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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6호 새로나온 책
866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7.02.1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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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배운 것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넘어, 배우기 이전으로 되돌아가라!’ 이 책은 웃음, 번역, 용서, 극화(dramatization)라는 네 개의 테마를 통해 한나 아렌트의 사유 방법과 과정을 다룬다. 유대인 학살을 지휘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이 이스라엘에서 전범 재판을 받게 됐을 때, 아렌트는 <뉴요커>지의 취재 의뢰를 받고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과정을 취재한다. 취재를 가기 전 아렌트 역시 다른 사람들과 다름없이 유대민족 말살 정책에 앞섰던 아이히만을 악마나 괴물로 생각했다. 그러나 나치 전범 아이히만을 마주한 아렌트는 혼란에 빠진다. 아이히만은 지극히 평범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아이히만을 악마로 간주했을 때, 아렌트는 이와 대조적으로 아이히만에게서 ‘악의 평범성’을 발견한다.아렌트가 기존의 사고와 관념에서 어떻게 자유로워졌을까? 자신에게 일어난 시대적 혼란을 어떻게 허용했을까? 익숙했던 사고방식에서 새롭게 탈학습하는 그녀의 사유방식은, 생각하기를 포기했던 아이히만과는 정반대에 있었다. 
『탈학습, 한나 아렌트의 사유방식』, 마리 루이제 크노트 지음,배기정·김송인 옮김,산지니. 2016.12 

■ 인포메이션: 인간과 우주에 담긴 정보의 빅히스토리, 제임스 글릭 지음, 박래선·김태훈 옮김, 동아시아, 656쪽, 25,000원

이 책은 인류의 소통과 정보 교환, 정보의 역사와 이론에 관해 자세하고도 치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정보’를 ‘역사, 이론, 홍수’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바라본다. 아프리카의 북소리에서 시작해 정보의 역사를 찾아 상형문자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자의 발명은 기록뿐만 아니라 범주화, 일반화, 논리 같은 사고체계 자체를 만들어냈다. 문자화된 언어는 진화했고 사전이 탄생했다. 사전의 발명으로 추상적 개념들이 분화돼 구체화되고, 지식이 체계화 됐다. 인쇄술의 발명은 책을 만드는 속도를 향상시켰고, 정보의 광범위한 유통은 르네상스, 종교개혁, 과학혁명을 견인해 서구사회를 근본부터 변화시켰다. 전신의 발명 또한 정보의 전달속도를 극적으로 바꿔놓았다. 저자는 정보의 전달 매체보다 정보를 기호화하는 방법에 주목한다. 결국 모든 정보를 0과 1의 1차원 배열로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이 정보의 역사에서 분기점이 된다.

 

■ 자아의 초월성, 장 폴 사르트르지음, 현대유럽사상연구회 옮김, 민음사, 184쪽, 14,000원

사르트르의 첫 번째 철학서. 근대 철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도정에서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확실한 토대를 사유 주체인 ‘나’에서 찾았다. ‘나는 생각한다(Cogito)’에서 출발한 데카르트 이래 철학의 화두였던 ‘나’는 세계 전체를 자기 자신으로 환원하고, 타자를 알 수 없는 것으로 기각할 위험을 늘 수반했다. 이 책은 이러한 주관적 관념론 또는 유아론을 비판하며 윤리적·정치적 실천을 위한 새로운 토대를 찾으려는 사르트르의 지향이 초기부터 일관적으로 견지됐음을 보여 준다.?독자는 사르트르의 문학, 정치 실천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이 이 책에 가장 정교하고 투명한 언어로 압축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자아는 의식 속에 사는 ‘거주자’와 같은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대상이다. 자아는 의식의 모든 활동을 통일하는 초월적 대상이다. 우리의 모든 상태, 행위의 배후에 존재하는 자아란 허구이며, 자아는 오로지 반성을 통해서만 출현한다는 것이다.

■ 철학적 이성의 조건, 피에르 테브나즈 지음,이철우 옮김,그린비, 204쪽, 20,000원

피에르 테브나즈(1913~1951)는 스위스 출신의 요절한 프랑스 철학자다. 그는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후설의 세 가지 환원, 곧 형상적 환원, 현상학적 환원, 선험적 환원에 이어 네 번째로 이성의 환원을 추가함으로써 후설의 현상학을 독창적으로 발전시켜 천재 철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은 ‘이성의 환원’이라는 신앙체험 이후 신앙과 철학적 이성이라는 두 가지 테제를 변증법적 고찰을 통해 어떻게 독창적 철학 체계로 구축해 나가는지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는 신앙체험에 근거해 철학적 이성의 인간적 조건을 조명하고, 제2부는 철학적 이성의 기독교적 조건을 규명하고 있다. 저자의 절대자 없는 철학은 인간 조건의 해석학으로 귀결된다. 이성이 인간이며, 인간 전체일 때, 이제 피안의 형이상학은 차안의 형이상학으로 내려오고, 신적이고 절대적인 철학은 인간으로서의 인간의 철학이 된다.

 

■ 첫 번째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 과학적 사고의 탄생, 카를로 로벨리 지음, 이희정 옮김, 푸른지식, 260쪽, 15,000원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 아낙시만드로스를 역사상 최초의 과학자로 명명하고 과학적 사고의 근원과 본질이 무엇인지 고찰해낸 책이다. 세계적인 물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 카를로 로벨리는 탄탄한 논리와 쉽고 명료한 언어로 독자들을 과학의 출발점으로 안내한다. 지구를 우주에 떠 있는 천체로 상상한 혁명적인 우주론과 물의 순환과 대기 현상 관계, 만물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로 구성됐다는 물질관 등 아낙시만드로스의 주장을 하나하나 면밀하게 살핀다. 이를 통해 그의 발견이 과학의 역사에서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 그가 왜 인류 최초의 과학자인지 증명한다.?저자는 과학적 사고는 세계를 비판하고, 전복하며, 끊임없이 재발견하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아낙시만드로스의 과학혁명과 더불어 과학적 사고의 본질을 꿰뚫는 저자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 한국고대사와 사이비역사학, 젊은역사학자모임 지음, 역사비평사, 312쪽, 15,000원

사이비역사학이란, 한마디로 “역사인 척 흉내를 내지만 ‘역사’도 ‘학문’도 아닌 가짜”라는 뜻이다. 학문으로서의 함량미달도 문제려니와, 더 나쁜 것은 이들이 의도적으로 사료를 왜곡하고 조작해 대중을 선동하고, 정치권과 영합해 학문을 억누르고 있다는 점이다.?이들 ‘사이비역사학자’들은 ‘더 크고 힘센’ 고대국가에 대한 대중의 욕망을 자극하고 부추기면서 학계의 연구를 ‘식민사학’으로 매도해왔다. 이 책은 『환단고기』를 비롯한 조작된 역사책들의 맹점, 이덕일 등이 사료를 왜곡하고 조작하는 방법, ‘고토회복’의 욕망에 들떠 범하고 말았던 어처구니없는 실수들까지, ‘사이비역사학’의 민낯을 철저히 드러낸다. 그와 동시에, 식민사관은 물론 근대적인 역사학의 한계에 대해서도 철저히 반성하고 성찰하며 사실과 진실을 향해 나아가려 하는 젊은 연구자들의 고민을 담았다. <역사비평>에 발표된 글들을 묶었다.

 

■ 훔볼트 평전: 하늘과 땅의 모든 것, 도널드 매크로리 지음, 정병훈 옮김, 알마, 420쪽, 23,000원

훔볼트는 하늘과 땅 그 사이 모든 창조물을 측정하고 기록했다. 19세기 미국의 주요 탐사는 훔볼트의 영향을 받았고, 영국의 박물학자 다윈은 그가 없었다면 비글호를 타지 않았을 것이며 『종의 기원』도 쓸 수 없었을 거라고 말했다. 그는 ‘자연의 개척자’이자 ‘솔직하고 유쾌한 과학자’였다. 국내에도 훔볼트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 몇 권 있었지만, 이 책은 ‘훔볼트 평전’이란 제목으로 처음 발간되는 책이다. 저자 도널드 매크로리는 아일랜드 출신 작가이며 여러 권의 시집과 소설집을 펴냈다. 그는 정밀하고 심층적으로 ‘훔볼트’를 연구했고, 그것에 문학적 재능을 더해 ‘살아있는’ 훔볼트를 독자에게 선보인다. 저자는 훔볼트 일대기를 프로이센에서의 어린 시절, 광산기술자로 일하던 때, 어머니의 죽음, 남아메리카 탐사, 시베리아 탐사, 수많은 저작 집필 등 중요한 사건 중심으로 풀어낸다. 또한 그와 교류한 사람들과의 일화, 주고받은 편지 등 인간적인 면모도 다룸으로써, 훔볼트의 삶을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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