자(meme)다”
“仁사상은 생물학적·문화적 진화 속에서
전달돼 온 문전자(meme)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7.09.28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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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_ 『유학과 사회생물학』 출간한 최문형 성균관대 초빙교수

‘유학과 사회생물학’, 둘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접점이 있다면 뭘까. 성균관대 유학대학 초빙교수로 있는 최문형 박사가 이 문제를 파고들어 책을 내놨다. 그게 올해 4월쯤이다. 유학의 핵심적인 사상들을 사회생물학의 이론들을 통해 검토·분석해, 생명과학 시대에 유학의 사상적 가치와 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망한 작업이다.

저자는 사회생물학의 기본 이론들과 이에 대한 인문학자들의 비판과 논쟁을 소개하고, 사회생물학과 선진유학의 기본 주장과 개념들을 중심으로, 인간관, 윤리관, 사회관, 문화·종교관을 분석했다. 그렇지만 유학과 사회생물학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사회생물학은 다윈의 진화이론에 입각했기 때문에, 인간도 동물 종의 하나로 간주하고 논의를 편다. 하지만 유학은 인간이 동물과 다른 특징들을 강조하고 그 예로 인간의 사회성과 사회규범(禮)을 설명해 왔다. 그렇기에 저자가 유학과 사회생물학을 연결해 어떤 지적 지평을 다듬었는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사실 유학을 유학의 외부와 대조하는 방식은 그전부터 있었다. 멀게는 『유교 자본주의 민주주의』(함재봉 지음, 전통과현대, 2000), 『유교적 사회질서와 문화, 민주주의』(최석만 지음, 전남대출판부, 2004), 『유교전통과 자유민주주의』(이상익 지음, 심산, 2004)로부터 가깝게는 『유교적 근대성의 미래』(장은주 지음, 한국학술정보, 2014), 『맹자의 땀 성왕의 피: 중층근대와 동아시아 유교문명』(김상준 지음, 아카넷, 2016) 등이 있다. 특징이라면, 이 책들의 저자가 정치학, 사회학, 철학 등 ‘유학’ 외부에 서 있다는 점이다. 이상익만 유학 쪽으로 볼 수 있다. 정치학이나 사회학 쪽 논의가 유학(유교)을 근대성의 지평에서 재검토하는 작업이었다면, 유학 내부의 관점은, 안으로부터 유학의 가능성을 새롭게 읽어내는 것이었다.

최문형 교수의 『유학과 사회생물학』이 서 있는 지적 포지션이 궁금한 것은 이 때문이다. 사회생물학이라고 하는 유학 외부의 ‘발견물’을 가져와 단순히 외연을 확장하는 데 주력한 것인지, 아니면 그의 말대로 “존속 가능한 우리의 유전자를 유한한 삶 속에서 어떻게 잘 보존하고 유지해 진화의 과정을 겪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가능하게”하는 내적 논리를 이끌어냈는지, 저자에게 직접 들어봤다.

사진·진행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유학은 우리에게 聖人이 되도록 요청한다. 仁을 제대로 달성한 성인은 결코 동상이나 화석 같은 존재가 아니다. ‘영원히 존속 가능한 우리의 유전자와 문전자’를 유한한 삶 속에서 잘 보존하고 유지해 끊임없는 진화의 과정을 거치게 하는, 순간순간의 성찰을 지나는 존재다.

 

△ 유학을 현대적으로 조명하는 작업이 활발하다. 이번 작업도 그 연장선으로 보인다. 그런데 하필 ‘유학과 사회생물학’이다. 책을 내게 된 배경부터 궁금하다.

“나의 철학박사학위 논문은 「중국 고대의 신(神)개념에 관한 연구: 그 의인성과 합리화를 중심으로」였다(이후 『동양에도 신은 있는가』(백산서당, 2002.)로 출간). 이 논문은 막스 베버의 종교사회학적 관점에 근거해, 先秦시대 유가, 묵가, 도가의 초월자관의 전개과정을 분석한 것인데, 그 과정에서 막스 셸러의 ‘철학적 인간학’을 도입했다. 셸러는 존재의 본질적 단계를 무기적 형상, 생명체(식물), 동물, 인간의 4단계로 분류했는데, 이 분류 틀을 가지고 중국의 神개념을 분석하면서 동시에 서구 신개념과 비교하는 작업을 했다. 동양사상의 복합적이고 순환적인 특성은 분석이라는 메스를 달가워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법을 사용한 것은 서구적 학문 방법론에 익숙해 있는 이 시대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과, 서구 지식인들에게 동양인들의 삶과 사유 방식을 설명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런 탓인지 이후로도 비교나 분석의 방법론을 선호하게 되어, 늘 그 대상을 찾게 됐다.

한동안 성균관대 학부 교양과정에 ‘유학과 자연과학’이라는 교과목이 개설돼, 이 강의를 담당한 적이 있었다. 이 과목은 주로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에게 유학사상을 이해시키는 것이 관건이었고, 유학자들의 자연관과 자연철학, 그리고 과학시대의 생명윤리, 생태윤리 등을 다뤘는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생물학에 대한 접근이 이뤄졌다. 개인적인 동기라면 고등학교 시절 이과반 학생이었고 생물을 특히 좋아했다는 점이 있다. 문학소녀 기질이 있어서 대학 진학 때 문과(교육학)로 전향해 버렸지만, 고교 시절 심취했던 생물 과목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었다(이런 향수과 오래된 관심은 『식물처럼 살기』(사람의무늬, 2017.)로 이어졌다).”

△ 유학은 남루한 우리 인간에게 ‘聖人’ 君子가 될 것을 주문하지만, 사회생물학은 인간을 다만 유전자를 운반하는 도구인 기계로 보고 있다. 이런 관점의 차가 극명한 ‘유학’과 ‘사회생물학’을 같은 지평에 호명했는데, 두 세계를 불러내 서로 마주치게 할 수 있었던 ‘접점’은 뭔가.
“사회생물학은 다윈의 진화론에 기반을 두고 있고 유학은 주나라의 天命思想이 토대가 된다. 사회생물학은 인간을 생물체로 보고 유학은 인간을 생물체의 한계를 초극하는 존재로 본다. 얼핏 보면 서로 전혀 다른 관점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조금 들여다보면 유학이나 사회생물학이나 인간의 ‘행위’에 공통적 관심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사회생물학이 보는 인간(행위)은 진화의 법칙 안에서 자기 생명의 유지와 보존을 위해 노력하는 존재(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개인적, 사회적 일들이 펼쳐진다. 유학이 보는 인간(행위)은 마음속에 내재된 성스러움을 자각하고 그것을 발현해 만천하에 표명하는 존재(것)이다.
두 가지 입장 모두, 인간행위의 적극성과 인간 본성의 실현에 초점을 두고 있다. 풀어 말하면 자기 존재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어 밝혀야 하는, 또는 밝히는, 그 과정에 관심을 둔다. 결국 인간 삶의 문제다. 그렇다면 시대와 공간을 달리하는 둘을 같은 선상에 불러내어 양 쪽의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다소 엉뚱한 생각에서 이 책은 시작됐다.”

△ 서문에 이런 문장이 있다. “유학의 핵심적인 사상들을 사회생물학의 이론들을 통해 검토·분석해, 생명과학 시대에 유학의 사상적 가치와 위상을 재조망해보고자 했다.” 두 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유학의 핵심 사상을 사회생물학의 ‘이론’으로 분석한다는 것, 이로써 생명과학 시대 ‘유학의 사상적 가치와 위상’을 재정립하려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동원된 사회생물학의 ‘이론’이란 어떤 것인가.
“사회생물학은 생명체를 단순하게 본다. 살아남는 일과 후손을 두는 일에 목적을 두는 존재로서 말이다. 거기에는 거추장스러운 당위도 없고 멋진 포장도 없다. 개개의 생명체가 또는 각개 종들이 어떻게 살아남는가의 치열한 투쟁의 장과 그 질서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본능적이다. 각 생명체 안에 살아 숨 쉬는 유전자들의 양보 없는 개입으로 이뤄진다. 즉 유전자(gene)의 생존 이론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생명체들이 한편으로는 자신과 유전자를 공유하는 다른 개체를 위하는 성향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성 곤충을 비롯해 조류와 포유류에게까지 나타나는, 자기 유전자의 이익을 누르고 다른 생명체를 위하는 이 이타주의를 사회생물학자들은 다양한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인간의 경우는 유전자를 공유한 공동체를 위해, 경우에 따라서는 유전자 측면에서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타인을 위해서조차 희생하는 이타주의를 갖기도 한다.
한편으로 사회생물학은 인간의 행동이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진화돼 내려온 점, 유전과 적응의 상호작용으로 진화한 것에 주목한다. 인간 진화가 다른 동물들과 확연히 다른 점은 인간의 진화를 추동해 온 환경에서 문화적인 요소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이에 근거한 유전자-문화 공진화 이론은 우리 인류가 유전적 진화에 병행해 문화적 진화를 덧붙였으며 이 두 진화는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견해다.
사회생물학이 갖는 이러한 생존 이론, 이타주의 이론과 문화적 진화의 특수성의 인정이, 인간을 인간다움과 성스러움의 가능성으로 보는 유학사상을 재조명하는데 유효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유학이 보는 인간과 인간사회 또한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의 관점과 그 문제가 아닌가.”

△ 그렇다면, 사회생물학의 그런 측면들, 이론들로써 읽어낸 유학의 새로운 가치와 위상은 어떤 모습인가.
“이 책에서는 유학의 사회생물학적 재조명을 네 가지 범주에서 진행했다. 인간관, 윤리관, 사회관, 종교와 문화관이다.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간관을 보면, 맹자가 중시한 ‘不忍人之心’, 측은지심은 사회생물학이 말하는 ‘인간 본연의 감정이 사고를 추동시켜 행위로 이끈다’는 논의와 부합한다. 맹자가 사유 판단 이전의 순수 감정을 강조한 것은, 감정이 이성보다 중요하다는 사회생물학의 주장과 통한다. 또한 사회생물학은 인간의 행동이 유전과 적응의 상호작용으로 진화됐다고 하는데, 이는 공자의 ‘태어날 때의 본성은 비슷한데 습관에 의해 달라진다(性相近 習相遠)’라는 주장에 견줄 수 있다.
둘째, 윤리관을 보면, 사회생물학적 관점에서 볼 때 도덕은 (인류 조상들의) 유전자의 생존과 번식에 도움을 주어 진화한 적응의 산물이다. 유학사상의 도덕적 중심 개념인 仁과 禮 또한 오랜 세월을 거쳐 발전돼 정립됐다. 사회생물학이 꼽는 도덕적 행동의 동기 중에는 혈연에 기초한 맹목적 이타성이 있는데, 이는 유학에서 仁사상이 孝悌에서 출발한다는 점과 통하며, 혈연과 무관한 목적성(호혜성) 이타주의는 순자의 禮 이론과 통한다. 이는 욕망의 무한성과 대상물의 유한성 사이의 조정 장치로 기능한다. 맹자의 不忍人之心은 순수이타성으로 이해된다.
셋째, 사회관. 인간은 오랫동안 기억되는 계약을 맺고 여러 세대에 걸친 상호이타행위의 이득을 취한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사회생물학은 환경에 대한 대응이 특수한 형태로 최고로 발달한 것이 전통으로서, 이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고 본다. 선진시대의 사회질서를 압축해 보여주는 禮개념은 공자부터 순자까지 시대 문화에 적합하도록 사회적으로 진화해왔다. 공자는 仁을 실현하는 길로서의 禮를 말했고, 맹자의 禮는 四端과 四德 속에 녹아있다. 순자는 공자가 흠모했던 周禮의 이상을 근거로 하여 전국시대에 필요한 사회통치시스템으로서의 禮를 발전시켰다. 순자의 正名은 각 개인의 욕구가 충돌하는 사회 속에서 맹목적 이타성을 극복하는 ‘계약적 합의’를 통해, 통제와 공존을 모색한 것이다. 이 또한 사회생물학이 말하는 ‘사회적 진화’와 맞물린다.
넷째, 종교와 문화관을 보면, 사회생물학은 유전적 진화뿐 아니라 문화적 진화도 인정한다. 사회생물학자들은 두뇌나 다른 대상에 저장돼 모방에 의해 전달되는 행위수행을 위한 정보를 문전자(meme)로 이름 붙였다. 유전자와 문화를 연결해주는 정신발달의 유전적 규칙성에 의해 유전자와 문화가 연결되어 간다고 보았다. 유학의 天命은 밈(meme)과도 같은 것으로, 고대사회의 윤리적·사회적·문화적·종교적 정당성을 복합적으로 지니고 있었고, 德, 天, 命, 性, 聖人 등으로 매우 중요한 문화적 진화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공자는 인간다움을 하늘이 담보해 준다는 것에 주목했으며, 맹자는 천명을 인간의 마음속으로 끌어들였다. 천명을 자연의 규칙으로 이해한 순자의 견해는 종교적 초월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회생물학의 입장과 통한다.”

△ 유학을 재조명한 책을 냈지만, 선생께서는 오랫동안 다양한 경로로 한국 전통사상을 탐구해왔다. 유학이 점점 첨단화하는 디지털시대에도 여전히 유요한 부분이 있다면 그건 어떤 이유에서일까.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해에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박사후 과정을 시작하면서 한국 전통사상을 다시금 연구하는 계기가 됐다. 10여년을 그곳에서 일하면서 홍익인간 이념을 바탕으로 한 고대사상과 구한말 동학(천도교)사상을 중심으로 한 민족종교(신종교)의 고유사상에 집중했다. 나아가 통일로 가는 길목과 한국 여성의 자리매김에 있어서 한국 전통사상을 적용해 보는 시도도 했다(그 결과물이 『한국전통사상의 탐구와 전망』(경인문화사, 2004.)이다). 이번에 다시 유학으로 돌아간 것은 한국인의 가치관과 사고방식, 삶의 양식에 있어서 유학이 갖는 지대한 영향을 간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문전자에 있어서 유학은 절대적이다. 유학은 개인에게 ‘인간다움(仁)’을 요구한다. 이 인간다움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에서 마칠 것인가? 가족관계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고 더 넓은 공동체인 사회와 국가에서는 어떻게 해야 인간다운 인간이 될 것인가? 유학은 아주 소박하게 부모[兩親]와의 관계에서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부모는 나에게 유전자를 나누어 준 분이다. 문전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개인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분도 부모다.
생명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해가는 시대에서 생명의 신비 또한 벗겨지고 가족의 모습과 의미도 천변만화한다. 하지만 부모에서 자녀에게로 전달되는 유전자의 법칙은 자연적인 것이고 이는 길고 긴 진화의 역사 속에서 진행돼 왔다. 이로 볼 때 유학의 핵심인 仁사상은 누군가가 오해하듯이 관념적이고 규범적이고 당위적인 그 무엇이 아니다.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의 과정 속에서 생생하고 발랄하게 전달되어 온 문전자(meme)다.
유학은 우리에게 聖人이 되도록 요청한다. 仁을 제대로 달성한 성인은 결코 동상이나 화석 같은 존재가 아니다. ‘영원히 존속 가능한 우리의 유전자와 문전자’를 유한한 삶 속에서 잘 보존하고 유지해 끊임없는 진화의 과정을 거치게 하는, 순간순간의 성찰을 지나는 존재다.”

△ 한국 전통사상은 흔히 전통/근대 이분법적 관점에 의해 지나치게 폄하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 전통사상에서 길어올릴 미래적 가치가 있을 것 같은데.
“한국 전통사상에 대한 근거 없는 폄하의 배경에는 한국의 근대가 외세(일본제국주의)에 의해 이식된 것이라는 슬픈 사실이 존재한다. 조금 더 파보면 조선 말기 지도층과 지식인의 안일함과 이기심에 그 근원이 있을 것이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샅샅이 들추어 그 가치를 평가절하 해야만 했던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노력과 수고가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것 같다. 한국인 스스로가 아직까지도 전통에 대해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지 못하는 이 기가 막힌 상황이 빨리 종식되기를 바란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한국 전통사상을 연구하는 행운을 누려왔다. 그 속에는 늘 행동하는 지성이 있었다. 한국사상에 대해 고유한 것이 없다고 보는 분들도 있다. 유교, 불교, 도교, 기독교 등 외부로부터 유입된 사상들이 어우러져 한국사상을 형성하고 있다는 견해다.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한국은 대륙과 밀접하게 연결돼 살아왔다. 하지만 그 긴 세월 동안 대륙에 동화되지 않고 고유의 언어와 문자, 사상을 지녀왔다. 이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이러한 사실에서 한국 전통사상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나는 한국사상의 미래적 가치로 ‘弘益人間’을 말하고 싶다. 외부로부터 유입된 종교와 사상이 조화돼 한국사상의 토대를 이룬 것은, 그 안에 홍익인간의 가치가 배어있어서 가능했다. 『삼국유사』와 『제왕운기』의 단군 이야기에는 우주와 지구안의 모든 생명체를 끌어안는 포용력과, 공동체 구성원의 건강과 복지를 잊지 않는 배려와 세심함, 구성원 간의 평등과 조화와 관용과 화합의 미덕, 틀을 깨고 격을 넘는 열린 사고와, 전일적 생명의 공동체와 통전적 세계관 등, 미래 한국사회가 퍼 올릴 수 있는 보석 같은 가치가 무진하다. 이 가치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생명이 복제되고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고, 인간이 의식만을 떼어내어 여행하며, 합성생물학에 의해 전혀 새로운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곧 이어질 세상에서도 우리에게 길을 밝히는 등대가 돼 줄 것이다.”

△ 『유학과 사회생물학』 집필 후에 『식물처럼 살기』(사람의 무늬)란 책도 내놨다. 어떤 책인가? 동떨어진 것 같아도 서로 연결된 문제의식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유학과 사회생물학』 은 한국연구재단의 저술지원(2012년)을 받아 이뤄졌다. 2개월 차이로 『식물처럼 살기』 가 발간됐는데, 사실 아이디어로는 『식물처럼 살기』 가 먼저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나는 동물적인 사람이다. ‘홍익인간’의 단군이야기로 돌아가면 참고 참아 인간이 된 곰보다는 동굴 속에서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온 호랑이에 가깝다. 그렇게 좌충우돌하는 인생의 한 가운데서 문득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그들에게 귀 기울이면 배울 것이 많아 보였다. 어느 날 시선을 돌린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해 책이 나오는 데 17년이 걸렸다. 그만큼 식물들은 내게 불가사의의 연속이었다.
식물에 대한 공부를 진행하면서 사회생물학과 진화론도 많은 도움이 됐다. 두 개의 책이 상승효과를 낸 것 같다. 지구상에서 가장 장수하고 현명한 종족이라면 식물일 것이다. 식물들은 어떠한 지구환경에서도 살아남았으며 이동이 힘든 약점을 보완하느라 가지가지의 생존 전략을 발달시켰다. 그들은 지구에서 유일하게 무기물(햇빛과 공기)을 유기물로 바꾸는 재주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생명체를 먹여 살린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식물을 즐기며 식물의 각종 산물로 삶을 영위한다.
진화의 최정점에 인간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식물이 그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생명의 지혜나 존속 차원에서 보면 진화의 순서는 오히려 인간에서 동물로, 동물에서 식물로 가는 것 같다. 그래서 식물처럼 살자고 했다. 건강과 장수와 평안과 행복을 원한다면 말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알게 모르게 동물처럼 살아오지 않았는가?
이 책에는 식물들의 생태와 더불어 인문학의 요소가 함께 있다. 철학, 종교학, 인류학, 신화학, 역사학, 문학, 미학, 경영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가 공존한다. 4차 산업혁명 등 미래사회 변화에 관한 이야기도 자세히 실었다. 독자의 재미를 위해 소설, 동화,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 이야기도 활용했다. 생물학까지 포함하여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이야기가 있기에 더 깊은 독서를 원하는 분들을 위한 주석 작업도 곁들였다.”

△ 요즘 인문학 논란이 많다. 한국 인문학의 갱신을 위한 제언도 부탁드린다. 더불어, 앞으로 계획도 듣고 싶다.
“내게는 너무 거창한 주제다. 이제 겨우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말이다. 선현들은 어느 한 분야에 자신을 옭아매지 않으셨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것, 모든 일에 관심을 가지셨다. 사람에게 정신과 몸이 따로이 있겠는가? 정신만 있으면 귀신이고 몸만 있으면 시체일 것이다. 인문학의 지혜 또한 울타리를 넘는 무궁한 활동과 경험에서 오는 것 같다. 인간의 왕성한 호기심이 우주로 향하고 무의식으로 향한 것처럼 인문학의 영역과 관심도 점점 더 넓어지고 깊어지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궁금한 것이 끊이지 않는 사춘기이고 싶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활발한 경험을 하며 지속적으로 생각을 이어가고 싶다. 학문적으로 역량이 된다면, 유학과 자연과학의 만남을 다른 분야에서 더 진행해 보고 싶다. 요즘 『식물처럼 살기』의 어린이용 버전으로 동화를 쓰고 있다. 새로운 분야지만 매력적인 작업이다. 한편으로는 여성과 엄마, 교육에 관한 글도 진행 중이다. 앞으로 한국전통사상과 동양사상의 대중화를 다각적으로 시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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