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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불신 최고조 … “시민과 국가가 동의한 특별검사가 수사해야”
검찰 불신 최고조 … “시민과 국가가 동의한 특별검사가 수사해야”
  • 김홍근 기자
  • 승인 2016.11.10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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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사립대 교수연합회 합동 시국선언문 발표
지난 9일 미국(현지시간 8일)에서는 대통령을 뽑기 위한 선거와 개표가 한창이었다.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중 누가 미국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느냐에 따라 세계의 정세가 결정되는 문제였기 때문에, 전 세계 국가들의 이목이 미 대선에 집중됐다.
 
하지만 같은 시각의 한국은 반대였다.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고,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비리의 의혹들이 미디어를 통해 쏟아졌다. 세계의 관심은 ‘미 대통령 선출’이었지만, 한국의 관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였다.
 
지성인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겠다며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나선 지도 어느덧 20여일이 지나고 있다.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는 또 하나의 교수단체가 시국선언을 했다. 1만6천여명 국립대학 교수들을 대표하는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와 5만여명의 사립대학 교수들을 대표하는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이 연합한 합동 시국선언이다. 지난달 29일 같은 장소에서 있었던 전국교수연구자단체에 이은 두 번째 교수 연합 단체였다.
 
▲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10일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 세월호 광장에 모여 합동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모인 40여명의 교수들은 ‘박근혜 퇴진!’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각각 들고 대통령의 퇴진을 하나같이 외쳤다. 몇몇 교수들의 표정에서는 사뭇 진지함도 묻어났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이번 사건은 지금까지 반복됐던 정권말기의 측근비리와는 전혀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라며 “지금의 대한민국은 사실상 헌정중단 상태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또 “사태의 근원적인 책임은 대통령 자신에게 있기에 국민들은 이미 ‘대통령 퇴진’이라는 현답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여전히 어이없는 변명과 미봉책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권력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통령과 관련된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도 “대통령과 그 비선실세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지만, 이렇게 엽기적인 권력체가 등장하는 것을 방조하고, 그 틈에 자신과 자기 세력의 이익을 추구한 집단도 공범이다”며 연루된 책임자들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대학 교수협의회의 대표 단체답게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대학에서 학문과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들도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터에는 지식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탓이 있었음에 대해 통렬한 자성을 해야 할 것”이라며 교수들에게 사회적 지위에 따른 책임을 다할 것을 강조했다.
 
이들 국교련·사교련 연합체는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의 근원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행사 일체 포기 및 퇴진 △진상규명을 위한 대통령의 수사 협조 및 별도 특검 구성 △대대적인 국정조사를 통해 비리 규명 및 연루된 책임자 색출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검찰, 시민들의 신뢰 잃었다" … 특검 요구
 
한편, 국교련·사교련 연합체와 비슷하게 최근 발표되고 있는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문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특검’ 요구다. 이는 시민들이 검찰의 수사를 믿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최순실 씨가 한국에 입국 후 장시간 동안 방치했고, 입 맞추기의 시간을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또, 검찰이 정부의 편에 서 꼬리 자르기식의 수사를 할 것이라는 시민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교수들의 시국선언에도 이와 같은 특검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 9일 고려대와 아주대 교수들도 시국선언문에도 역시 ‘특검’이 언급됐다. 고려대 교수들은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비서진과 행정부 고위관료 검찰 수뇌부의 총사퇴를 주장하며 “조속히 특별법을 제정해 시민사회와 국가가 동의하는 특별검사가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아주대 교수들은 “그동안 권력의 시녀 역할을 맡아온 검찰은 욕된 과거와 단절하고 국정 유린 혐의와 정치·관료 시스템의 후진적 작동을 제대로 파헤쳐 국민의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꼬리자르기를 통해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는 후안무치한 작태가 되풀이된다면 검찰 역시 국정 파탄의 공범이 될 것”이라며 경고했다.
 
"대통령은 하야하라" 전국으로 퍼진 시국선언 물결
 
이렇듯 교수들이 나서 지성인의 목소리를 내고 자성적인 목소리를 내게 된 시발점은 성균관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이었다. 성균관대 교수들은 지난달 27일 교수회관에서 시국선언문 낭독과 기자회견을 열고 ‘거국 중립 내각 구성’을 주장했다. 일부 대학은 거국 중립 내각이라는 대안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보이기도 했지만, ‘대통령의 하야’와 ‘진상 규명’을 공통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성균관대 교수들의 시국선언 이후로 △경북대 △경희대 △충북대 등에서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도 정부의 눈치를 보는 대학 본부 때문에 일부 개인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교련·사교련 연합체는 전국의 국립대학과 사립대학 교수들을 대표하고, 지금까지 전개됐던 개별 대학의 시국선언을 집약해 담아내기 위해 합동 시국선언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 지난 3일에는 40개 전국대학총학생회가 한 데 모여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분노한 것은 교수들뿐이 아니었다. 이미 100여곳을 넘은 전국 대학의 학생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5일에는 광화문광장에 20만여명의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열고 박 대통령의 하야를 외쳤다. 12일에 있을 민중총궐기에는 최소 50만명의 시민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관련 사상 최대의 대규모 집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JTBC를 선두로 각 언론들이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 대한 각종 비리 의혹과 국정농단 사태의 증거를 지속해서 보도하고 있지만, 처벌의 수위를 결정할 검찰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매우 낮은 편이다. 대학가의 시국선언와 민중 집회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국민들의 분노에 맞선 청와대와 검찰이 이번 사태를 얼마나 엄중히 수사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글·사진 김홍근 기자 m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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