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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5호 새로나온 책
855호 새로나온 책
  • 교수신문
  • 승인 2016.11.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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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를 이용하는 호흡은 에너지 대사효율이 40퍼센트나 된다. 그래서 먹이사슬이 여섯 단계를 지나야 에너지 한계치 1퍼센트에 도달한다. 육식 먹이사슬이 이득이 되고 따라서 포식자가 등장한다. 현대 생태계에서는 포식자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는 산소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캄브리아기 동물들이 지구 최초의 진짜 포식자였다는 사실은 그저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일단 포식이라는 행동이 일어나게 되면 잡아먹는 쪽이나 잡아먹히는 쪽이나 몸이 더 커지게 된다. 포식자는 더 큰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이고, 먹이는 잡아먹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몸 크기가 커지려면 그 몸을 구조적으로 지탱할 것이 필요하다. 식물과 동물의 몸을 지탱하는 물질들을 합성하려면 산소가 필요하다.
-닉 레인 진화생화학자, 『산소: 세상을 만든 분자』 (양은주 옮김, 뿌리와이파리, 2016.10) 중에서

 

경제 무식자, 불온한 경제학을 만나다, 김성구 지음, 나름북스, 272쪽, 15,000원
세계적으로 재조명을 받고 있지만, 국내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은 여전히 시민권을 얻지 못했다. 1990년대 초 구소련을 비롯해 현실 사회주의가 붕괴하며 마르크스 경제학은 제대로 된 논의도 거치지 못한 채 과거의 유물로 사장됐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잠깐의 부흥기를 맞기도 했지만, 대중적 관심을 받진 못했다. 이는 강력한 반공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우편향’의 사회 분위기 탓도 있겠지만, 마르크스 경제학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고 난해하다는 이유도 있었다. 21세기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경제 무식자들은 이 책에서 경제에 관한 절박한 질문을 쏟아낸다. 책에선 ‘왜 경제 위기가 반복되는지’, ‘집은 언제 사야 하는지’, ‘윤리적인 재테크란 무엇인지’, ‘사회적 경제는 진보적 대안인지’, ‘노동자와 자본가의 기준은 무엇인지’ 등등 현실 자본주의 경제의 구체적 문제들이 주요 화두가 된다.  

 

사회의 사회학: 한국적 사회학 이론을 위한 해석학적 오디세이, 김덕영 지음, 도서출판 길, 556쪽, 33,000원
2014년 10월 27일부터 이틀간 서울 정독도서관에서 진행한 12시간 연속특강 ‘사회의 사회학’을 책으로 옮겼다. 저자는 서구 이론과 그 발전 과정에 대한 성찰을 통해 한국적 사회학 이론을 모색한다. 저자 자신이 이론사회학 공부에 천착한다는 이유로 당해야 했던 폄하, 즉 ‘지식수입상’, ‘식민주의자’라는 낙인과도 연결된다. 서구 이론은 던져버리고 한국 사회에 꼭 맞는, 종속성을 벗어난 토착적인 이론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한국적 이론이란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김경만 교수의 비판에 동의하면서도 글로벌 지식장에 직접 들어가 서구 학자들과 함께 논쟁해야 한다는 그 해법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구 대 한국/아시아라는 이분법적 사고, 세계를 我와 彼我로 구분하는 데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서구의 이론이 따로 있지 않고 한국의 이론이 따로 있지 않다. 서구의 이론은 한국의 이론과 대치되지 않는데, 양자 모두 근대적 인식과 사유의 체계에 속하기 때문이다.       

 

슬픈 불멸주의자: 인류 문명을 움직여온 죽음의 사회심리학, 셸던 솔로몬 외 지음, 이은경 옮김, 흐름풀판, 376쪽, 16,000원
투키디데스로부터 소크라테스, 헤겔, 니체, 마르틴 부버에 이르기까지, 역사상 수많은 철학자, 문학가들은 죽음에 대한 인식이 인간의 핵심적인 고뇌임을 이해했다. 그러나 정작 인간의 정신을 탐구하는 심리학의 영역에서 ‘죽음’의 문제는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없는 주제로 여겨졌다. 정신분석학자들과 실존주의 심리학자들의 죽음과 의미에 대한 통찰은 객관적 과학의 지위를 인정받고자 분투하던 주류 심리학계의 외면을 받았다. 저자들은 실험집단에게는 그들이 언젠가 죽을 운명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통제집단에게는 별다른 언질을 주지 않는 실험을 설계해 500건이 넘는 실험과 연구를 통해 ‘죽음의 공포’가 소비, 투표, 재판, 자선활동, 애국심 등 인간의 판단과 활동을 좌우하는 근본적인 동기임을 입증했다. 저자들은 ‘죽음의 공포’가 주는 부정적 영향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과 사회를 설계할 수 있는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이기적인 개인, 공감하는 도덕: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의 한 읽기, 조현수 지음, 사람의 무늬, 268쪽, 15,000원
스미스는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의 주창자로만 전유되기 이전에, ‘공감과 소통’의 문제를 필생의 화두로 삼았던 도덕철학자로 봐야 한다. 『도덕감정론』은 인간행위의 도덕적 적정성 문제에 천착한, 애덤 스미스 사유의 정수가 담긴 노작이다. 이 책은 그간 애덤 스미스에게 덧씌워졌던 오해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의 시도이자, 인간본성에 토대를 둔 ‘도덕적 감수성’의 회복에 관한 호소의 메시지다.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돼 있다. 『도덕감정론』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돕는 1부에는 애덤 스미스를 읽은 필자의 입장과 그로부터 찾아낸 현실적인 유의미성이 함께 담겨 있다. 『도덕감정론』 강독의 형식을 취한 2부는 텍스트 내부로 진입해 원서를 목차 순으로 차근차근 따라 읽는 데 주안을 뒀으며, 저자가 이해하면서 중요하다고 판단한 주제들을 엮어 재구성했다.

 

중국경제사: 고대에서 현대까지, 오카모토 다카시 엮음, 강진아 옮김, 경북대출판부, 508쪽, 29,000원
이 책은 일본 중국학계에서 전후 70여 년 만에 처음 선보인 중국경제사 통사다. 46인의 연구자가 대거 참여해 실증주의 학풍을 잃지 않고 시대별 중요 사항을 빠짐없이 챙겨 넣으면서도, 동시대적 맥락을 잃지 않고 서술하고자 했다. 모두 5장의 시대 개관(본관)에 59개에 달하는 테마를 편성했다. 본문의 기술에 있어서는 통사를 서술할 때 범하기 쉬운 오류, 즉 단순한 사실의 나열을 지양하고 ‘중원’과 ‘강남’으로 이원화된 중국의 지정학적 특징을 큰 축으로 삼아 국가권력과 민간사회, 군사와 재정, 중국과 그를 둘러싼 글로벌 세계와의 역동적 줄다리기로 중국경제사를 구조적으로 일관성 있게 써 내려간 것이 큰 특징이다. 이를 통해 초거대국가인 중국의 지정학적 요건이 어떻게 중국의 경제와 사회를 규정했는지 살피면서도, 이러한 지정학적 과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 속에서 국가, 취락, 종족, 신분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 가고, 중국 경제를 발전시키며 동시에 규제해 나갔는지를 큰 그림에서 추적할 수 있다.

 

한국과학 비상플랜: 과학기술 50년, 오늘을 성찰하고 내일을 설계하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기술정책위원회 기획·감수, 허두영 외 지음, 들녘, 344쪽, 17,000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이 설립 50주년을 맞아 우리의 과학기술의 위기를 성찰하고 내일을 설계하는 내용을 담은 책을 펴냈다. 미래 과학세대가 익숙한 경로를 따라 영혼없이 무리지어 나아가기보다는 개인의 특성을 발견하고 다채로운 과학의 미래를 열어나가기를 바라는 격려를 담았다. 한국 과학기술계 전반에 대한 문제를 개인, 사회, 세계의 3부로 살펴봤다. 이공계 학부생부터 교수에 이르기까지 과학기술인들이 쓰고, 해당 분야 전문인들의 감수를 거쳤다.이 책에서 조목조목 거론하고 있는 사항들은 바로 그 기초역량과 관계된 것들이다. 특히 이 책은 개인→국가→세계의 순서로 사고의 지평을 넓혀가면서 ‘기초’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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