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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40% “음주습관 개선의지 없다” … 교수들 “법보다 ‘덕’으로 변화 유도해야”
대학생 40% “음주습관 개선의지 없다” … 교수들 “법보다 ‘덕’으로 변화 유도해야”
  • 김홍근 기자
  • 승인 2017.03.13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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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음주문화', 개선될 여지 없나?
지난달 신입생들을 태우고 오리엔테이션 예정 장소로 이동하던 버스가 전복돼 한 차례 곤욕을 치른 한 대학이 최근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교육부 조사과정에서 당시 오리엔테이션에서 마실 술을 9천병(소주 7천800병, 맥주 960병) 가량 구매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오리엔테이션 참가 예정 학생이 1천700여명이었다고 하니, 학생 한 명당 소주만 4병 이상을 마셔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해당 대학은 버스사고로 인해 오리엔테이션이 취소됐지만, 차질 없이 진행됐다면 음주사고가 났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여론은 대학의 음주문화를 비판하는 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다수의 언론에서는 대학의 음주 사고들을 연일 보도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대학들은 결국 ‘금주’ 캠페인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면, 대학의 음주로 인한 사건·사고는 어김없이 미디어를 통해 전달된다. 해마다 빠지지 않고 쏟아지는 대학 음주사고 소식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대학문화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음주’를 두고, 이제 와서 전면 금지를 주장하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다고 방관만 할 수 없는 대학의 음주 사고들은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제도적 해결은 하책이다”

대학가에서 금주캠페인을 고심하고 있는 것처럼, 대학 내 음주문화 실태에 관한 최근 논의들을 살펴보면, 주류에 대한 세금을 올리거나 대학 내 음주를 금지하는 등의 법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간혹 보인다. 하지만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일부 교수들은 규제로서 학생들을 통치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강제성은 그에 반하는 반발을 불러일으킬 뿐, 근본적인 해결을 이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부 대학에서는 캠퍼스 내 음주금지나 주류 판매 금지 등을 학칙으로 제정하기도 했지만, 이는 대학 안에서 일어나는 음주사고라도 방지하겠다는 묘책일 뿐이라는 평가를 들어야만 했다. 교외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방지할 방법이 없었던 탓이다.
 
교단에 선 이후, 학생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있는 남영 한양대 교수(과학기술사)는 “군기문화와 같은 일부 관행들은 분명히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하겠지만, 법적인 규제로 문화를 바꾸려는 것은 오히려 하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30대 성인이 술을 먹고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괜찮고, 20대 학생들의 경우는 규제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문제”라며 “얼마만큼 개선되느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학의 음주문화가 예전에 비해 건전해졌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 교수는 “사회가 바뀌는 것에 따라 대학이 변하는 것이지, 대학만 특별하게 다른 문화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학은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을 뿐”이라며 “‘법치’로 학생들을 다스리려고 하기보다는, 그들이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덕치’가 우선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바꾸자” … 발 벗고 나선 교수와 학생들
 
음주사고가 연일 보도되는 시기, 한 주류업체에서 흥미로운 설문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7일 디아지오코리아(대표 조길수)가 대학생 2천400명을 대상으로 캠퍼스 음주문화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70.5%(1천692명)가 “음주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답한 반면, 그 중 40% 이상이 음주습관을 개선할 의지가 없다고 응답한 것이다.
 
▲ 자료제공= 디아지오코리아.
일러스트= 돈기성
문제는 ‘왜?’였다. “문제가 있다”고 응답한 1천692명의 학생 중 35.7%(605명)는 ‘술을 강요하는 분위기’를 꼽았고, ‘개선의지 부족’(33.8%)과 ‘술과 관련된 실수에 관대한 문화’(14.5%)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와 같은 인식이 대학생들에게 자리 잡힌 상황이다 보니, 일부 학생들은 되려 “우리가 바꾸자”고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절주 동아리’나 ‘캠페인’ 등을 통해 대학생들에게 건전음주문화를 알리기 위해 자신의 주변부터 변화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특이한 사례로, 앞선 설문조사를 진행한 디아지오코리아는 주류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캠퍼스 건전음주 캠페인인 ‘쿨 드링커’를 진행하고 있었다. 쿨 드링커는 대학의 음주문화를 대학생들이 선도하도록 한 대외활동 프로그램이다.
 
현재 쿨 드링커로 활동하고 있는 가톨릭대의 곽경식 씨(4년, 쿨 드링커 8기)는 “하루아침에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술 강요하지 않기, 술 거절하기 등 대학 음주문화 내 정착돼야 할 것은 여전히 많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꾸준한 노력으로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학생들과 가장 밀접하게 있는 대학 교수도 책임의식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위덕대에서 절주동아리 지도교수를 맡고 있는 김승대 교수(보건관리학과)는 “대학의 음주문화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이, 앞으로도 완전히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절주라는 뜻이 술을 끊으라는 것이 아닌 줄이라는 뜻인 것처럼, 학생들에게 사고를 일으키지 않을 만큼의 절주를 권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동아리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예전 대학행사에서는 비일비재 했던 ‘신고식’과 같은 과도한 음주문화가 최근에 개선된 것은 사실”이라며 “보건소나 알콜중독센터 등과 협력하는 방법도 있고, 대학 행사에서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들을 지속한다면, 음주문화는 점점 더 건강한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홍근 기자 m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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