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안기부에 신고, 학교는 침묵 … '북한 출신' 이유로 공격 받는 아이들
친구가 안기부에 신고, 학교는 침묵 … '북한 출신' 이유로 공격 받는 아이들
  • 김태훈 (사)우리들의성장이야기 대표
  • 승인 2017.03.21 11:0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수신문-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공동 기획 '통일연구의 현재와 미래'_ 22_탈북청소년의 아빠로 살아가기

“진범이라는 학생이 있습니다. 이 학생은 올해 국민대학교에 입학한 17학번 새내기 입니다. 학창시절에는 전교학생회장을 역임했고, 꾸준히 국내외 봉사 활동을 해왔는데 그의 활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인정을 받아 2016년에는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받았습니다.”

“하룡이라는 학생이 있습니다. 이 학생은 그림을 좋아하고 잘 그립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지역아동센터에서 학생들에게 그림수업을 진행해 왔고, 지역 아이들과 함께 오래된 담과 골목에 색을 입혀 깨끗한 마을을 만들어가는 활동을 했습니다. 그 결과 학교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 전국 중고생 자원봉사 대회에서 대상을 받습니다. 또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세계 청소년 봉사대회에 한국 대표로 다녀왔습니다.”

▲ 북한이탈주민인 '하룡'이가 북한을 생각하며 그린 그림 [사진제공=김태훈]

여러분들은 위 멋진 활동들을 한 두 학생들의 사연을 읽고 어떤 가정환경에서 자란 학생들로 생각하시나요? 이 학생들이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생각을 하신 분은 계신가요?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북한에서 넘어온 학생들의 보호자를 자청하고 올해로 11년째 함께 살아가는 총각엄마 김태훈입니다. 왜 총각엄마인지 간략히 말씀드리면 보통 엄마들이 하는 모든 집안일과 ‘특급 잔소리’를 도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 학교의 학부모 활동까지도 서슴없이 하고 있는 진짜 엄마입니다. 참고로 저는 학교운영위원 뿐만 아니라 전교 학부모회장까지 한 극성 엄마입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아이들의 학교까지 뛰어다니며 적극적이지는 못했습니다. 11년 전만해도 그냥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삼촌도 아닌 것이, 형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부모도 아닌 그냥 함께 있어주는 사람에 불과했습니다. 그저 우리 아이들만 잘 챙기면 되는 줄 알았던 풋내기 자원봉사자가 처음으로 학교 학부모회의에 갔던 일이 생각납니다. 어느 날 우리 아이가 학교에 다녀와서 제게 “삼촌, 빨갱이가 뭐에요?”라고 물으며 학교에서 친구들이 “너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고 괴롭혔다는 겁니다. 저는 한동안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빨갱이를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그리고 초등학생들이 누구에게서 어떤 이야기를 들었길래 우리 아이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고 했는지…,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 다음날 전교학부모 회의가 있기에 회의에 참석해 우리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말하고자 결심했지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막연하고 두렵고 제가 가도 되는 자리인지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회의장소로 들어서는 순간 여기저기서 힐끔힐끔 곁눈질하는 시선을 느껴졌습니다. 젊은 아니 어린 남자가 들어오니 다들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다들 나만 쳐다보는 것 같은 어색함과 쑥스러움을 참고 자리에 앉아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저를 가리키며 누구의 보호자로 왔냐고 물어보았고, 저는 이때다 싶어 제 소개와 함께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을 말하며 ‘우리 아이들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라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모두에게 수줍게 부탁을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이런 폭력들은 상급학교를 진학해도 여전했습니다. 초등학생들은 뜻도 모르고 저지른 일이라고 넘길 수 있지만 고등학생들의 지능적인 괴롭힘에 맞서는 것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몇 년 전이었습니다. 1학기 중간고사 준비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던 때 성북경찰서 보안계 형사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형사님께서는 누군가가 우리집 아이를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 현 국가정보원)에 간첩이라고 신고를 했고 안기부는 저희 집 관할구역 성북경찰서로 확인전화를 했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성북경찰서는 저희 집 사정을 다 알고 있어 허위신고라며 중간에서 일이 커지지 않도록 처리해 주셨습니다. 신고내용이 궁금해 알아본 결과 ‘반정부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현 정부를 비판한다’는 내용으로 저희 집 아이의 학급친구가  간첩신고를 했습니다. 저는 이 사건을 그냥 넘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을 때 더 큰일이 벌어졌습니다. 신고를 했던 그 친구가 교실 앞에서 “얘들아! 내가 OOO을 간첩이라고 안기부에 신고했어!”라고 반 친구들이 다 듣도록 말했던 것입니다. 순간 교실의 모든 학생들은 웃고 난리가 난 것입니다. 우리 아이는 그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고 교실 밖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그냥 참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에겐 설상가상으로 그 신고자가 전교회장이라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었기에 무기력하게 당하고만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담임선생님과 통화를 하고 일어난 사건에 대해 해결 요청을 드렸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두 아이들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지만, 서로 다른 이야기를 주장하며 둘 중 한명은 거짓 증언을 하고 있었습니다. 신고한 친구는 우리 아이가 현 정부를 비판을 했고 자기는 너무 불쾌해 안기부에 문의를 하러 전화를 하던 과정에서 신고로 넘어가게 됐다고 하고, 우리 아이는 자기는 현 정부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할 말도 없다며 서로 주장이 달랐습니다. 상황을 전해들은 저도 혼란스러웠지만, 행여 우리 아이가 현 정부를 비방했다 하더라도 이는 누구나 할 수 있고, 그게 우리 아이의 출신배경 때문에 간첩으로 신고까지 당해야하는 이유는 될 수 없어 다시 중심을 잡고 선생님께 이 사건을 공개적으로 해결하도록 요청 드렸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학생부로 넘겨졌고 학생주임선생님과 면담하러 학교로 갔습니다. 하지만 학생부에는 저와 우리 아이만 있을 뿐 가해학생과 보호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사건이 일어난 후로 지금까지 학교는 가해 학생 부모님께 이 일을 전하지도 않았던 것입니다. 학교는 이 사건을 그냥 덮어두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우리 아이들과 살면서 학교에서의 여러 문제들을 겪어봤습니다. 비관적이지만 제가 겪은 우리나라 학교는 문제를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고 그냥 조용히 흘러가기를 원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집 아이들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북한이탈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받은 폭력 때문에 결국 스스로 중도 포기하고 탈학교를 선택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학교는 다시 평화를 찾겠지요. 비슷한 친구들끼리 모아놓고 뭔가 다른 친구들은 나가게 되는 슬픈 현실...

다행히도 학생부가 하지 않는 일을 담임선생님 끈질긴 설득과 면담으로 그 아이는 잘못을 시인했고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전체 아이들에게 공개 사과를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의 배려로 이 과정을 지켜보고 방관했던 모든 아이들에게 북한이탈주민 친구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고 친구가 돼야 하는 이유를 일일교사가 되어 2주간 학교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까지 만들어 주셨습니다.

어떠신지요? 큰 시간 차이를 두고 일어난 2개 사건은 전혀 다른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11년 전이나 지금이나 북한이라는 꼬리표는 우리 아이들에겐 여전히 약점이고 공격의 대상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우리 아이들과 살아오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 한 가지를 꼽으라면 우리 아이들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의 북한이탈주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11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는 사실입니다.

처음 소개된 진범이와 하룡이는 여러분들이 예상하셨듯이 북한이탈주민이고 저와 함께 살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북한이탈주민인데 참 대단하네!’ 보다는 ‘한진범’, ‘염하룡’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봐주시는 건 어떨지요?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이며, 우리가 원하는 사회 통합이고, 나아가 한반도 통일 사회를 만들어가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위의 그림은 북한을 생각하며 그린 하룡이의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많은 생각이 떠오릅니다. 북한은 우리 아이들의 고향이지요. 그림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그것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여러분들에게도 하룡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태훈 (사)우리들의성장이야기 대표

탈북청소년들의 성장과 자립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으며 (사)우리들의 성장이야기, 새터민청소년그룹홈 <가족>의 대표를 맡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혜연 2017-03-21 13:56:41
목숨걸고 북한을 나와 대한민국에서 성실하게 정착생활하고있는 탈북어린이들과 탈북청소년들을 우리나라 기득권층 인사들과 그 자녀들에게 있어서 여전히 빨갱이, 종북, 간첩으로 생각하고있으니 정말 착잡하네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