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08:10 (토)
나을 이끈 이 한 권의책:● 조지 가모브의 『물리학의 傳記』
나을 이끈 이 한 권의책:● 조지 가모브의 『물리학의 傳記』
  • 교수신문
  • 승인 2003.01.0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흠/ 고려대 명예교수

그 옛날 필자는 우연히도 길가에서 ‘물질의 신비’라는 책(저자는 아인슈타인의 제자이자 공동연구자의 한 사람인 인펠트 박사) 한권을 발견하고, 밤새도록 읽는 사이에 그만 그 안에서 전개되고 있는 현대물리학의 신비스런 세계에 푹 빠져 일생 동안 물리학 연구에 이 몸을 바치기로 결심한 일이 있다. 1945년 12월의 어느 추운 날, 필자가 중국국립북경대학(기계공학과)에 다녔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날 밤의 정열과 결심은 57년 후인 오늘날까지도 식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아시다시피 고교생들의 기피과목의 최선두를 자리잡고 있는 학과목은 물리학이라 한다. 이유인즉 수식의 나열이 있을 뿐 무미건조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사실은 이 세상에서 물리 또는 물리학처럼 흥미진진하고 재미나는 학과목은 또 없는데도 말이다. 적어도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고, 또 그것을 설명(해명?)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글을 통해 또는 라디오나 TV를 통해 지난 40여년간 물리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물리는 재미없는 과목으로 격하돼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재미나게 쓴 책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교과서 자체가 시종 교조주의적으로 지식의 나열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필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과학자의 전기를 부교재로 쓸 것을 권장해왔다. 전기를 통해 과학자들이 걸어온 길을 살핀다는 것은 물리학이나 화학 등 과학 과목 자체의 성격이나 특징 또는 역사나 그 내부의 본질을 길이 통찰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과학자 개개인의 전기도 좋거니와 물리학이나 화학 등 과학 자체의 전기 같은 것이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책들은 물리학사나 ‘화학사’ 등 딱딱해보이는 제목 하에 저술되는 것이 보통이고, 그 내용도 격식어린 딱딱한 내용으로 시종하는 경지가 태반이다. 그러나 여기에 이들과는 딴판으로 성격이 다른 책이 하나 있으니 그 책의 이름은 조지 가모브가 쓴 ‘물리학의 전기’(Biography of Physics, 1961)다.

아시다시피 조지 가모브는 ‘빅뱅’ 이론을 최초로 제창(1946)한 물리학자이며 그가 오래 살아있었더라면 틀림없이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을 것이다(그의 이론에 따라 빅뱅에 의해 이뤄진 우주 마이크로파 背景複寫를 발견한 펜진스(A. A. Penzias)와 윌슨(R. W. Wilson)은 가모브 박사가 사망한 1968년보다 10년 후인 1978년에 노벨상을 탐). 또 그가 제안한 알파 붕괴이론에 대한 터널 효과이론도 후에 에사키(L. Esaki), 자에버(I. Giaever) 등에게 노벨물리학상을 안겨주기도 했다(1973). 어쨌든 이 책은 뉴턴, 맥스웰, 쥴, 아인슈타인, 라더포드, 보어, 하이젠베르크, 슈레딩어 등등 물리학을 발전시킨 거성들의 업적과 활동을 그 개개인에 얽힌 특이한 에피소드를 섞어가면서 엮어가고 있다. 또 이 책에는 8쪽의 사진과 가모브 자신이 그린 128개의 삽화가 실려 있어 힘든 물리 내용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

아시다시피 조지 가모브 박사는 그 해박한 지식과 글솜씨로 수많은 과학계몽서(가모브 전집 13권 및 별권 3권)를 저술했고, 이 모두가 단순한 과학계몽서라기보다 수준 높은 문예작품이라 할 정도의 격조가 있는 책들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