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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부터 배우려는 사람들은 스스로 결론을 이끌어내야 한다"
"과거로부터 배우려는 사람들은 스스로 결론을 이끌어내야 한다"
  • 서장원 독문학자
  • 승인 2017.02.27 14:33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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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풍경, 망명 지식인을 찾아서(독일편)_ 13. 망명 전문 학자와 독일 작가에게 듣다
▲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에서 만난 아프가니스탄 전쟁반대 데모대가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마인츠 지식인들과의 대담을 마치고 베를린으로 향한다. 2017년 2월 6일 낮 12시 43분 마인츠역을 출발하는 독일 고속열차 ICE를 탄다. 베를린으로 직행하는 것이 아니라 드레스덴 행이다. 에어푸르트에서 10분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환승하면 17시 58분 베를린역에 도착한다. 5시간이 좀 넘는 거리다. 5시간이 좀 넘는다고는 했지만 정확히 12시 43분에 출발해 17시 58분 정각에 베를린 지하역에 도착했다. 꼭 5시간 15분이다. 독일인들의 ‘정확’은 놀라움이 아니라, 일상생활이다.

고속열차로 5시간 이상이 소요되면, 거리는 얼마나 될까. 몇 년 전 북경에서 아시아 독문학자대회가 열렸을 때 공자묘소를 참배하려고 중국 고속열차를 탔는데 거의 시속 300km 가까이 달리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 KTX도 500km가 좀 안 되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구간을 약 2시간 40대에 돌파한다. 지도상으로 볼 때 마인츠에서 베를린은 약 600km 정도 떨어져 있다. 그런 거리를 5시간 남짓 달린다는 것은, 속도와 안정에 대한 독일인의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리라.

얼마 전까지 동독 땅이었던 구역을―벌써 이십 몇 년이나 흘렀던가!―서독의 열차가 달린다. 서독열차가 아니라 이제는 통일열차다. 국토는 하나고 민족은 하나다. 1989~90년 “우리는 한 민족이다(Wir sind ein Volk.)” 라는 독일인들의 외침이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그들의 외침이 지금의 통일 독일을 만들어냈다. 통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한다! 풍경이나 집들, 독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주말농장이 구서독이나 구동독이 똑같은 모습이다. 민족과 풍습은 그대로 인데, 한 역사 한 민족인데 왜 인간들은 그렇게 우둔한 짓들을 했을까.

베를린에 도착하니 싸늘한 바람과 냉기가 옷 속을 파고든다. 대도시의 길거리와 건물들이 스산하다. 목도리를 다시 한 번 여미고 모자를 눌러썼다. 햇빛은 없고 우중충하며 전철에는 외국인으로 득실거린다. 여행 온 사람들이 아니라 여기에 머물러 사는 외국인들이다. 여기서는 독일 국적을 취득했다고 해서 독일인이 아니라, 어디 출신 독일인이라는 수식어를 꼭 붙인다. 독일인들의 인식이 그렇다. 한 번 외국인은 영원한 외지인이다. 그런 나라다. 그래서 유대인 문제도 발생했다.

베를린에서 다시만난 작가 잉고 슐체

▲ 잉고 슐체 작가와 대담을 마치고.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밖을 바라보니 아프가니스탄 전쟁반대 데모대가 거리를 행진하고 있었다. 대부분 외국인들이다. 곧 뛰어나가 사진도 찍고, 따라가 보기도 했다. 세계 곳곳이 조용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곳 독일은, 독일만의 문제로 골치를 썩이는 곳이 아니라 세계 문제의 집합지였다. 독일은 현재의 문제뿐만 아니라 20세기의 대표적인 세계문제를 끌어안고 있는 과거사 문제의 진원지다. 이곳 베를린이 바로 그 중심지다. 이렇게 베를린에 도착했다. 이제 독일 통일 문제와 통일 후에 나타난 인간과 사회의 문제를 여러 소설을 통해 다룬 독일 작가 잉고 슐체(Ingo Schulze)를 만날 차례다.

작가 잉고 슐체에 대한 소개는 필자의 기고문 「舊동독 출신 소설가 … “우리는 우리 삶에 관한 소설이 필요하다”. 2013 만해대상 수상작가 잉고 슐체의 문학세계」 (<교수신문> 696호, 2013년 8월 19일)와 「진실을 외치는 한 사람의 용기」 (<고대신문>, 2014년 6월 8일)로 대신하기로 한다. 그 이외에도 “참된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 자기기만과 허위 정치로 가득한 오늘날 우리의 벌거벗은 현실”을 다룬 『우리의 아름다운 새 옷』을 직접 한 번 읽어 보시길 권한다. 2013년 2월 8일 베를린 샬로텐부르크에서 점심식사를 겸해, 2월 11일 작가 댁에 저녁식사 초대를 받아 잉고 슐체 작가와 두 번 대담했다.
 
우선 “이 시대의 급박한 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말문을 열었다. 2013년 만해대상 수상차 내한했을 당시 뜨거운 여름밤 백담사 절간 한 방에서 같이 자고, 동해안에서 소주와 회를 먹고, 주한 독일문화원에서 낭송회를 하고, 기자 간담회도 한지 몇 년 만에 재회한 자리였다. 만나기 전 이러저러한 대담주제를 생각해 보기도 했으나, 다 집어 치우고 당면한 과제를 꺼내들었다. 대화주제나 학문을 논할 때는 미리 짜놓은 각본이나 고리타분한 학설을 열거할 것이 아니라, 현재 당면한 과제가 항상 문제의 핵심이라는 학문적 확신 때문이었다.

독일 지식인들과의 대화는 이제 모두 끝이 났다. 공항 저 밖에는 나를 싣고 갈
비행기가 기다린다. 나는 곧 떠난다. 망명을 떠났던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귀환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상태였을까? 그들의 마음과 그들이 겪어야 했던 슬픈
역사를 나는 곧 또다시 추적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결과는
무엇인가? 진지하게 또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우선은 거기까지다.

“결정적인 것은 정의입니다.”
대답 자체도 직선적이고 결연했다. 이것은 “국가뿐만 아니라 국제적 차원의 사회적 안전과 법적 안전을 의미한다”는 부연설명을 붙였다.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이유가 사회적·법적으로 ‘안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빈부격차화도 지적했다. 이 문제 역시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오늘날 우리의 과학-기술적 발전을 토대로 모든 사람들이 인간다운 생계유지를 하고 있다”는 것은 기정사실화 됐으나 결과적으로 ‘지구온난화’와 ‘우리 세계의 디지털화 같은 진행’들을 부추겼고, 이로 인해 ‘양극화’가 가속화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개인들은 “자신의 위치를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떻게 규정하고,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왜냐하면 “그 전보다는 오늘날의 우리가 개인으로서 사회에 더 많이 위탁하고 사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사회에 위탁하고 사는 개인, 사회에 위탁하고 살아야 하는 개인, 잉고 슐체는 이것을 너무나 급박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조금 뚱딴지같이 들렸지만, 그는 “일주일 내내 개 같은 소리하지 말고 물건을 사러 시장을 다녀 보십시오!”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것은 현대인들이 최첨단의 기술 제품이나 화려한 상품들에만 감탄하고 만족해하며 즐긴다는 말이었다. 그는 말을 더 이었다. “의류에서, 신발에서 인간의 품위를 해치는 착취형태에 대한 공범자가 되지 않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 내가 막 좌판을 두드리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에도 해당됩니다. 왜냐하면 이것들의 특정한 원료는, 예를 들면 콩고의 한 군벌 소유 광산에서 채취된 것입니다.” 그는 “나사로 조이는 우리의 기술을 생각해 보십시오.”라고 말을 맺었다. 말을 맺은 것이 아니라 상상을, 현실을, 점검을, 문제점 논의를 제안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노골적인 不正義에 분노”

나는 화제를 돌렸다. ‘난민위기에 대한 정치적 반응’에 관해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것은 커다란 주제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른바 ‘난민위기’라는 것은, 정말로 세계적인 문제의 표현이다. 유럽에서 ‘난민위기’ 문제에는, ‘왜 이러한 인간들 모두를 이제 와서 지금에서야 문제 삼느냐?’라는 게 핵심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잉고 슐체는 몇 년 전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 갔던 경험을 들려줬다. 공항에서 몇 킬로미터나 흑인들의 가장 가난한 부락을 통과해 달렸는데, 아름다운 지역에 철조망을 설치한 장벽이 있었고, 바로 그곳에는 거대한 초소들이 있더라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외지인으로서 언제 어디에서 얼마동안 멈춰서야 되는지를 금방 깨우치게 되더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 정도는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더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수십 년 넘게, 수백 년을 인구의 큰 부분을 아주 가장 나쁜 방법으로 착취하고 권리를 박탈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말하게 됩니다. 지금부터 우리 모두는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너희들로부터 취득한 것은 계속해서 나의 것이다.” 잉고 슐체는 이런 현실에너무 분통이 터진다고 열을 올렸다. 슐체가 보기에 정말로 부당함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내가 그곳 남아프리카에서 봤다고 말한 것은, 노골적인 방법으로 볼 때 전 세계에서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을 아주 작게 묘사했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남아프리카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문제다. 그렇기에 그는 남아프리카에서 혹은 브라질에서 베를린으로 귀국한 후 “베를린의 거리들과 집들을 전처럼 즐기지 못했다”고 털어 놓았던 것이리라.

“별생각 할 필요도 없이 밤에 베를린을 활보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 갑자기 사치라는 의식이 들었죠. 당연히 그것은 심리적 갈등이었어요. 왜냐하면 우리의 철조망과 우리의 새로운 장벽은 강하게 증가 일로에 있거든요. 우리는 식민주의와 신식민주의, 전쟁을 빼놓고 우리의 전 세계적인 문제를 말할 수 없습니다. 서양인들이 살상한 시체를 자기들이 용의주도하게 먼 나라들로 치워버리고, 파괴자들에 대해서는 별로 문제도 삼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서양의 일상생활만을 즐긴다면 우리는 전 세계적인 문제를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잉고 슐체 작가는 포도주를 한 잔 마시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야기는 한층 더 무거워졌다. “수십년 동안 사회적 양극화가 매년 증가하는데도 어느 누가 공동체의 복지와는 역행되게 일하고, 정치 지도권 인사들이 기회가 되기만 하면 금전적 가치나 말하고 결국 마지막에는 성장, 사유화, 효율성을 주장한다면, 그 스스로 이미 오프사이드(off-side)에 위치하게 됩니다. 그건 반칙이죠. 그러한 일로 발생하게 되는 국가부채위기, 그리스위기, TTIP (범대서양 무역 투자 동반자 협정), CETA(포괄적경제무역협정) 등의 재정위기 반작용들은 마지막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잉고 슐체 작가와는 베를린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기회가 되는 대로 독자에게 전달하겠다.)

슈피스 마인츠대 평생교수와의 대담

마인츠로 다시 돌아와 2017년 2월 14일 구텐베르크-마인츠대 정년퇴직 교수이신 베른하르트 슈피스(Bernhard Spies) 교수를 만났다. 슈피스 교수는 마인츠대 평생교수직에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의 한 분이다. 망명연구와 희극연구의 대가다. 이번 마인츠 방문에서 독일 교수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작년 독문과 신입생이 400명이라고 한다. 매년 비슷하다고 한다. 내가 학교 다닐 때 마인츠대 독문과를 학사 졸업하는데 15학기 정도 걸렸으니 대략 학생 수를 짐작할 만하다. ‘청소년문학’등 독문학이 변두리로 빠진 독일대학들도 있지만 구텐베르크-마인츠대 독문과는 전통 독어독문학을 강의 교수하고 있다. 우리가 학교 다니던 시절과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했더니, 한국, 일본, 중국 등 외국 독문학은 ‘관광학’으로 변했다는 소리를 들었다는 대답이 왔다. 한국 사람들도 몇 분이 마인츠대에서 독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한국 대학교에서 변변히 교수가 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 슈피스 마인츠대 평생교수와 대담 중에.

슈피스 교수와 만나던 날, 나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독일 나치체제하의 망명 지식인에 대한 논의는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 지난 몇 년 동안의 연구결과인 『망명과 귀환이주』를 선물한 다음, 현재 한국의 <교수신문>에 ‘독일 망명 지식인’ 관련 연재를 하고 있다고 말씀드린 후였다. 마인츠에서 독일 지식인들과 대담을 했고, 베를린에서 잉고 슐체 작가와 대담했다는 사실을 알린 후였다. 사실 잉고 슐체 작가를 만해대상으로 추천한 것도 슈피스 교수의 평가가 계기가 됐다.

“망명 지식인에 대한 논의는 이 논의를 통해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사람들은 망명 지식인에 대한 지식을 확인하고, 이 지식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역사적인 자료를 획득합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토대 위에 이 세기에 대한 일반적인 그림을 그려내려고 시도합니다. 즉 20세기의 2/3에 해당하는 시기를 말입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지식인들의 위상에 대한 지식을 획득할 수 있을 겁니다. 망명기간이 끝나서도 가치를 지니는 지식인들에 대한 것들을 말입니다. 망명 지식인에 대한 논의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는 연구자가 이 세기에 대해 어떠한 질문을 던지는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해요. 역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질문이 무엇보다도 그 무엇과 마주치는지 아닌지에 대한 것에 달려있습니다.” 슈피스 교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며칠 전 베를린 훔볼트대 계단에 금색으로 새겨진 칼 마르크스 문장이 떠올랐다. “철학자들은 세상을 단지 다양하게 해석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Die Philosophen haben die Welt nur verschieden interpretiert, es kommt aber darauf an, sie zu ver?ndern.)”

두 번째 질문을 했다. “망명 작가, 망명 학자,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 독일인, 유대인 등 수많은 망명객들을 어떻게 구분해 설명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었다. “이 문제는 어떻게 망명객들이 구별되는지에 따라 방향이 설정돼야 합니다. 구별은 물질적인 삶의 전제조건에 있습니다. 즉 다년간에 걸친 해외체류에서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정기적인 수입도 없이 자신의 재산으로 재정을 충당할 수 있었어요. 백분율로 볼 때 작가들은 재정능력이 훨씬 빈약하죠. 대부분의 망명객들에게 결정적인 것은 누가, 어떠한 시각에, 어떤 도움을 받느냐하는 것입니다. 누가 망명지에서 다시 본래의 직업을 가지는지, 그리고 혹시라도 한두 명의 자연과학자들처럼 출세를 하던지 혹은 다른 방법으로 직업생활로 기반을 다지든지 하는 등등이 결정적인 사실입니다.” 망명연구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망명객의 생존에 관한 문제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는 말이었다.

슈피스는 교수는 계속 말을 이었다. “외국으로의 도주가 단지 육체와 목숨에 대한 위협이 원인인지 (도주나 추방이 망명이 되는 경우) 혹은 나치에 대한 정치적인인 적대적 태도가 도주의 원인이 됐는지를 구별의 잣대로 삼아야 합니다. 망명 중의 생활환경도 관찰해야 하고요. 사정에 따라 정치적인 견해가 극단적으로 바뀌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끊임없이 정치적 신념이나 충성을 고수하는 망명객들 있기 때문이죠.”

"지식인들은 행위 결과에 오성을 더 집중해야"

나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망명객에 대한 논의가 과연 오늘을 사는 세대 (혹은 현재)에게 어떠한 유용성이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 일반적인 답은 없습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죠. 첫째로 망명객에 대한 논의로 공동의 유용성을 선물 할 수 있을 것 같은 스스로 획일적인 ‘오늘을 사는 세대’ 혹은 ‘현재’는 없습니다. 둘째로 지나간 시기로부터 무엇인가 배우려는 사람들 모두는 스스로 결론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과거는 후세대에게 과거 그 자체가 의미하듯이 그 스스로 심중을 털어놓지 않습니다.”

▲ 베를린국회의사당 앞에서 필자.

이제 질문을 마무리할 차례가 됐다. “교수님 생각에 오늘날의 지식인들은 어떤 당면한 주제들을 다뤄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지식인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다른 문제나 수수께끼를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그와 더불어 지식인들 역시 현대에서 그의 지식을 곧추 세울 수 있는 주제들은 충분히 있습니다. 지식인들은 그들의 오성을 대상의 선택보다는 행위의 결과에 더 많이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때 모자라는 것이 지식일 뿐입니다. 도덕적 확신이나 정신적 지도는 차고 넘칩니다.” 나의 두 질문에 돌아온 슈피스 교수의 대답은 매우 원론적이었지만, 확고했다.

독일 지식인들과의 대화는 이제 모두 끝이 났다. 공항 저 밖에는 나를 싣고 갈 비행기가 기다린다. 나는 곧 떠난다. 망명을 떠났던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귀환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상태였을까? 그들의 마음과 그들이 겪어야 했던 슬픈 역사를 나는 곧 또다시 추적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결과는 무엇인가? 진지하게 또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우선은 거기까지다.
- 베를린, 마인츠,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서장원 독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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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5 2017-03-18 10:42:06
너히어마이기없어니까내가해야하니
하지마누가하라했나

2345 2017-03-18 10:41:55
너히어마이기없어니까내가해야하니
하지마누가하라했나

2345 2017-03-15 09:11:55
박창희데리고나서 일시킬려하는데 시키면궁시렁그래 ㅋ머퓨터티비볼떼는기다리지않아
나는일적으면안시켜
으이구 하기싫은것왜시키냐구 좀편하게사라구하는것인지 그놈의자식떼문에

2345 2017-03-15 09:11:45
박창희데리고나서 일시킬려하는데 시키면궁시렁그래 ㅋ머퓨터티비볼떼는기다리지않아
나는일적으면안시켜
으이구 하기싫은것왜시키냐구 좀편하게사라구하는것인지 그놈의자식떼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