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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은 탐욕 절제하는 도덕감정의 양식”
“‘보이지 않는 손’은 탐욕 절제하는 도덕감정의 양식”
  • 조현수 국민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교수·정치학
  • 승인 2016.11.2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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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_ 『이기적인 개인, 공감하는 도덕』 조현수 지음|사람의무늬|268쪽|15,000원

애덤 스미스를 언급할 경우, 재빠르게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kth of Nations)』(1776)의 저자, 그리고 이 책의 상징어라고 볼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그래서 자본주의 경제질서는 이 손에 의해 이뤄지는 자기조절적 기제로서 시장에 그 기반을 두고 있고, 시장가격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조화로운 원리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이다. 그리하여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메타포를 둘러싸고 스미스에게 자유방임주의자, 국가불간섭주의자, 시장지상주의자 그리고 소극적(혹은 최소) 국가론자라는 방점이 찍혀졌다.

『이기적인 개인, 공감하는 도덕』은 이러한 스미스의 이해에 대해 성찰적 비판을 가하고자 한다. 이 책은 『국부론』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국부론』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국부론』보다 17년이나 앞서 발간됐으며, 스미스 사상 전체를 담고 있는 『도덕감정론 (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1759)의 세계, 또는 그 지향하는 목표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의도를 가지고 『이기적인 개인, 공감하는 도덕』은 『도덕감정론』이 『국부론』의 토대 혹은 그 기초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규명한다. 즉 『도덕감정론』에 대한 선행적 이해가 『국부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라는 말이다. 만약에 『도덕감정론』이 『국부론』의 진정한 토대를 형성한다고 할 경우, 국부론에 나타난 내용도 달리 해석해야 할 것이다.

가령, 생산자와 소비자의 소통공간인 ‘시장’에 대한 해석도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그에 있어 시장, 혹은 보이지 않는 손은 인간행위의 적정성을 담지하고 있는 그러한 개념이라 하겠다. 주지하다시피 도덕철학자로서 스미스가 주목한 도덕철학의 문제는 그 당시의 스코틀랜드의 정치적·경제적 상황의 변화에서 비롯되며, 그의 철학 강의는 신학, 윤리학, 법학 그리고 공공정책(정치경제학) 등을 포괄하고 있다. 즉 『도덕감정론』은 윤리학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으며, 그의 법학과 정책에 대한 강의 속에는 가격체계의 작동, 보호무역주의의 결점 그리고 정부제도와 경제제도의 발전 등과 같은 내용들을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다. 요컨대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은 스미스 도덕철학의 구성요소인 것이다.

스미스 도덕철학의 구성요소
18세기 영국과 그 일부인 스코틀랜드는 이미 ‘상업사회’로 진입했고, 이 새로운 사회의 도래를 맞아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자들은 기존의 사회질서의 재편성 및 새로운 사회질서에 대해 골몰히 생각하게 됐다. 18세기 영국은 정치민주화, 경제 및 기술의 발전, 지식의 발달과 보급이라는 문명사회의 긍정적 측면과 빈곤, 전쟁 등의 어둡고 암울한 시대적 그림자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스미스 혹은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자들은 ‘자유와 정의의 질서 속에서 한 사회를 번영시키는 인간본성이란 과연 무엇인가?’ 혹은 ‘문명의 발전과 함께 사회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사회질서와 번영의 일반적 원리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인간과 사회에 관한 도덕철학적 문제에 주목했던 것이다.

▲ 애덤 스미스

이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된다. 1부는 애덤 스미스에 대한 필자의 해석을 담고 있다. 2부는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에서 나타나는 주요한 관념들을 재구성했다. 1부에서 전개되는 핵심적 주장은 『도덕감정론』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스미스의 세계관이 『국부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애덤 스미스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문제는 스미스에 대한 단선적 이해방식이 초래한 결과일 뿐이다. 예컨대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의 1부에서 인간행위의 적정성과 부적정성의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데, 이 행위의 적정성문제는 사실상 『국부론』 논의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하겠다. 동시에 『도덕감정론』이 7부에 걸쳐 많은 도덕철학의 문제들을 논의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논의 역시도 크게 보아 인간행위의 적정성 및 부적정성의 문제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국부론』에서 스미스는 왜 중상주의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던가? 그가 단지 자유무역옹호론자이기 때문에 비판했던 것인가? 그가 중상주의 정책을 비판했던 철학적 토대는 다름 아닌 이 정책이 인간의 도덕감정, 혹은 인간행위의 적정성에 비춰 볼 때, 국가가 그 행위의 적정성을 상실했기 때문이었다.

스미스적 국가는 중상주의 정책에서 나타나는 특수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이 아니라 사회 전 계층의 일반적 이해관계를 대변한다. 그는 이렇게 강변한다. “단지 한 계층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다른 계층의 이익을 다소 침해하는 것은 모든 계층의 국민들에 대해 위정자가 행해야 할 의무인 정의와 대우의 평등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이다”라고. 중상주의 정책에 대한 스미스의 비판과 관련해 핵심적인 사항은 국가가 경제에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경제에 대한 국가의 자의적이고 편파적인 간섭을 강력하게 비판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국가간섭은 그 행위에 있어 적정성을 보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2부에서 『도덕감정론』의 세계를 나름대로 재구성했다.

도덕 규칙과 공정한 관찰자의 눈 강조
스미스는 인간행위의 동기가 단지 자기애나 이기심으로 환원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기심은 분명 인간행위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인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이를 위해 그가 차용한 개념이 곧 ‘공감’과 ‘공정한 관찰자’다. 공감은 인간으로 하여금 타자의 입장에서 특정한 상황을 이해하게 만드는 도덕감정으로서 타인에 대한 배려는 이로부터 형성된다. 또한 타인에 대한 공감은 행위의 적정성 여부에 의존한다. 물론 행위의 적정성 여부는 ‘공정한 관찰자’의 판단에 의존한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이러한 행위패턴에 의존한다. 이러한 점에서 ‘보이지 않는 손’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에 대한 억제 및 절제라는 도덕감정을 담고 있는 사회적 행위의 조정양식인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토대로 볼 때, 애덤 스미스는 단순한 자유방임주의자, 시장지상주의자, 최소국가론자가 아니었다. 물론 그는 경제에 관한 한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주장했다. 하지만 여기서 자유로운 경쟁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이 경쟁은 인간의 도덕감정과 정부의 역할이 제대로 이행될 경우에 작동하는 그러한 종류의 경쟁이다. 스미스는 말하지 않았던가! 정치경제학의 목적이 국민과 국가 모두를 부유하게 만들고자 하는 목적을 지닌 과학이라고 말이다. 국민과 국가 모두가 부유하게 되고자 한다면, 도덕규칙과 공정한 관찰자의 눈이 항상 존재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경쟁은 약자에 대한 강자의 강탈, 약탈을 의미할 뿐이다.
『이기적인 개인 공감하는 도덕』은 이러한 소박한 문제의식 속에서 작성된 소품이다.

조현수 국민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교수·정치학
필자는 독일 마르부르크대에서 마르크스의 『자본』 수용 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맑스와 사귀기』 외 다수의 공저가 있으며,  『정치학: 현대정치의 이론과 실천』, 『현대정치이론』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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