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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8호 새로나온 책
878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7.05.0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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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저자는 21세기를 지배하는 정서를 ‘필연의 정치학’과 ‘영원의 정치학’이라는 개념으로 압축한다. 동유럽 공산주의의 몰락 이후, 우리는 민주주의가 승리했고 영원할 것이라는 신화를 받아들였다. 역사가 한 방향으로, 참여와 번영의 증대라는 이상을 향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바로 ‘필연의 정치학’이다. 나치즘이나 공산주의도 필연적 유토피아를 약속했다. 20세기에 그 이야기가 박살났을 때, 우리는 그릇된 결론을 내렸다. 유토피아의 약속을 폐기하는 대신, 우리의 이야기는 진실일 것이라고 가정한 것이다. 많은 국가주의 지도자들이 영광스러운 과거를 이야기한다. 실제로는 처참하기 그지없는 시대, 결코 일어난 적이 없는 과거의 순간들에 대한 갈망과 동경이 이른바 ‘영원의 정치학’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필연의 정치학’을 포용함으로써 역사 없는 세대를 키웠다. 진보의 약속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는 지금, 역사를 모르는 젊은 세대는 결국 ‘영원의 정치학’을 향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 길의 끝은, 20세기가 보여 줬듯이 역사 자체의 파괴다. 
―『폭정: 20세기의 스무 가지 교훈』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조행복 옮김, 열린책들, 168쪽, 12,000원

 

■ 기술적 복제시대의 예술작품, 발터 벤야민 지음, 심철민 옮김, 도서출판b, 158쪽, 10,000원
전 세계적으로 ‘벤야민 르네상스’ 현상을 가져온 그의 가장 핵심 논저가 이번에 전면 새롭고도 친절한 번역으로 나왔다. 이 책은 본문이 100여 쪽밖에 되지 않지만, 우리에게도 이젠 일상어가 된 ‘아우라(Aura)’ 개념을 비롯, 이 아우라에 의거한 예술의 자율성이 붕괴돼 있는 ‘기술적 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의 성격 문제, 그리고 사진, 음악, 영화가 오늘날 대중의 지각양식을 어떻게 변모시키고 있는지 등의 진단과 전망을 담고 있다. 벤야민에 따르면, 예술은 이제 더 이상 정신집중과 관조의 태도로 임하는 전통적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정신을 분산시키면서도 언제 어디서나 유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집단적 수용 매체다. 그러나 예술작품의 이 같은 대중적 수용 흐름이 마냥 낙관적이고 민주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 현상은 자칫 파시즘의 세력권 하에 놓일 수 있으며, 이 경우 정치를 미화하는 정점인 전쟁으로 치닫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맥스 테그마크의 유니버스: 우주의 궁극적 실체를 찾아가는 수학적 여정, 맥스 테그마크 지음, 김낙우 옮김, 동아시아, 600쪽, 26,000원 
물리학자이자 우주론 학자인 저자는 실체의 본질을 찾아가는 물리학적인 탐험 끝에 우주를 ‘수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궁극적 결론에 도달한다. 우리의 물질세계가 수학으로 기술될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수학이며, 우리가 거대한 수학적 대상의 자각하는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은 우주의 물리적 실체가 수학적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천문학의 영웅인 갈릴레이는 17세기에 자연이 ‘수학의 언어로 쓰인 위대한 책’이라고 언급했으며,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유진 위그너는 1960년대에 ‘이해할 수 없는 자연과학에서의 수학의 효율성’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우리의 물리적 세계가 극단적인 수학적 규칙성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은 궁극적 실체의 본질을 찾기 위해 은하를 넘어서는 거시세계부터 원자보다 작은 미시세계까지 탐구해, 모든 것이 수학적 구조로 이뤄진 4단계의 평행우주들의 거대하고 멋진 실체에서 만나는 저자의 개인적인 여정을 담고 있다. 


■ 생태와 대안의 로컬리티, 공윤경 외 지음, 소명출판, 342쪽, 21,000원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 연구총서 17권. 최근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생태 문제와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의 인문학’ 연구에서 주목하는 로컬(리티)을 연결하여 물음을 던진다. 생태 위기와 관련하여 ‘로컬’에 주목한 이유는 로컬이 불균형 발전, 경제 침체, 빈부 격차, 계층 간 갈등 등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폐해를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체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가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 책은 정신적, 윤리적, 사회적, 문화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추구하는 이론과 담론에 주목해, 다양한 층위의 로컬에서 생태와 관련한 현상들이 드러나는 방식과 이에 대처하는 양상을 살폈다. 이를 통해 대안적 로컬리티, 즉 글로컬 차원에서 새로운 사회체계를 구상하고 공생을 지향하는 로컬 커뮤니티의 실현 가능성을 짚었다.

 

■ 숲속의 평등: 강자를 길들이는 거꾸로 된 위계, 크리스토퍼 보엠 지음, 김성동 옮김, 토러스북, 439쪽, 17,000원
이 책의 저자 보엠은 남극에서부터 미 대륙, 호주, 아프리카 등에 이르는 광범위한 민족지 문헌을 바탕으로, 초기 인류인 수렵 채집인과 부족민들이 고도로 정교한 평등주의 문화와 제도를 발전시켰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인류는 고대 이전 오랜 기간에 평등주의자로 살았으며, 그것이 우리의 유전자 속에 흐르고 있다. 초기 인류는 끊임없이 등장하는 권력을 추구하는 강자들, 탐욕스러운 이기주의자들, 공격적인 탈법자들, 뻔뻔한 무임승차자들을 어떻게 다스렸는가?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는 평등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여론, 비판, 조롱 심지어는 처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재를 거침없이 가했다. 또한 이 책은 인류의 평등주의적인 사회? 정치 행동의 진화를,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와 초기 인류의 흔적을 가진 사회 속에서 집요하게 추적해 엄정하고 대담한 논리로 새로운 결론에 도달한다. 


■ 약탈정치: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의 기록, 강준만·김환표 지음, 인물과사상사, 612

쪽,23,000원

약탈 정치는 좌우나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지난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누적돼온 우리의 경제발전 방식과 그것에 의해 형성된 삶의 방식에 녹아 있었다. 그만큼 정치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구조화돼 있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한국 정치를 비춰주는 거울이다. 독선에 빠지면 누가 대통령이 돼도 권력 남용과 측근 비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희대의 약탈 정권이 우리에게 주는 최대의 교훈이다. 이 책은 이명박·박근혜가 어떻게 권력을 사적으로 활용했으며, 그 권력 밑에서 비선과 측근들은 ‘약탈 전쟁’을 어떻게 적나라하게 벌였는지 보여준다. 우리에게는 정치와 약탈 메커니즘의 복잡성을 이해할 줄 아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또한 선거로 만사가 해결될 것처럼 말하는 것도 위험하다. “선거에서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약탈 정치’의 문법에 길들여진 때문이다.

 

■ 해방된 예루살렘(전3권), 토르콰토 타소 지음, 김운찬 옮김, 아카넷, 332쪽, 23,000원
낭만주의 시대에 개인과 사회 사이에서 빚어지는 갈등의 상징이자,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한 천재로 간주된 토르콰토 타소(1554~1595)가 열다섯 살 무렵에 집필하기 시작해 1575년에 완성한 중세 기사도 문학의 최고 걸작 중 하나다. 모두 20곡, 즉 ‘노래(canto)’로 구성됐으며, 총 1천917개의 ‘8행연구(ottava)’, 그러니까 1만5천336행으로 돼 있다. 시행의 숫자로만 보면 단테의 『신곡』보다 약간 길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제1차 십자군 전쟁이 6년째(실제 역사에서는 3년째로 대략 1099년 초에 해당함) 되던 해에 부용의 고프레도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십자군의 대장, 즉 총사령관으로 선정되고 우여곡절 끝에 성지 예루살렘을 정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핵심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곁가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특히 여러 남녀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사랑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읽기의 재미를 더해주는 주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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