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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입학 취소·관련교수 중징계 … 이화여대 185억 상당 재정지원 ‘삭감’도”
“정씨 입학 취소·관련교수 중징계 … 이화여대 185억 상당 재정지원 ‘삭감’도”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6.11.1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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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이화여대 정유라씨 특혜의혹 감사 결과 발표

아시안게임 금메달 부당 반영 ‘입시특혜’ 인정
출석·시험 미응시·과제물 미제출 ‘학사특혜’도
정씨 특혜 도운 교수·직원 18명 검찰에 넘겨져

박근혜 대통령과 친분을 이용, 청와대 ‘비선실세’로 기업체 등을 통해 사업자금을 편취한 의혹 등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 20세, 체육과학부, 사진)씨의 이화여대 입학이 취소됐다. 

교육부가 입시·학사관리 특혜 의혹이 제기된 정씨에 대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특별감사한 결과, 시험을 치르지 않고 과제물을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B학점 이상 취득한 혐의들이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정씨의 입학을 취소하는 동시에 ‘특혜’에 가담한 교수들을 징계하고, 이화여대에 지원하고 있는 7개의 재정지원사업(총 지원규모 185억2천만원)도 삭감할 예정이다. 

18일 교육부는 이화여대 특별사안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입학 특혜 △학사관리 특혜 △정씨 특혜에 가담한 일부 교수들의 연구비 수주·집행 등 3가지 의혹을 집중 감사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교육부의 이화여대 특별사안감사 결과다.

금메달 들고온 학생 뽑으라’ 입시 특혜= 2015학년도 이화여대 입시에서 정씨는 체육특기자전형 원서접수 마감일(2014년 9월 15일)보다 닷새가 지난 20일에 수상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평가에 반영해 달라며 면접장(2014년 10월 18일)에 들고 갔다. 이화여대 입학처장은 정씨가 금메달을 갖고 올 것을 미리 알고 면접관 5명에게 “수험생 중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있으니 뽑으라”고 지시했다. 이화여대 입학고사 지침에 따라 수험생은 면접고사장 내에 수상실적(금메달)을 갖고 들어올 수 없었지만, 입학처장이 이를 허가했고 평가에도 부당하게 개입한 것이다. 

이에 더해 정씨가 금메달을 면접고사장에 들고 들어갈 수 있도록 먼저 요청한 사실도 드러났다. 면접현장에서 정씨는 테이블 위에 금메달을 올려 놓은 후 면접관들에게 “금메달을 보여드려도 되나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행위는 수험생이 시험 공정성을 저해한 것으로 간주돼 탈락사유에 해당하지만 입학처장의 지시를 받은 면접관은 오히려 정씨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당시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한 면접대상자는 22명이었고, 정씨는 1차 서류전형에서 9위에 올랐었다. 한 면접관은 쉬는 시간에 다른 면접관들에게 정씨보다 선순위에 있던 두 학생을 지목하면서 “두 학생의 종목은 전성기가 지나서 발전가능성에 문제가 있으니 합격시키면 온당치 않다”라고 평가에 압력을 넣기도 했다. 이밖에도 과락대상자의 수험번호를 호명해 위원별 점수를 조정하는 수법까지 동원해 기어코 정씨를 합격시켰다. 정씨는 6위로 합격했지만, 선순위에 있던 두 학생은 최종 탈락했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감사 관련 브리핑에서 정씨의 부정입학으로 인해 피해를 받은 당시 수험생들을 구제할 방법이 현재로선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바쁘신데 학교 오지마세요’ 담당교수가 과제물 대신해주기도= 2015학년도 1학기(1과목)부터 2016학년도 1학기(6과목), 여름학기(1과목) 등 총 8개 과목의 수업에 정씨는 한 차례의 출석 혹은 출석대체 자료가 없음에도 출석을 인정받았다. 시험 미응시, 과제물 미제출 등 평가자료가 없거나 비속어 투성이의 부실한 과제물을 제출했지만 B학점 이상의 높은 성적을 취득했다. 특히 한 담당교수는 정씨와 과제물 관련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극존칭을 쓰고, 과제물을 대리작성(!)할 조교를 추천해 주는 등 이른바 ‘황제수업’을 교습해준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정씨에 대한 이화여대의 황제수업(학사관리 특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씨는 ‘글로벌융합문화체험 및 디자인 연구’라는 강의에서 단지 기성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제출하고도 중간과제물로 인정받았다. 이 강의에서 원하는 과제물은 의상 디자인, 제작과정에 대한 설명을 첨부하고 학생이 직접 만든 ‘시제품’을 교수에게 제출하는 것이었다. 

정씨는 이런 수준의 과제물조차 기말에는 제출하지 않았다. 정씨가 기말과제물을 제출하지 않자 다급해진 담당교수는 감점을 주기는커녕 본인이 직접 액세서리 사진과 일러스트를 첨부해 정씨의 과제물을 대신 제출해주기도 했다. 

오프라인 강의보다 학사관리가 허술하게 운영될 여지가 큰 온라인 강의에서는 누군가가 정씨의 답안지를 대신 작성해준 흔적도 발견됐다. 온라인 강의 ‘K-MOOC 영화스토리텔링의 이해’에서 정씨는 기말시험에 접속하지 않았지만, 이화여대 측은 정씨 명의의 답안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교육부는 대리시험과 더불어 ‘대리수강’한 정황도 적발했다.  

‘코칭론’ 강의 과제물은 대학생이 작성했다고 믿기 어려울만큼 곳곳에 맞춤법 오류가 발견됐고, 심지어 욕설·비속어가 섞여 있었지만 담당교수는 이를 과제물로 인정하고 학점을 부여했다. 과제물 등을 살펴본 교육부 감사관 측은 “정상적인 과제 수행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씨 뒤봐주고 ‘연구비 특혜’ 받은 교수들= 부정입학도 모자라 제자의 과제물과 시험을 대신해서 치러준 담당교수들이 거액의 연구비를 사례비로 받았다는 의혹도 교육부 감사결과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교수들이 정씨의 뒤를 봐준 대가로 연구비 특혜를 받은 것이다. 

교육부가 정씨에게 입시·학사 특혜를 제공한 데 대한 대가로 연구비를 부당하게 수주한 의혹을 조사한 결과, 정씨 학과(체육과학부)의 상위 단과대학(건강대학)의 김아무개 당시 학장(스포츠클럽센터 겸직)은 6개 과제, 이아무개 교수는 3개 과제 등 총 9건의 과제를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교육부 소관 3개 과제에서 △미검수 잔금 지급 △부당 하도급 허용에 따른 손실 발생 △회의비 부당 사용 △외유성 국외출장 등 연구비를 부당집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나머지 6개 과제는 해당 부처에서 자체점검 중이다. 

특히 김 학장은 정씨의 입시과정에서부터 압력을 행사했고, 스포츠클럽센터의 홈페이지 제작 용역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잔금 2천700만원을 지급했다. 서버관리와 관련해서도 직접계약이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하도급을 주어 해당 업체에 2천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안겨주는 등 각종 전횡이 적발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특별감사에 따라 관련법령 및 학칙에 의거, 정씨의 입학을 취소하도록 이화여대에 요구하고, 당시 입학처장 등 입학전형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특혜를 준 관련자들과 부당하게 출석처리하고 학점을 준 담당과목 교수들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포함, 엄정 조치할 것을 이화여대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와 별도로 교육부는 정씨의 체육특기자 입시·학사관리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한 혐의가 인정되는 교수·직원 18명에 대해 업무방해죄로 고발하는 한편 추가 확인이 필요한 최순실 모녀와 최경희 전 총장 등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최경희 전 총장은 최근 교육부 특별감사를 통해 “정씨에게 특혜를 주라는 부당한 지시를 보직교수와 담당과목 교수들에게 한 적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그러나 “대학총장이 입시·학사관리에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최 총장의 진술만으로 ‘(최 총장의) 혐의점이 없다’고 확정할 수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화여대,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7개 185억원 규모 삭감 불가피

교육부는 정씨와 관련, 이화여대의 입시부정이 사실로 드러난만큼 그간 대학에 지원해 온 각종 재정지원사업의 사업비 삭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여대는 18일 현재 △BK플러스 △CK(대학특성화) △고교교육정상화기여대학 △프라임(소형) △코어 △여성공학인재양성사업 △에이스사업 등 총 7개 대학교육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돼 교육부로부터 연간 약 185억2천만원을 지원받고 있다. 

사업비 감액 기준은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 매뉴얼(사업관리 기준)에 따른다. 지원대학의 부정·비리가 적발될 경우 부정 정도에 따라 ‘대학’ 지원사업은 5~30%, ‘사업단’ 지원사업은 2~10% 삭감할 수 있다. 이화여대의 재정지원사업 7개 중 사업단 지원사업은 BK21플러스와 CK(대학특성화)사업 2개이고, 나머지는 5개 사업은 대학에서 지원받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감사처분 결과가 확정되는대로 구체적인 삭감액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번 감사가 정씨의 체육특기자 입시와 학사관리에 대한 서면조사를 통해 이화여대의 부실한 학사관리 실태가 확인돼 ‘특별사안감사’로 전환했고, 그간 언론과 국회 등에서 제기한 정씨의 체육특기자 입시 관련 특혜 의혹과 출석·학점 부여 등 학사 관련 각종 특혜의혹을 감사했다고 밝혔다. 당초 12명의 감사관들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감사를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4일 더 연장하고 감사관 3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교육부는 16일간 총 15명의 감사관을 투입해 이화여대 관계자 118명을 대면조사했다. 

최성욱 기자 cheetah@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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