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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이제는 티칭에서 코칭으로
교육, 이제는 티칭에서 코칭으로
  • 김정규 한국방송통신대출판문화원·시인
  • 승인 2017.05.0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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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amus 우리는 생각한다] 김정규 한국방송통신대출판문화원·시인
▲ 김정규 시인

대선후보들의 입시와 대학 관련 공약들을 보자. 수능의 자격고사 전환, 학생부종합전형 개선, 등록금 부담 완화, 평생교육 확대, 교육부 역할 조정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획기적인 정책이 눈에 띄지 않고 선언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왜 그럴까? 아마도 쇼트트랙으로 달려야 하는 이번 대선에서 표심 잡기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거나 후보들의 교육에 대한 미래 비전이 별무이거나 현 상태가 그럭저럭 괜찮다는 의미가 아닐까?

이런 의문을 갖고 있던 차에 의미 있는 신간 한 권을 보게 됐다.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부학장이자 최고기술경영자인 교육공학자 ‘폴 김(Paul Kim)’ 교수와 문학평론가이면서 인문교육 실천가인 함돈균 교수의 대담집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세종서적, 2017)이다.

한국 대학의 강의실에서는 질문하는 학생이 별로 없다. 교수와 대화하러 온 게 아니라 시험에 필요한 것만 필기하러 온 느낌이랄까.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간의 생각의 공유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기껏 물어보는 것이 “삼성에 취업하려면 뭘 공부해야 하나요?” 뭐 이런 식이다. 너무나도 현실주의적이고 도전 정신이 없는 생각과 질문이다. 연봉 높은 직장에 어떻게 취업하는가가 대학에 온 목적인 것처럼 행동한다.

그런데 스탠퍼드대 학생들은 다르다고 한다. “내가 삼성을 만들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혹은 “나는 이렇게 하면 삼성을 만들 수 있겠는데 왜 안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삼성 만드는 데 필요한 사람을 소개시켜 주세요”하고 당당하고 도전적이고 저돌적으로 교수에게 요구를 한다고 한다.

전자의 학생들이 만들어진 이유를 김 교수는 우리의 중등교육에서 찾는다. 산업화시대에 유효했던 주입식 공교육, 다시 말해서 교사는 모든 것을 다 설명해 주고 학생은 그것을 암기하고 얼마나 암기했는지를 평가하는 방식 말이다. ‘질문’이 배제된, 즉 상호작용 없이 가르치기만 하면 학생의 학습 잠재력은 점점 줄어들고 자기 능력을 내적인 힘에 의해 스스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된다.

‘질문’의 기술을 보면 학업성취도를 알 수 있다. 질문의 질이 떨어지면 어떤 공부를 할 때 수준 있는 공부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니까 학생에게는 질문을 잘하고 많이 하고 양질의 질문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는 것이 교육에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질문을 잘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의 책에서 김 교수는, 진정한 교사(teacher)가 되고 싶으면 ‘가르침(teaching)’을 행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대신에 질문을 던지거나 스스로 깨우쳐 탐구하고 싶어 하게 하고, 스스로 호기심을 갖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움(learning)’이 많이 일어나게 해야 한다는 것. 김 교수는 70분 강의에서 20분 정도만 이야기를 하고 나머지는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고 의견을 도출할 수 있게끔 토론을 시킨다고 한다. 또한 자기는 학생들을 스타로 보기 때문에 티처가 아닌 코치라는 호칭이 알맞다고 말한다. 그리고 코치의 역할은 스타를 만들기 위해 그 학생의 특성이나 자질에 대해 정말 잘 알고 그에 맞게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혁신은 ‘질문’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하는 김 교수는 이 책에서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미래지향적 교육 모델을 실험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2012년 스탠퍼드대에서 무크를 통해 ‘새로운 교육환경을 디자인하다’라는 강좌를 개설했는데, 170여 개국에서 2만명 정도가 등록했다. 학생들의 국적은 물론 직업도 다양했다. 첫 주에는 서로 소개하고 둘째 주에는 팀을 만들게 했다. 팀을 못 만든 학생은 이력에서 비슷한 키워드가 많이 겹치는 사람끼리 모아 시스템에서 팀을 구성해 줬다.

강의는 강사들이 교육 혁신에 대해 한 마디씩 하면 학생들은 그걸 듣고 소속 팀에서 논의해서 ‘새로운 교육환경’을 디자인한 다음,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는 것이다. 평가도 학생에게 맡겨 봤는데 교수가 평가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 학기 강의 후 파생효과가 발생했다. 팀을 꾸렸던 학생들이 NGO를 결성하고, 교육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게임을 만들어 창업을 했다.

김 교수는 미래 학교의 형태에 대해, 질문의 질을 높여주는 학교, 질문하는 분위기를 편하게 해주는 학교를 이상적이라 하면서, 그런 것을 접할(exposure) 수 있게 해주어야 하고, 참여할(engage) 수 있게 해야 하며, 실험(experiment)할 수 있게 해야 하고, 그 다음에 교육에 대한 자율권(empowerment)을 스스로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정리하고 있다.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김 교수의 주장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과연 세계시민의식을 지닌 혁신적 인재를 키워낼 수 있을 것인지 걱정반기대반이다.

김정규 한국방송통신대출판문화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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