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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적 분야에 대한 상호 이해와 편견 완화는 분단의 이질성 극복에 도움”
“미시적 분야에 대한 상호 이해와 편견 완화는 분단의 이질성 극복에 도움”
  • 박진현 건국대 겸임교수·뷰티디자인
  • 승인 2017.05.2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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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공동기획 '통일연구의 현재와 미래'_ 30. 뷰티문화산업에 대한 남북협력의 가능성

통일부에 따르면 2017년 3월 기준 대한민국에 입국한 총 탈북민은 3만490명이다. 이중에서 사망, 말소, 거주불명, 보호시설 수용자를 제외하면 2만8천152명이 정착하고 있다. 그런데 탈북민이 남한에 정착해 표준화된 미용 교육을 받고 미용인이 되는 사례가 증가 추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 때문에 신분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확실한 통계는 없지만 이러한 현상은 탈북민이 가진 장점인 북한 정서에 대한 이해와 그에 따른 나름의 뷰티문화예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뷰티산업은 신체를 건강하게 하고 아름답게 관리하기 위해 제공되는 서비스와 그 서비스 제공에 사용되는 화장품, 미용용품, 기기 등의 제조·개발과 관련된 산업을 일컫는다. 또한 뷰티산업 분야는 장인정신과 예술성을 가지고 미에 대한 표현과 심리적 만족을 바탕으로 소통하는 산업으로 의료, 관광, 패션 등 다른 산업과 연계할 때 큰 경제적 파급 효과가 발생한다.

오늘날 한국의 미용 산업 통계자료를 보면 미용 인구는 8만9천13개의 사업체에서 14만162명이 종사를 하고 있다. 미용 산업 분야는 면허를 발급 받은 미용인이 1면허 1사업장을 운영하도록 법제화 되어 있다. 그래서 소규모 자영업이 85%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프랜차이즈 살롱의 경우, 가맹점 수가 100개 이상이 되는 것도 적지 않다. 이 중 한국의 J미용기업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인 8천평 규모의 업장에 종사자 수도 2천500명 이상에 이르는 곳이다.

한국은 여러 뷰티아카데미를 통해 아시아 여러 나라 미용인들의 재교육을 통해 우리의 뷰티 문화예술을 알리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 교육부 기술교육 조직위원회와 K-뷰티 교육 콘텐츠를 가지고 해외시장에 지적재산 수출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는 새로운 융·복합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 성과다. 보건복지부 및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 화장품산업 뿐만 아니라 K-뷰티 교육 콘텐츠 해외 진출을 위해 2014년부터 중국 및 동남아를 전략국으로 지정하고 ‘해외뷰티전문가 국내연수 시범사업’ 및 ‘K-뷰티 글로벌 역량강화 국제 컨퍼런스’ 등을 통해 관련 산업의 동반 해외진출을 지원해왔다. 그리고 정부는 뷰티서비스 선진화 방안으로 2020년까지 아시아 뷰티의 메카로서 뷰티서비스 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미용 인프라를 활용한 북한 인력양성의 가능성

미용인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고시에 의한 미용사 자격 및 면허 획득 방법과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대학 미용관련학과를 졸업해 면허를 받는 방법이 있다. 검정형 자격과 이수형 자격 취득 후, 또는 대학을 비롯한 교육기관 졸업 후 면허를 취득해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현재 미용관련 학과는 전국에 4년제 37개 대학과 2년제 110여개 대학, 그리고 대학원이 35개가 있다. 학생들은 각자의 세부 전공에 따라 헤어, 메이크업, 피부, 네일, 화장품 등 미용 분야의 테크니션, 스페셜리스트 또는 마케터로 입직하고 있으며 창업이나 프리랜서로 진출하기도 한다. 국내 뷰티 서비스 매출액도 연평균 5%이상 성장해 5조원을 넘어서고 있다(통계청, 2015).

미용 대학이나 국가고시 미용사자격 취득을 위한 교육 중에서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 교육 과정은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태도를 국가가 체계화한 것이다. 그래서 미용 분야에서는 뷰티 메이크업, 분장, 피부미용, 헤어컬러, 헤어커트, 고객 관계 관리, 공중보건학 등의 내용을 특성화고교나 미용 관련 학과에서 배우거나 미용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훈련기관에서 습득한다. NCS 기반 교육 과정은 실무에도 바로 투입이 가능한 매뉴얼이므로 국내에서 미용을 배우는 길은 비교적 다양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국내 대학들은 2018년부터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학생 수 유지를 위해 유학생의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남북이 뷰티문화예술 산업의 교류를 통해 북쪽에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 한국의 체계화된 미용 교육 인프라가 북에서도 우수 인력을 양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가능성과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경색된 지난 정권에서는 북한의 미용 분야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재교육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나 향후에는 교육 활동을 위한 자료 및 학술지 구독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습의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남북 뷰티 분야 발전 가능성

최근의 경색된 남북관계 상황에서 미용 분야의 남북협력을 준비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지만,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사회문화 각 분야별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면 현재 마련되고 있는 뷰티문화예술 교류와 지원 등을 위한 대비와 준비가 그 가치를 드러낼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 체계화되지 못하고 제도적인 교육 과정이 필요한 북쪽에 남쪽의 뷰티문화예술 산업이 가진 자원과 인력을 활용해 서로의 인식 차이에 대해 이해해나가고, 교육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것은 다른 분야에도 큰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뷰티’ 분야의 기능적·기술적 특징을 살리는 전문 교육의 형태는 관련 산업과 유기적 연계를 가지면서 통일 준비 과정에서 매우 실용적인 직업 교육이 될 것이다.

북한도 점진적 변화를 겪으며 부분적인 정보화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여전히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 차단과 한국 일상생활이나 뷰티 트렌드에 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접하거나 표현할 기회는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현재 남쪽의 헤어스타일은 유행과 개성, 그리고 선호도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이 변천하고 있으나, 북쪽에서는 남녀 총 30여 개의 헤어 모양만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의 미용실에서 ‘남조선 헤어스타일’은 일반 미용 요금의 3배 이상의 요금을 지불해야 하고, 북한의 뷰티 산업도 질적으로 우수한 기술을 선호하며 중국으로 불법체류를 감행해서라도 미용 기술을 배워 오려는 노력이 있다고 전해진다.

외모를 가꾸고 자신만의 개성으로 연출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이 가진 본능적 표현 욕구일 것이다. 통일 준비 과정과 미래 통일한반도 사회에서는 사회문화적 통합이 중요하게 다뤄질 것인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기본 욕구를 바탕으로 한 미용 분야에서의 남북협력의 확대는 사회적 통합 과정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남북 주민의 문화적 상호 소통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도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미용 분야의 교류와 협력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더불어 북의 입장에서도 뷰티문화예술 분야의 활성화가 새로운 경제적 흐름을 만들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런 전망 속에서 남북의 거시적 통합 방안이 보지 못하는 미시적 분야에 대한 상호 이해와 편견의 완화는 분단의 이질성을 극복해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탈북민 자립과 취업 방안으로도 유효

통일부의 남북 사회문화적 협력을 위한 예산은 지금까지 주로 문화유산 교류, 겨레말큰 사전 남북 공동편찬사업, 종교 교육, 체육 교류, 학술·교육 분야의 교류,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협력 등의 분야에 사용됐다. 그런데 남북 교류가 활발하던 2000년대 중반에도 미용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교류 협력 및 대북 지원 사례는 전무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작은 분야지만 구체적인 교류와 여러 실천적 방안들이 모색될 수 있는 뷰티 분야의 협력은 통일한반도로 나아가는 사회문화적 토양을 형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이미 ‘먼저 온 통일’로서 남쪽에서 생활하고 있는 탈북민들의 자립과 취업을 위한 방안으로서도 미용 교육에 대한 지원 확대는 당장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화와 예술 분야의 교육 확대 및 연관 산업의 활성화는 지금 당장의 개인적·국가적 이익을 고려했을 때도 중요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의 상상력과 표현력 증진을 통한 문제해결능력과 공감능력의 향상을 통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고 사회통합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큰 시야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박진현 건국대 겸임교수·뷰티디자인

필자는 경영학 박사학위와 뷰티디자인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건국대 패션디자인학부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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