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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8호 새로나온 책
888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7.07.1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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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마하가섭의 도상적인 특징 중 하나는 정수리가 솟아 있는 대머리라는 점이다. 마하가섭이 대머리라는 것은 대칭되는 곳에 위치하는 아난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난은 삭발을 했어도 푸른색으로 머리카락의 자리가 표현되지만 마하가섭 도상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한편 정수리가 솟아 있는 것은 지혜로운 인물이란 점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이와 유사한 양상은 도교의 노자상에서도 확인되는데, 불교에서는 도교에 대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마하가섭이 변신한 것이 노자라는 주장을 전개한 시기가 있다. 이 때문에 도상에 영향 관계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도교의 영향은 대머리 표현과도 관련된다. 신선들은 양기가 충만한 존재이므로 기운이 위로 치솟아 머리가 벗겨지는 대머리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신선도에서의 신선 표현은 대부분 대머리로 묘사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이 중국불교에서 도교의 대항마 역할을 하는 마하가섭의 도상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즉 마하가섭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국에서 대머리가 되고만 것이다.”
―자현 중앙승가대 불교학부 문화재전공 교수,『불화의 비밀』(조계종출판사, 2017.7) 중에서

 

■ 동사강목의 탄생: 순암과 성호, 두 역사가의 편지로 만든 조선 최고의 역사책, 박종기 지음, 휴머니스트, 364쪽, 18,000원

고조선에서 고려왕조까지의 역사를 다룬 최초의 민족주의 역사서이자 통사인 순암 안정복의 「동사강목」. 고려사를 연구해온 저자는 1754년부터 1760년까지 6년 간 순암 안정복과 스승 성호 이익이 주고받은 편지에 주목해 「동사강목」의 탄생 배경과 편찬 과정, 서술의 특징을 정리·분석했다. 이 책은 최초로 「순암집」과 「성호전집」에 따로 실려 있는 순암과 성호가 주고받은 편지를 시기별로 정리하고 내용에 따라 문답형식으로 재구성해 「동사강목」의 탄생 과정을 복원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동사강목」이 순암의 저서이지만, 편지를 통한 스승 성호의 가르침과 두 사람의 역사대화를 배제하고는 「동사강목」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새로운 주장이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에는 「동사강목」의 편찬 과정뿐 아니라, 역사서술과 인식의 중심문제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 사건, 정치의 토포스, 장세룡·문재원 외 지음, 소명출판, 365쪽, 23,000원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의인문학 연구단 연구총서로 부제는 ‘외부의 잠재성과 로컬리티’다. 로컬을 ‘사건의 자리’로 파악하고, 토포스(topos)의 관점에서 사건과 장소를 재맥락화해 새로운 정치의 자리로 주목했다. 즉, ‘국가, 자본에 가려져 있던 로컬리티를 재발견’하고 ‘로컬이 능동적으로 세계화를 주도하는 주도권’의 계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로컬은 내셔널-글로벌 자본의 직접적 공략 대상인 동시에 프랙탈한 공간 위상적 측면이 작용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지금 여기’의 정치적 장소인 로컬리티의 역동적 가능성을 발현시키고 있다. 1부에서는 외부의 잠재성과 로컬리티에 대한 사유의 궤적을 탐문하고, 2부에서는 외부성과 로컬리티, 자본과 결탁한 국가통치 권력에 대한 저항의 지점에 방점을 두고 정치적 장소를 모색한다. 3부에서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가 일상화되면서, 잠식당하는 지금-여기 삶의 장소를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재영토화-탈영토화의 과정에 대한 비판적 전망을 제안한다. 

 

■ 아인슈타인의 시계, 푸앵카레의 지도: 시간의 제국들, 피터 갤리슨 지음, 김재영·이희은 옮김, 동아시아, 484쪽, 25,000원

하버드대 조지프 펠레그리노 과학사 및 물리학 석좌교수인 피터 갤리슨의 독창적인 책. 이 책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푸앵카레와 아인슈타인이 시간 동기화와 상대성이론을 밝히면서 전 세계적으로 본초자오선과 경도를 정하고 시간과 지도가 통일되어가는 과정을 소개한다. 아인슈타인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는 철학자-과학자이지만, 사실 아인슈타인은 현실적 문제 해결력을 가진 특허심사관-과학자였다. 푸앵카레 또한 상아탑에 갇힌 사색가라기보다는 유명한 드레퓌스 편지 사건의 수학적 해결에 참여하고 당시 항해와 국제관계의 뜨거운 쟁점이었던 경도 결정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려 한 인물이었다. 이들이 빛을 이용한 시간 동기화와 상대성이론을 밝혀낼 때, 푸앵카레가 속해 있던 프랑스 경도국이나 아인슈타인이 일했던 스위스 특허국은 이를 밝혀내기 위한 최적의 환경이었던 것이다. 

 

■ 암점暗點, 박준상 지음, 문학과지성사, 315쪽(1권 157쪽, 2권 158쪽), 18,000원

분명히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으며 언어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그것, 저자는 나와 타자의 공동의 지대를 여는 그 무언가를 暗點이라는 단어에 응축시켜 탐사해나간다. 더불어 모든 인간 경험의 근원에 있는 이 암점에서 새로운 사유가 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그리고 극단적인 자본주의화 속에서 혹사당하고 방기된 각기 고립된 ‘나’가 ‘우리’로서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철학적인 것’과 ‘문학적인 것’ 사이에서 무한히 진동하며 질문을 겹겹이 쌓아가는 글쓰기를 통해 암점에 대한 사유는 책의 또 다른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몸’과 ‘타자’에 대한 사유로 전이된다. 저자는 가라타니 고진이 ‘문학의 종말’을 선언했던 것과는 달리 문학은 종말에 이르지 않았다고 말하며, 문학의 필연성을 다시 강조한다.

 

■ 역사적 시간의 도전과 책무: 21세기 사회주의, 이스트번 메자로스 지음,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연구소 옮김, 한울, 632쪽, 59,000원

1956년 소련 침공 이후 영국 서식스대 철학 교수로 자리를 옮겼던 저자 메자로스는, 세계가 괜찮지 않은 이유를 ‘자본의 구조적 위기’에서 찾는다. 현대사회를 통제하는 양식인 자본의 한계가 활성화되면서 구조적 위기에 처하게 됐고, 이른바 ‘역사적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이 역사적 시간은 인류의 존속이 걸려 있는 긴박한 시간이다. 이에 따라 획기적인 변화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이에 대해 저자는 ‘21세기 사회주의’라는 답을 내놓는다. 그는 실패한 사회주의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사회주의 원리를 놓치지 않고 오늘날 문제가 된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21세기 사회주의’를 제시한다. 루카치 아래에서 수학했으며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에게 지대한 사상적 영감을 준 유명 철학 교수가 말하는 세계의 영속을 위한 필연적 조건, 즉 인류가 과감히 나서야 할 ‘도전’과 마땅히 응해야 할 ‘책무’가 이 책에 담겨 있다.

 

■ 전쟁과 인간  그리고 ‘평화’: 러일전쟁과 한국사회, 조재곤 지음, 일조각, 528쪽, 38,000원

러일전쟁의 주체는 러시아와 일본이었지만 전쟁의 무대는 한반도와 만주 지역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는 ‘전쟁’ 그 자체에 한정해 러시아와 일본의 전투과정을 서술하는 데 초점을 맞추거나 국제정치학 측면에서 열강을 중심으로 한 세력과 동맹관계 등에 대한 이해에 치중돼 왔다. 결국 대한제국 측의 상황인식과 대응에 대한 연구는 도외시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당대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면서 史實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지만 ‘우리’의 입장에서 러일전쟁에 대한 전반적 상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않고서는 한국 근대사를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제정러시아대외정책문서보관소, 러시아연방국립문서보관소, 러시아군역사문서보관소, 러시아국립극동문서보관소, 러시아지리협회문서보관소 등에 보관된 제정러시아 시기 관련 자료를 적극 활용했다. 이 자료들은 아직 학계에 소개되지 않은 내용이 대부분으로, 저자는 이를 일본 및 한국 자료와 교차분석하여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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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2017-07-19 17:41:11
노벨상을 받을 만한 혁명적인 이론으로 우주의 원리와 생명의 본질을 새롭게 설명하면서 기존의 과학 이론들을 부정하는 책(제목; 과학의 재발견)이 나왔는데 과학자들이 침묵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침묵하지 말고 당당하게 반대나 찬성을 표시하고 기자들도 실상을 보도하라! 이 책은 중력과 전자기력을 하나로 융합한 새로운 이론으로 우주의 모든 현상을 명쾌하게 설명하면서 서양과학으로 동양철학을 증명하고 동양철학으로 서양과학을 완성한 통일장이론서다.

과학을 탐구하는 중요한 수단은 실험 계측과 수학 계산인데 그 2가지 수단에서 모두 오류가 발생하므로 과학 이론에도 흠결이 존재한다. 하나의 이론이 올바르다면 우주의 탄생과 운행을 모두 설명할 수 있으므로 다른 이론이 필요 없는데 고전물리학과 현대물리학이 상호보완하면서 공존하는 이유는 두 이론에 모두 흠결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이론은 하나의 원리로 우주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고 국소적인 상황만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임시방편이다.

철학은 본질을 탐구하고 과학은 현상을 연구한다. 그래서 그들이 다른 길로 가고 있지만 계속 전진하면 결국 만나야 한다. 왜냐하면 본질을 발견하면 현상을 이해하고 반대로 현상을 이해하면 본질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의 원리를 모르면 올바른 가치도 알 수 없으므로 과학이 결여된 철학은 진정한 철학이 아니다. 이 책을 보면 독자의 관점과 지식은 물론 철학과 가치관도 바뀐다. 이 책은 형식적으로 과학을 논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인문교양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