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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과 변태, 그리고 변절
변신과 변태, 그리고 변절
  • 김환규 전북대·생명과학과
  • 승인 2017.09.2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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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김환규 전북대·생명과학과
▲ 김환규 전북대 교수

오비디우스(Ovid)가 펴낸 『변신 이야기(Metamorphoses)』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바탕을 둔 서사시다. 『변신 이야기』는 총 15권으로 이뤄져 있으며 천지창조에서부터 율리우스 카이사르까지의 연대기로 250편 이상의 신화를 담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는 신, 인간과 동물의 변신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신은 그들 자신, 그리고 사람과 동물을 다른 형태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는 자신의 정욕을 채우기 위해 동물의 모습을 취하곤 했다. 헤라를 범할 때는 뻐꾸기로, 레다를 범할 때는 백조로, 에우로파를 범할 때는 황소로 변신했다. 다프네는 월계수로, 나르키소스와 히아킨토스는 수선화와 히아신스로 변신했다. 인간이 강, 별자리와 비둘기로 변하고, 개미와 버섯이 인간으로 변하는 등 변신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인간은 항상 변신을 꿈꾼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거대한 갈색 벌레로 변해버린 한 남성과 그를 둘러싼 가족의 소동을 묘사한 소설이다. 물론 동양에서도 莊周之夢이 있으며, 좀더 강제된 비극으로는, 일본 군국주의의 진주만 공습 당시 소년 병사들이 가미가제를 통해 神社의 신이 된 것도 있다.

『변신』은 생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부분이 존재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화 호르몬의 하나로 부정소, 정낭 및 정관 같은 남성 생식기관의 발달을 촉진한다. 그러나 요도, 전립샘, 음경과 음낭의 형성은 테스토스테론에서 유도된 DHT라는 호르몬에 의해 촉진된다. DHT가 결여되거나 돌연변이가 생긴 XY 염색체를 가진 어린이는 정상적인 정소와 함께 질과 음핵을 같이 가지고 있어 외관상으로 여자 아이로 보인다. 하지만 이 아이의 몸속은 해부학적으로 남성이며 사춘기가 되면 정소에서 충분한 양의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돼 외부 생식기가 발달하게 된다. 그 결과 음경이 커지고 음낭은 밖으로 노출돼 이전까지의 여자 아이가 갑자기 젊고 늠름한 청년으로 바뀌게 된다.

‘변태(metamorphosis)’란 곤충과 양서류 등의 발생과정에서 볼 수 있는 변형을 설명하는 비유로 그리스 신화의 ‘변신’에서 차용한 용어이다. ‘변태’는 유생시기에서 성체시기로 이행하는 단계를 말하며, 몸 구조의 많은 부분이 바뀌어 유생과 성체를 동일한 개체로 인식하기 어려운 종이 많다. 올챙이에서 개구리로의 변태는 생물계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변신 중 하나로 개구리의 거의 모든 기관이 변형돼 올챙이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성체의 이동에 필요한 앞다리가 생겨나고, 올챙이의 꼬리지느러미는 퇴화한다. 연못의 풀을 뜯는 데 사용한 이빨이 사라지고 새로운 형태의 입과 턱이 만들어지며 곤충을 포획하는 데 사용하는 혀 근육이 발달한다. 동시에 초식에 적합한 올챙이의 긴 창자는 짧아져 개구리의 동물성 먹이에 적합해진다.

변태를 행하는 생물들은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곤충의 애벌레와 성체는 전혀 다른 먹이와 환경을 필요로 한다. 애벌레는 성장과 에너지 소비가 절대적인 단계이며 성체는 번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누에나방의 성충은 전혀 먹지 않고 알을 낳은 짧은 번식행동만 행하다 죽기 때문에 입이 필요 없다. 따라서 변태를 행하는 생물들은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생존의 기회가 더욱 증대된다.

‘변절’은 특정 종교의 포기 또는 어떤 개인이 갖고 있던 이전의 신념에 반하는 행동을 지칭한다. 변절은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변절자들 자신이 표현하는 일반적인 ‘자가-정의’는 아니다. 일제 강점기 때 친일작가 이광수가 본인의 처지를 변명하고 좌익진영을 폄훼한 『혁명가의 아내』라는 소설을 출간하자 민촌 이기영은 「변절자의 아내」라는 소설로 이광수를 조롱하기도 했다.

변신, 변태와 변절, 이 모두는 최상의 적응과 생존을 위한 변화를 추구한다. 적응은 개체한테 이로운 특징이 진화하는 과정과 특징 그 자체 모두를 의미한다. 번데기는 단단한 껍질로 보호를 받기 때문에 겨울을 견뎌낼 수 있다. 제비꼬리 나비는 여름에는 먹이에 굶주린 유충이지만 번데기로 겨울을 난 다음 봄에 성체로 날아다니게 된다. 대부분의 번데기는 먹지 않기 때문에 먹이를 찾기 어려운 겨울을 효과적으로 견뎌낼 수 있다. 모기의 애벌레는 물에 살지만 성체는 식사거리인 혈액을 찾아 비행하게 된다. 인간이 곤충과 같은 변태능력을 갖고 있다면 물고기처럼 수영할 수 있고 새처럼 창공을 날을 수 있으며 자원도 효과적으로 배분할 수 있을 것이다.

김환규 전북대·생명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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