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07-06 19:32 (수)
번들거리는 몸통·붉은 눈 노리니 '오싹'
번들거리는 몸통·붉은 눈 노리니 '오싹'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 승인 2017.03.13 1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175. 도롱뇽
▲ 도롱뇽. 사진출처= 나무위키(https://namu.wiki)

도롱뇽에 관한 글을 쓰자니 또 옛날 일이 문득문득 번개처럼 떠오른다. 대학생들을 데리고 봄 채집을 제주도로 여러 번 갔었고, 갔다하면 어김없이 한라산 白鹿潭을 들린다. 옛날에 흰 사슴(白鹿)이 떼지어 놀면서 물을 마셨다거나, 신선들이 白鹿酒를 마셨다는 전설이 서려있는 火口湖 백록담을.

그해는 제법 눈이 많았던 탓에 백록담 바닥이 안 보일만큼 꽤나 물이 찼었다. 물이 쫄쫄 흐르는 물가 돌멩이를 들치다가 깜짝 놀라 갑작스레 넓적돌을 맥없이 놓는다. 머리털이 바짝 서는 것이 놀라 몸을 옹송그릴 정도로 오싹 소름이 끼친다. 번들거리는 몸통에다 길쭉한 꼬리에, 불거진 두 눈알로 빤히 노려보는 놈 때문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도롱뇽(salamander)한테 겁먹고, 눈쌈(눈겨룸)에 졌던 것. 아무튼 올해도 한라산엔 산골 따라 봄이 와 後孫 도롱뇽들이 짝짓기에 바쁘겠지. 온 생물이 겪는 種族保存의 悲願(비장한 염원이나 소원)인 것을. 그런데 우리는 왜?

아참, 또 있다! 봄기운이 돈다 싶으면 파고다공원(탑골공원) 앞에 머리에 흰 수건을 칭칭 두른, 새카맣게 얼굴이 탄 아주머니들이 둥글넓적한 함지를 앞자락에 놓고 줄지어 앉아 있다. “봄볕에 그을리면 보던 임도 못 알아본다”고 갑자기 쐰 봄햇살(자외선)은 살갗을 상하게 하므로…. 어쨌거나 궁금해 가까이 가 기웃거릴라치면 맑은 회색 팔찌 닮은 것을 엄지가락에 끼어 치켜들고 “허리 아픈 데, 정력에 좋다”면서 강권하다시피 한다.

그게 바로 도롱뇽 알주머니(卵囊)다. 그런데 그때 저쪽 아저씨 한 분이 수탉처럼 고개를 재치고 물렁물렁하고 탱글탱글한 그것을 통째로 후루룩 꿀꺽 둘러 마신다. 정력가가 되고 싶었던 게지. 또 그때, 아낙들과 아저씨가 나보다 훨씬 나이가 들었으니 아마도 지금은 저승에 계실 터다. 生者必滅인 것을.

우리나라엔 도롱뇽·개구리·청개구리·두꺼비들과 같은 양서류가 17종 있고, 그중에서 도롱뇽과에 3속 5종이 있으니 도롱뇽(Hynobius leechii)·제주도롱뇽(H. quelpartensis)·고리도롱뇽(H. yangi)과
꼬리치레도롱뇽(Onychodactylus fischeri), 이끼도롱뇽(Karsenia koreana)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겨울엔 춥고 여름이 가물어서 열대우림의 종수와 개체 수에 비해 턱없이 적은 축에 든다.
 
도롱뇽科의 도롱뇽屬(Hynobius)을 대표하는 도롱뇽(H. leechii)은 물뭍동물(兩棲類) 중에서도 꼬리가 있는 有尾類다(개구리는 無尾類). 그리고 이것은 한국 특산종인 탓에 ‘Korean salamander(한국도롱뇽)’로 불리고, 오직 우리나라와 중국북부 일부에만 분포한다.

도롱뇽의 몸길이는 수컷 8~2㎝, 암컷 7~9㎝이고, 꼬리는 몸통보다 짧다. 갈색바탕에 암갈색의 둥근 얼룩무늬(斑紋)가 띄엄띄엄 온몸에 나고, 주둥이는 둥글며, 눈알은 돌출한다. 피부는 산소흡수를 위해 물기가 있고, 부드러우며, 얇다. 야행성으로 이동거리가 짧아 서식범위가 좁은 은둔적인 동물이다.

또 도롱뇽은 짧은 네 다리가 통통하고, 긴 발가락을 가지며, 앞발가락은 4개, 뒷발가락은 5개씩이다. 실은 도롱뇽뿐만 아니라  모든 양서류(amphibian)가 죄다 그렇다. 먹이는 곤충·곤충의 유충·지렁이 등이고, 물고기나 새들이 포식자(천적)다.

봄이 오면 도롱뇽들이 산란하러 웅덩이나 습지 등 물 흐름이 없거나 아주 느린 곳을 찾는다. 암컷이 쏟아 놓은 알은 투명한 寒天質(jelly)로 싸여있고, 그 알주머니에는 40~70여 개의 까만 알이 두 줄로 줄 지어있다. 지름이 2~2.5㎜인 똥그란 알은 3~4주 내에 부화하고, 유생(올챙이) 때는 아가미(gill)로 물속호흡을 하지만 성체가 되면 허파로 폐호흡을 한다.

흔히 도롱뇽과 도마뱀을 혼돈 하는 수가 있다. 도롱뇽은 양서류이고, 도마뱀은 보다 진화한 파충류다. 도롱뇽은 눈이 튀어나왔고, 물에 살아 피부가 촉촉하며, 비늘(scale)이 없지만 도마뱀은 땅에 살며 거친 비늘이 있다. 도롱뇽은 주둥이가 둥글고, 물에 알을 낳지만 도마뱀은 주둥아리가 뾰족하고, 알을 땅바닥에 낳는다. 그리고 도롱뇽은 도마뱀처럼 스스로 꼬리 자르기(自切, caudal autotomy)를 하지 않는다.

여기에 ‘천성산 도롱뇽소송’의 주인인 꼬리치레도롱뇽의 특징(도롱뇽과 다른 점)을 간단히 본다. 또한 꼬리(tail)가 머리와 몸통을 합친 것보다 길어서 ‘꼬리치레’란 이름이 붙었고, 발가락 끝에 발톱(claw)이 있어서 ‘long-tailed clawed salamander’라 부른다. 그리고 이끼도롱뇽은 아시아 대륙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에 사는 ‘허파 없는(lungless salamander)’, 피부호흡을 하는 도롱뇽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없는 도롱뇽에 영원(newt)이란 것이 있다. 덧붙이면 우리나라의 것과 같은 도롱뇽을 ‘salamander’라 하고, 북아메리카와 유라시아에 서식하는 영원도롱뇽을 ‘newt’라 한다. 북미의 영원도롱뇽은 특이하게도 복어 등이 갖는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독을 가져서 천적을 막아 낸다고 한다.

오늘날 오존층파괴(ozone depletion)로 자외선이 술술 새는 바람에 다른 동물들에 비해 피부가 되게 약한 양서류가 자외선 피해를 제일 많이 받아서 팍팍 줄고 있다한다. 하나뿐인 ‘어머니 지구(Mother Earth)’가 몹시 걱정이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